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40대 초반의 주부가 내원했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유방종양을 발견했는데 가슴을 잘라내는 것이 두려워 수술을 몇 개월 미뤘다고 했다. 검진을 다시 해보니 종양의 크기가 2x2.3cm 였다. 종양도 가슴 근육과 붙어 있어 난이도는 꽤 높아 보였다. 아직 나이가 젊고 가슴 절제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비수술적 방법으로 수술을 결정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에서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1위가 갑상선암, 2위가 유방암이다. 유방암은 연 평균 6.1%의 증가율을 기록할 만큼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유방암은 조기 자각증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약 20%가 정기검진에서 발견된다. 조기에 발견할 경우 생존율은 90%에 이르고 유방보존 수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3기를 넘게 되면 생존율이 50% 정도로 떨어진다. 따라서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여성들은 여성암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유방암, 자궁암 등은 걸리면 절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도 고민이 된다는 경우도 있다. 유방암은 크기와 위치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고 유방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증상에 따라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종양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비수술적 치료방법이 있으므로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 후 수술을 결정하면 된다.
유방암은 최소한 몇 개월 혹은 몇 년에 걸쳐 발생한다. 대체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며, 유방암이 진행됨에 따라 피부의 궤양, 함몰, 겨드랑이 종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유방암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의 영향, 연령 및 출산경험, 수유, 음주, 패스트푸드와 육류중심의 식습관, 늦은 결혼으로 인한 출산지연, 스트레스, 방사선노출, 가족력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유방의 상피세포는 에스트로겐 등의 여성 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성장 및 분열한다. 출산이나 모유수유 경험이 없거나 초경이 빠르고 폐경이 늦어 생리를 오래한 여성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검진에서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면 치료는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 유방암이 전이 암으로 변해 다른 장기까지 번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 자가 진단을 통해 스스로 체크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진단법은 다음과 같다. ▲유방에서 단단하고 아프지 않은 혹이 만져진다. ▲유방 피부가 오렌지 껍질처럼 구멍이 송송 뚫린 듯한 변화가 있다. ▲겨드랑이에서 혹이 만져진다. ▲한쪽 유방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단단하고 아프지 않은 혹이 만져진다. ▲유두에 빨간 핏빛 분비물이 보인다. ▲ 유두의 위치가 대칭이 되지 않는다. ▲평소 나와 있던 유두가 안으로 쏙 말려 들어갔다. 여러 가지 증상 중 1가지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유방암의 치료법은 외과적 절제와 항암치료, 비수술 치료법 등이 있다. 절제술의 경우 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절제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결정에 어려움이 있다. 유방암의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비수술적 방법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치료의 고통을 줄이고 유방을 그대로 보존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수술법으로 혈관 내 치료와 하이푸 시술을 병행해 시행한다.
유방암이 림프절과 뼈로 전이가 되면 심한 통증이 수반되고 팔이 잘 움직이지 않는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혈관 내 치료와 하이푸 시술을 병행하면 통증을 현저히 줄여주고 팔도 예전처럼 들어 올릴 수 있게 해주는 등 만족스러운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혈관 내 치료는 가는 카테터를 동맥 내에 삽입해 항암제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통증과 합병증이 없으며, 정상조직에 대한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전신항암보다 적은 항암제 양을 주입해 종양을 효과적으로 파괴하므로 항암 시 나타나는 골수억제, 머리 빠짐 등의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혈관 내 치료는 암이 발생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신생혈관의 펌프에 약물을 투입해 불필요한 혈류만 줄여 종양이 커지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빼앗아 종양이 줄어들게 하는 원리다. 혈관 내 치료 후 하이푸 시술을 하면 치료 효과를 증강시킬 수 있다.
하이푸 시술은 고강도 초음파 집속 치료술로 인체에 무해한 초음파를 이용해 가슴의 절개 없이 종양만을 소멸시키는 최신 치료법이다.
유방암은 여성들이 가슴 절제의 두려움을 안고 있기 때문에 발견하더라도 수술 결정까지 지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종양의 치료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여러 가지 조건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반드시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최신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병을 고민만하다가 키우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청담산부인과·외과 김태희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김태희 원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