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불성된 여자회원과 잠자리 놓고 가위 바위 보!
인사 불성된 여자회원과 잠자리 놓고 가위 바위 보!
  • 서준 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02-28 14:59
  • 승인 2008.02.28 14:59
  • 호수 722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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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번개 주의보 발령 ‘번개 모임’에 나갔다 번개 맞은 엽기 사연

온라인 커뮤니티사이트에 주의보가 발령됐다. 회원들을 모아 사기행각을 벌이는 방장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또 건전한 만남을 위해 ‘번개’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끼리의 갑작스런 만남)에 나갔다 험한 꼴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 번개 기피현상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건전한 다른 커뮤니티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공동구매를 꾀하거나 번개모임을 하려고 할 때 ‘방장을 못 믿겠다’며 탈퇴를 선언하는 회원들이 늘어 방장들은 고민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피해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특별히 단속할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애초 다른 사람 이름을 도용, 카페를 연 방장이 사기 등 위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번개모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방장이 회비 걷어 잠적하는 사례가 잦습니다.” “여자분들 번개 잘못 나가면 성추행 또는 성폭행 당하기 쉬우니 조심하세요.”

최근 포털사이트 카페 등 각종 커뮤니티사이트엔 이런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일명 “단체번개”에 나갔다가 피해를 본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글을 올린 이들은 대부분 번개에 나갔다가 피해를 본 경험자들이다.

이들에 따르면 아무 것도 모른 채 새로운 만남에 잔뜩 기대하고 나갔다가는 ‘뒤통수를 맞는다’는 것.


게임 빌미로 성희롱

직장여성인 박모(30)씨는 단체번개에 나갔다가 “마음에 상처만 입었다”면서 ”홍대 앞에서 번개가 있어 나갔지만 건전한 친목모임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었다”고 황당한 번개경험담을 털어놨다.

평소 내성적 성격인 박씨는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에 단체번개에 나갔다. 박씨는 어색한 만남이 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이날 번개는 무척 유쾌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인 10명 정도. 이날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서먹서먹함은 잠깐뿐이었다. 술자리와 더불어 게임이 벌어지자 어색함은 어느새 말끔히 사라지고 없었다.

박씨는 “평소 낯가림을 심하게 하는 편이었지만 이날 나온 사람들이 워낙 활발해 나도 기분 좋게 놀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즐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정도 술잔이 돌고 시간이 흐르자 분위기는 묘하게 바뀌어갔다. 특히 처음엔 깍듯이 예의를 갖추던 남자들의 태도는 어느 순간부터 존댓말대신 상스러운 욕이 섞인 반말로 변질돼 갔다.

또 남자들은 음담패설과 직접적인 성희롱을 슬슬 시작했다. 위 아래로 박씨를 훑어보며 몸 사이즈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약과였다.

처음 만난 남자들이 ‘여태껏 몇 명과 자봤느냐’는 질문에서부터 ‘나이가 있으니까 성경험이 많겠다’는 등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박씨는 “내가 민망해하자 그들은 오히려 ‘알거 다 아는 아줌마가 내숭 떤다’며 직접적인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진행된 게임 역시 지나친 몸 접촉과 음란한 말들로 뒤범벅된 ‘저질’이었다. 게임에서 지면 ‘벌주’를 억지로 먹이고 스킨십을 유도하거나 야한 벌칙을 가하는 것도 예사였다.

그는 몇 번씩이나 망설이다 그날 있었던 충격적 사실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내용인즉 그날 나온 여성들 중 한명이 지나친 음주로 인사불성이 되자 남자들은 ‘가위 바위 보’를 통해 ‘당번’을 정했다는 것이다.

가위 바위 보에서 이긴 남자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들쳐업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머지 남자들은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만 볼 뿐이었다. 택시를 태워 집에 데려다 주려는 게 아니라 그대로 모텔로 직행했다.

결국 그들은 “누가 저 여자랑 자느냐”를 걸고 내기를 한 것이었다. 박씨는 “그가 술 취한 여성을 집에 데려다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선 그 자리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면서 “이날 만났던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술을 먹여 어떻게 해보려는 게 눈에 뻔히 보였다. 결국 ‘원 나이트’를 목적으로 나온 것 아니겠느냐”고 분개했다.


회비 함부로 냈다간 사기당해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는 여대생 이모(22)씨는 “방장이 아니라 전문사기꾼이었다”며 자신이 겪은 경험담을 털어놨다.

한 달 전 어느 토요일, 이씨는 서울 강남역에서 열린 단체번개에 나갔다. 채팅에 개설된 단체 번개방에 들어가 사람들과 대화하던 중 방장의 제안에 응하게 됐다.

