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웃음 주고 갇힌 허경영 ‘3가지 숨은 이야기’

자칭 ‘인터넷 대통령’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의 재치만점 입담에 급제동이 걸렸다. 서울 남부지검 특수부(이영만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공직선거법 위반 및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허경영(58)총재를 구속했다. 정치인에 대한 법정구속이 이뤄진 경우는 흔치 않다. 법원은 ‘허씨가 증거인멸을 꾀한 정황이 있고 혐의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달아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17대 대선에 경제공화당 후보로 출마, 군소후보 중 가장 많은 0.4%(9만6756표)를 얻은 허씨. 네티즌들로부터 ‘허본좌’, ‘허느님’으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한 그의 3가지 감춰진 이야기를 입체 추적했다.
허경영은 용한 무속인?
1992년 진리평화당 후보로 첫 대선에 도전했던 허씨는 튀는 발언으로 주목을 모았다. 특히 2002년 공화당 총재로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출마를 포기했을 때 내놓은 ‘예언’이 인터넷언론매체인 ‘딴지일보’를 통해 알려져 ‘허경영’은 괴짜정치인의 대명사가 됐다.
허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기 직전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보등록을 3일 남겨두고 포은 정몽주의 어머니가 꿈에 나타났다. 문득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는 시가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껍데기선거란 암시를 받고 출마를 포기했다. 당선자에게 문제가 생겨 2년 뒤 재선거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음해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위기를 맞았고,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놀랍게도 허씨 예언이 그대로 들어맞은 것이다.
또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을 ‘풍수학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 꼬집기도 했다. 허씨는 “청계천을 복개하면서 생긴 사건이 열다섯 가지다.
황우석 교수의 중도 하차와 노 대통령 탄핵,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딸이 자살한 굵직굵직한 사건들 모두 그것(청계천 복원) 때문이다. 풍수학을 무시하면 사람 잡는다. 박정희 대통령이 청계천을 덮고 우리 경제가 살아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도참설을 인정하는 일부 학자들의 지지를 받아 나름 설득력까지 얻었다. 뿐만 아니라 허씨는 지난 16대 대선에 정몽준 당시 후보의 관상을 ‘쥐’에 비유하며 “쥐는 바깥으로 나오면 죽는다. 돈 벌 팔자인 정 후보가 정계로 나서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때문에 허씨를 정치인보다 무속인에 가깝게 보는 이들도 상당하다. 허씨는 “주역을 통달했다”며 취재기자들의 관상을 봐주기도 했다. 한 지지자는 “옛날부터 유명 정치인들이 총재님의 혜안을 탐내 늘 곁에 두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허씨가 구파발 일대의 유명 역술인 출신이란 주장도 있지만 진
위여부를 가리긴 힘들다.
뻥튀기(?) 되는 출생 비밀
1997년 15대 대선에서 정식후보로 등록해 발표한 그의 이력에 따르면 ‘6·25중 부모를 잃고 전쟁고아가 됐다’고 했다. 대선에 나섰을 때 나이는 50세.
1947년 출생이다. 하지만 이번 17대 대선에 발표한 선거공보물은 이와 다르다. 1950년 ‘1월 1일’ 전쟁고아로 서울 중량교 밑에서 태어났다고 돼있다.
1992년엔 나이를 43세로 밝혀 또 차이가 있다. 대선을 치를 때마다 고무줄처럼 나이가 바뀐 것이다.
1997년엔 ‘모 재벌기업가의 양자로 입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는 아예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양자’로 자신을 소개했다. 여기다 이 전 회장의 소개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만났다는 부분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올해 선거공보물에 ‘1972년 22세부터 박정희 대통령 정책보좌역을 역임’했다고 밝혔지만 1997년엔 ‘1972년 월남전에 참전했다’고 돼있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단 둘이 논의했다는 소련 바이칼호수 매입 건과 박 대통령 사망 뒤 민주공화당을 25년 동안 이끌었다는 내용 모두 1997년엔 없던 ‘새로운’ 사실이다.
한편 허 씨는 지난해 4월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으로 대선 예비후보에 등록한 바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 경선에 나가 승리할 자신이 있다. 경쟁자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공화당 정신을 잇는다는 이념적 기반을 송두리째 흔든 것이다.
‘정치인 허경영’ 재정적 바탕
허경영 총재를 구속수사 중인 검찰은 허씨가 정당운영과 선거자금 등 막대한 자금출처가 어디인지도 수사대상이라고 밝혔다. 허씨는 이에 대해 “재벌회장의 양자라서 약간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허씨는 지난 대선후보등록 때 6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내용은 비교적 단촐하다. 건물이 3억원, 도자기 1점 2억원, 동양화 한 폭 1억원이 전부다. 특히 도자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선물한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 MBC PD수첩이 보도한 경제공화당 안 ‘매관매직’ 실태에 주목하고 있다. 5백만~1천만원 사이에 특보자리가 거래된다는 인터뷰내용이 알려지며 정당 안에서 불법적 자금모금이 벌어졌는지가 허경영 총재 사법처리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일각에선 모 종교단체가 허씨의 재정적 ‘스폰서’란 설도 나오고 있어 검찰수사결과가 주목된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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