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청와대, 비박계 반란에 정면승부
[밀착취재] 청와대, 비박계 반란에 정면승부
  • 김재현 기자
  • 입력 2014-11-03 10:13
  • 승인 2014.11.03 10:13
  • 호수 1070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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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수사에서 정치권으로 사정기관 칼 뽑는다
▲ photo@ilyoseoul.co.kr

여권내 핵심 인사 비리 수사 준비
친박-비박 당권 전면전 본격화 임박

[일요서울 | 김재현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개헌론을 꺼내든 이후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 안팎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친박계는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띄우는 작업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김 대표에 대해 친박계가 숨기고 있던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보는 분석도 나온다. 차기 대권과 관련해 청와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최근에는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반 총장이 이른바 잠룡들 가운데 가장 유력한 것으로 나타나 정치권이 술렁이기도 했다.
그동안 청와대 주변에서는 “청와대가 차기 대권과 관련해 반기문 총장과 교감을 나눴다”거나 “친박계가 극비리 반 총장 영입작업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는 말이 적지 않았다. 김 대표 ‘개헌 발언’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부에서 “김 대표가 이빨을 드러낸 이상 친박계도 발톱을 숨길 이유가 더 이상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전당대회 전부터 예상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여권 내 권력지도가 서서히 변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무성 체제로 들어선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이루고 있어 정가에서는 “박-김의 대결구도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친박 의원들의 모임에서 반 총장이 차기 주자로 거론돼 주목을 끌었다.

지난 10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박 모임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의 세미나 자리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반기문 대망론’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반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에게선 출마할 것이란 의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론조사를 보면 반 총장을 제외하면 사실 정권 연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반기문 변수에 따라 정권 교체냐, 정권 연장이냐가 좌우될 수 있어 이런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안홍준 의원은 “당내 인사로 정권 창출이 어렵다면 대안으로 반 총장을 생각할 수 있다”며 “안 의원은 또 “대세가 한쪽으로 돼버려서 치열한 경선을 해야 한다면 반 총장을 영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유기준 의원은 “(야당과 여당 후보군의) 지지율이 큰 차이가 나서 이택수 대표나 언론에서 (반 총장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고 거들었다.

이처럼 친박 의원 모임에서 반 총장을 차기 주자로 거론하기 시작한 것을 두고 김 대표에 대한 경종의 메시지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에 일부에서 최근 위기감을 느낀 친박이 비박계 주자가 아닌 반 총장만이 살 길이라고 느끼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 대표 외에도 현재 여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모두 비박·비주류 인사들이어서 친박의 위기감은 당연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 견제 본격화 친박의 위기감

김 대표가 당의 수장자리에 오르면서 여권 주변에서는 여러 관측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가 김 대표와 함께 청와대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한편 차기 대선 준비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현재 여권의 무게 중심은 비박계로 쏠리고 있다. 김 대표 체제가 순항하면서 비박계가 자연스럽게 당 주도권을 장악한 데 이어 지금은 정부의 각종 정책을 비판하며 청와대를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김 대표 취임 이후 새누리당 내 친박과 비박 진영의 분위기는 여러 면에서 달리지고 있다. 비박계는 주요 요직을 꿰차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반면 친박 진영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침묵이 오래갈지는 미지수다.

최근 여권 내부에서는 개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개헌론을 밝힌 이후 야권에서조차 개헌을 들고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어 흡사 여야가 힘을 합쳐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는 분위기마저 연출되고 있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 의원들은 개헌을 통해 혁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헌의 골자는 대통령 중심의 1인 체제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 있다. 대통령은 외교 등 대외 업무를 담당하고 대내 업무는 총리가 전담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통령의 권력과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청와대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정국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 개헌논의까지 꺼내면 국정에 대혼란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 소장파 등은 청와대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조속한 시일 내 개헌을 추진, 여권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 이를 통해 김 대표가 대권에서 불리한 부분을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김 대표의 ‘개헌 발언’ 이후 지방선거, 보궐선거, 세월호 참사 등 연달아 터진 각종 현안에 묻혀 있던 친박-비박 대립구도가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청와대 주변에서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가 전당대회에서 놓친 당 주도권을 다시 회수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심지어 검찰 등 사정기관이 비박계 의원들 중 일부에 대해 각종 비리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연말 정도에 여당 의원들에 대한 사정기관 발 압박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관측도 나온다.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가 목소리를 키우며 정부와 친박계에 대한 압박 강도를 키우자 친박계 내부에서는 은밀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김 대표 향한 친박계 카드