남녀 각각 10명씩 진행된 이날 모임에서 이씨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방장 행동이 처음부터 뭔가 이상했다. 기대했던 이벤트는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날 번개는 압구정에 있는 한 술집에서 이뤄졌다. 모임회비는 남자 3만원, 여자 1만원이었다. 모임은 회비를 걷는 일에서부터 시작됐다. 회비는 ‘당연히’ 번개를 주선한 방장이 맡았다.

약속된 인원이 모두 모이자 술자리가 본격 시작됐다.

그러나 주변에서 말로만 듣던 단체번개와는 너무 달랐다. 얼굴도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있으니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고 술잔이 몇 번씩 돌아갔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이날 방장의 태도는 ‘짜릿한 재미만점의 이벤트’를 내세우며 채팅상에서 사람들을 마구 끌어 모으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채팅상에서 방장은 “다양한 게임과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모여도 어색할 일은 절대 없다”며 호언장담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씨에 따르면 방장은 모임분위기를 띄우거나 주도하려는 노력조차 없었다.

자리를 비우거나 휴대폰으로 오래 통화하는 등 딴 짓만 계속 하더라는 것. 모인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도 했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쉽게 친해지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무료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참다못해 불만을 드러내자 방장은 “2차를 가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내가 계산하고 나가서 마땅한 술집을 알아보고 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그러나 남아있던 사람들이 방장의 ‘잠적’을 눈치 채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직 계산이 안됐다”는 술집주인 말 때문이었다.

남아있던 사람들은 ‘설마…’하면서도 슬슬 동요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방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방장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원이 꺼져있는 상태였다.

방장은 사람들에게 걷은 40만원 상당의 회비를 몽땅 갖고 달아난 것이었다.

사람들은 일제히 흥분했다. 모두들 “그 사기꾼을 신고해야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문제는 아무도 방장의 신상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채팅상에서 말 그대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이뤄진 단체번개였기에 서로에 대한 신상을 알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은 다시 돈을 모아 술값을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그날 주문한 것은 소주 15병 정도에 안주 4개가 전부였다”며 “술값은 기껏해야 10만원 정도였는데 회비를 가로챈 것도 모자라 술값까지 덮어씌우고 도망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생전 처음 보는 방장을 믿고 회비를 낸 게 실수였다”는 김씨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며 손을 내저었다.


술집 ‘매상 올리기’ 대작전

술집매상을 올리기 위해 미끼로 진행되는 번개모임도 있다. 이 가운데 A신촌 단체 번개방은 악명 높기로 소문나 있다.

김모(24)씨는 “A카페 관계자들은 사기로 구속시켜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김씨가 전하는 A카페 정체는 술집영업카페나 다름 아니었다. 그가 이 카페의 단체번개에 참석한 건 지난달 초였다. “<신촌 단체번개> 술, 안주,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남자분 부족! 누구든지 OK! 군바리도 OK!”란 방제가 눈에 띄어 참석하게 된 것이다.

김씨는 “번개 장소인 신촌의 한 술집에 도착했을 때 방장 말대로 여자들이 많은 것에 내심 흐뭇했다”면서 “하지만 채팅상으론 서로 모르는 사이라던 여성들이 막상 만나보니 그들끼리 지나치게 친밀한 점이 이상했다. 하지만 별로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만났음에도 싹싹하게 잘 놀고 술도 잘 마시는 여성들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엄청 마셨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 여자애들이 끝도 없이 비싼 안주를 시키고 소주대신 한 병에 9000원 짜리 약술만 마셔서 취중임에도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얼마 뒤 우연히 채팅사이트에 들어간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술집에서 열리는 신촌 단체번개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사연이 채팅사이트에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그 단체 번개방은 김씨가 참가했던 바로 그 모임이었다. ‘나도 똑같이 속았다’는 남성들이 부수두룩 했다. 그 모임에 참가했다가 피해를 봤다는 한 남성이 밝힌 사연을 들은 김씨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김씨가 참석한 단체번개는 그날 번개 주선자 및 참가여성들은 모두 그 술집종업원 및 그들의 친구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일주일에 3~4씩 순수한 단체번개를 가장, 남성들을 모집한 뒤 자기네 가게로 끌어들여 매상을 올려왔던 것.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마신 술값을 낸 것이어서 어디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매상을 위해 계획적인 사전모의를 통해 단체번개를 주선했다는 자체가 너무 소름끼치는 것 아닌가”라는 김씨는 “그 때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김씨를 비롯해 8명이 마신 술값은 50만원에 달했다.

서준 프리랜서 기자 www.heyman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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