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내부출신 회장…입지전적 스토리에 주가 상승세
향후 인수·채널·수익성 등 과제 산적…금융권 주시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지난 1년간 금융권의 사건사고와 내분을 독점하다시피 하던 KB금융그룹이 오랜만에 평화를 찾았다. 지난 22일 낙하산 인사 없이 경쟁 끝에 회장 후보로 단독 선임된 윤종규(사진) 전 부사장의 효과다. 처음으로 내부출신 회장을 배출한 KB금융에 다시금 기대가 실리면서 주가도 오랜만에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윤 내정자에게는 향후 LIG손해보험 인수 마무리를 비롯해 국민·주택 채널 통합, 실적 및 수익성 개선 등이 과제로 남아있는 형국이다.
KB금융 내외부에서는 윤종규 내정자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알려진 대로 윤 내정자는 금융통으로 상고 졸업 이후 은행에 들어가 야간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이후 재학 중에 행정고시를 2차까지 패스하고 공인회계사를 취득하면서 금융인의 길을 걸었다. 공직자의 길을 가지 않은 것은 학생운동 전력 때문에 행시에서 최종합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삼일회계법인에 들어가 부대표까지 재임하다가 김정태 전 KB국민은행장의 러브콜로 국민은행에 왔다. 2002년부터 2004년, 그리고 다시 2010년부터 지난 7월까지 그는 국민은행 개인금융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두터운 신망을 쌓았다. 앞서 재임 시절 은행장 선출을 위한 직원 설문조사에서 최상위권에 뽑힌 것이 그 예다.
실제로 KB금융과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회장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됐을 때부터 윤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내정 직전까지 윤 내정자가 하영구 씨티은행장과 2파전을 벌일 때에도 이러한 기류는 지속됐다.
특히 국민은행 노조가 윤 내정자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도 눈길이 간다. 앞서 국민은행 노조는 대부분의 회장 내정자를 반대해왔지만 윤 내정자에게만은 달랐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회장 후보 선출 결과를 두고 “KB가 관치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라고 평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도 KB금융이 각종 사건사고와 사상 초유의 내분을 마무리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윤 내정자를 반기는 형국이다. 또 증권가는 KB금융이 회장 선임에 있어 선택지 중 최선을 골랐다며 일제히 매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KB금융의 주가는 윤 내정자가 확정된 이후부터 반등을 거듭했다.
선임 다음날인 23일 KB금융 주가는 전일대비 1.56% 오른 3만9100원을 기록했으며 장중에는 3만97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때 타 금융사들의 경우에는 모뉴엘 법정관리 및 실적 우려로 일제히 2% 안팎으로 하락했다. 우리금융 -2.85%, 신한지주 -2.65%, 하나금융지주 -2.17% 등을 고려하면 KB금융의 경우 3%가 넘게 오른 것이나 다름없다.
이와 관련해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KB금융 회추위가 최선의 훌륭한 선택을 했다고 판단한다”며 “윤 내정자는 조직 내부 사정에 밝은 데다 직원과 노조가 가장 지지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어느 후보보다도 내부 갈등을 빨리 봉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이 저평가됐던 이유는 주택은행 합병으로 공적 기능에 대한 색채가 강해진 가운데 다른 은행 및 금융지주들과 달리 최고경영진이 외부로부터 비전문가들로 선임됐기 때문”이라며 “때문에 장기보다는 단기경영성과에 초점을 맞추며 경영지속성과 인수합병 등 결여로 펀더멘털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이제 전문성을 보유하고 정치적 영향이 배제된 KB금융에 정통한 내부 출신 인사가 내정되면서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며 “CEO 리스크 해소는 물론 진정한 민간 금융기관으로서 위상을 강화할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했다.
목표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윤 내정자는 리딩뱅크로서 위상이 확고하던 시절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얘기에 귀 기울인 좋은 기억이 있다”며 “2010년 복귀 후 두 명의 회장을 보좌했기에 경영 전략의 영속성 확보가 가능할 것”을 들어 KB금융의 목표주가를 4만4000원에서 4만9000원으로 올렸다.
더불어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윤 내정자는 KB금융 내부 신망이 두터운 데다 무엇보다 정치적인 배경이 없다”며 “이는 향후 경영진이 정관의 영향에서 멀어지고 주주를 위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을 높여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시장 친화력이 뛰어나고 내부소통과 조절 능력도 좋아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안착시킬 기회”라며 “수익성 회복과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보여준다면 주가가 다시 적절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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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