친박계 청와대 주변에서는 최근 차기 대권과 관련된 말들이 무성하다. 김 대표의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청와대가 차기 대권 주자를 외부에서 영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외부 영입 인사는 다름 아닌 반 총장이다. 그러나 반 총장 측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대권도전을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 자리에서 반 총장과 만나 향후 대권도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도 비슷한 소문이 무성하다. 심지어는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중간 메신저를 통해 이미 대권도전에 대한 교감을 했을 것이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청와대가 내년 초중반부터 반 총장 대권도전을 본격 수면 위로 부상시켜 김 대표 힘빼기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얼마 전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반 총장을 만나 대권에 대한 여러 의견을 나눴다는 소문도 청와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을 끄는 것은 청와대가 비박계에 대한 고강도 압박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더구나 사정기관 주변에서 촉각을 세우게 하는 움직임도 감지돼 이 소문에 무게를 더한다.

검찰 등 사정기관이 여권 의원들 중 일부에 대해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 중이라는 소문이 사정기관 주변에 무성하다. 이미 철도비리 등으로 여권 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추가로 여권 의원이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피아 수사를 추진해온 검찰은 최근 기업수사를 통해 정치권까지 수사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여권 의원들과 야권 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준비하고 있다. 여권 의원들 중에는 여권 중진 의원인 A의원이 눈에 띈다. 친이계는 아니지만 비박계로 분류되는 A의원은 최근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친이계 타협과 대립 사이

또 B의원도 검찰이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B의원은 검찰의 관피아 수사에서 비리 혐의가 드러난 인물로 검찰은 관피아 비리에 연루된 기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B의원이 이권에 개입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인물은 아니지만 보수진영의 대표적 인사인 D씨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D씨 비리에 연루된 여권 인사도 주목하고 있다. 이 인사는 친이계 인사의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이 들추고 있는 인사는 이들 뿐만 아니다. 검찰은 친이계 의원들 중 김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H의원도 내사 중이다. H의원은 김 대표와 함께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 등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김 대표의 당 대표 출마와 선출을 돕기도 했다. H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고 정부의 정책에 날을 세워 주목을 끈 적도 있다.

검찰이 친박계 일부 인사와 친이계 등 비박계 인사들에 대해 내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동시에 비박계 일부에서는 더욱 청와대를 압박해야 한다며 추가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검찰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9월 초 정기인사에서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를 대거 특수부에 충원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연말에 정치권에 사정기관 발 파장이 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검찰은 KB금융의 전산시스템 교체 의혹, MB 대선 캠프 특보 출신인 김일수 테라텔레콤 대표의 정관계 로비 의혹,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업체 대보그룹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지만 추가 수사가 이어질 조짐이다. 아울러 추가 사건을 통해 수사를 정관재계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정치권에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개헌론은 ‘대세론’을 형성할 조짐이다.

지난달 16일 중국을 방문 중이던 김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논의에 대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봇물터지고,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연말 개헌정국 가능성을 예고했다.

특히 김 대표가 선호하는 권력 구조 형태로 외교·국방과 내치를 분권하는 이원집정부제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등 개헌구상까지 제시해 사전에 기획된 발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은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할 것”이라고 의견을 확실히 밝혔음에도 열흘 만에 여당의 대표가 청와대와 배치되는 주장을 펼친 것은 향후 전쟁을 예고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분석이다.
ilyo@ilyoseoul.co.kr

김재현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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