
고위공무원 사이에 순번 정해 놓고 명퇴 신청한다는 소문
소수 집행관에 대한 진정·민원 발생 빈도 높은 것도 문제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영화나 TV 속에 등장해 집안 가구, 가전 제품 등에 빨간 딱지를 붙이는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집행관이라 부른다. 이들은 법원이나 검찰청의 명령에 따라 돈을 빌리고도 갚지 못한 사람들의 재산을 회수하거나, 집과 토지 등의 부동산을 경매에 붙여 돈으로 바꿔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돌려주는 일을 한다. 부동산 외에도 돈을 갚아야 할 사람들 소유의 냉장고, 텔레비전, 가구 등의 가재도구와 사무실의 가구나 물건 등을 가압류해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 하도록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공무원으로 알고 있지만 이들은 개인사업자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발표한 “2013년 집행관의 수입금액(수입수수료)”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집행관 1인당 평균 수입이 2억 2천여만 원이었다. 특히 서울, 의정부, 부산지역의 경우는 1인 평균 수입이 3억을 초과했다.
게다가 최근 3년간 임명된 집행관 378명 중 법원출신이 281명(74.3%)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검찰출신이 96명, 헌법재판소출신이는 1명이었다. 더군다나 퇴임 시 직급에 대해 분석해본 결과, 4급 이상 공무원이 전체 341명(90.21%)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5급은 법원만 33명, 6급 역시 법원만 4명으로 소수에 불과했다. 결국 고소득을 보장하는 집행관 직이 법원 내 고위 공무원들에 의해 독식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에는 집행관의 임용자격을 “법원, 헌법재판소, 검찰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로 제한하고 있다.
명예퇴직수당 챙기고 고소득도 올려
집행관의 법원 출신 고위공무원 독식은 ‘또 다른 법피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집행관으로 떠나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공무원 정년인 61세 이전에 명예퇴직을 신청하는데 명예퇴직 신청을 하면 이들은 약 1억 2천만 원의 명예퇴직수당을 받는다. 이후 집행관으로 근무하면 연평균 2억 2천여만 원의 고소득을 올릴 수 있어 1석2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집행관 자리가 법원 고위공무원들의 노후보장책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집행관 자리가 고수익을 보장하다보니 고위공무원 사이에 순번을 정해놓고 명예퇴직을 하면서 집행관 자리를 확보해 준다는 뒷얘기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보면 이러한 소문이 어느 정도 사실임을 알 수 있다.
4년 임기의 집행관의 최근 5년간 임용당시 평균연령은 55.35세로 정년을 4년여 남은 고위직이 퇴직 후 잔여기간을 집행관으로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 경쟁률이 1.15:1에 불과한 것을 보면 인기직종치고는 경쟁률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고위공무원들이 집행관 자리를 독식하는 점 외에도 집행관에 대한 문제는 또 있다. 집행관이 법원 판결에 대한 강제집행이라는 공무를 수행하고 있어서 중과실인 경우에는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법원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로 인해 발행하는 피해는 국민이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공무 수행 개인사업자? 관리·감독 소홀 문제
지난 5월 기륭전자 농성장에 법원 집행관 10여명과 용역 40여명이 들어와 강제퇴거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 조합원의 갈비뼈와 오른손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2013년 1월에는 울산지법 소속 집행관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철거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울산, 울주 소재 고등학생 3학년생 2명을 고용한 사실이 밝혀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울 동부지방법원 집행관실 사무원이 2억여 원을 2년간 횡령해 징역형을 받았으나, 동부지법 관계자는 사무원의 ‘개인 범행’이라며 ‘법원과 관계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집행관에 대한 진정 및 민원 건수가 많은 점도 문제다. 최근 5년간 집행관에 대한 민원통계는 250건에 이르며 3년간 진정 및 비위고발서 접수 현황도 30건이 넘고 있다. 최근 3년간 법원 전체 공무원에 대한 진정건수가 매년 100건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소수의 집행관에 대한 진정 및 민원 발생 빈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은 2012년부터 기획감사를 통해 집행관 관련 업무 실태를 점검해 왔다. 2012년에는 과태료 2명, 견책 1명, 주의촉구 3명, 그 외 시정조치 처분이 있었고, 2013년에는 서면경고 5명, 주의촉구 39명, 엄중훈계 4명 등으로 경미한 조치를 했고 감사내용마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나라 집행관 수입 일본의 10배
법원행정처가 2012년 실시한 정책연구용역 ‘각국의 부동산 및 동산 집행방식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프랑스는 집행수수료가 집행관의 수수료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으나, 집행판사가 따로 존재해 집행업무를 집행관만이 수행하지 않는 것은 물론,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을 거쳐 시험까지 합격해야 집행관이 될 수 있다. 또한 그 직무집행이 일련의 법률과 규칙에 따라 엄격이 통제된다.
독일은 집행관이 집행수수료 중 일부를 지급받기는 하지만 법원조직법상의 공무원이며 공무원임금법상 중간직 공무원의 해당 급수에 적용되는 임금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수령한다. 독일에는 집행관제도를 민영화하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집행비용의 증가로 소액채권자가 사실상 강제집행을 청구하기 어렵게 될 것을 우려해 포기했다.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집행관제도를 가진 일본의 경우도 집행관 수수료제도에 대해 과거부터 여러가지 병폐가 있었던 관계로 폐지 논의가 많았다. 또한 집행관의 수입 역시 우리나라의 집행관의 고수익과는 개념이 달랐다. 일본은 공무원으로서의 품위 및 근로의욕 저하를 막기 위해 일정 기준액을 보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준액은 5급 1호봉에 해당하는 봉급 월액에 12를 곱한 금액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5급 공무원 1호봉 월 지급액이 200여만 원임을 감안할 때(2014년 공무원 봉급표) 우리나라 돈으로 기준액이 2,400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집행관의 연 평균 수입액이 2억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일본 집행관들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급여를 챙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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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