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엔씨소프트 이상한 동거
넥슨-엔씨소프트 이상한 동거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10-27 13:10
  • 승인 2014.10.27 13:10
  • 호수 1069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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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위협vs주가띄우기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보유지분 15% 넘어 기업결합 심사
20% 취득 땐 적대적 M&A 가능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김정주-김택진이 손잡았던 넥슨과 엔씨소프트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넥슨이 추가적인 주식 취득으로 엔씨소프트 보유지분 15%를 넘기며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넥슨 측은 여전히 단순투자 목적이라며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엔씨소프트 측은 미리 알리지 않은 매집행위에 이미 신뢰가 깨진 눈치다.

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처음 취득한 것은 2년여 전이다. 김정주 넥슨 회장은 2012년 6월 넥슨 일본법인(옛 넥슨재팬)을 통해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사들였다. 당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보유했던 지분 24.7%의 60%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로써 김택진 대표는 2대주주로 물러났지만 경영권에는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원래 절친한 학교 선후배인 두 사람인 만큼 어디까지나 협업으로 보는 시각도 강했다. 또한 글로벌 게임업체 일렉트로닉아츠(EA)의 공동인수를 노리고 자금확보를 위해 지분을 주고받은 정황도 있었다.

실제로 넥슨 측은 엔씨소프트 지분 매입 후에도 다소 담담한 태도를 취해왔다. 어디까지나 전략적 제휴를 위한 투자이며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도 엔씨소프트의 이사회에는 넥슨 측의 인물이 단 한 명도 없으며 엔씨소프트 역시 경영권 관여에 찬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고지 없이 주식매집해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넥슨도 슬슬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8000억여 원이 들어간 투자를 해놓고도 정작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인수 시 주당 25만 원이던 엔씨소프트 주식은 현재 13만 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자칫하면 4000억여 원이 공중에서 증발할 처지인데 EA 공동인수도 불발됐고 협업 게임개발도 별 소득이 없었던 셈이다.

결국 넥슨은 이달 들어 넥슨코리아를 통해 엔씨소프트 지분 0.4%를 장중에서 추가로 사들이며 보유지분을 15.08%로 늘렸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한 기업이 상장회사 지분을 15% 이상 취득하면 기업결합으로 간주돼 독과점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20% 이상 취득 시에는 법적으로 자회사 편입도 가능한 일명 적대적 M&A 케이스가 된다.

이런 연유로 미리 통보받지 못했던 엔씨소프트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엔씨소프트 측은 사전 논의가 없었던 넥슨의 주식 추가매집에 대해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특히 최고경영자인 김택진 대표마저 공시 전까지 아무런 언질을 듣지 못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것도 넥슨은 지난 8일 취득한 주식을 제5영업일에 해당하는 14일에 공시하면서도 엔씨소프트에 전혀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주식 취득 이후라도 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는데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넥슨이 일본법인이 아닌 국내법인을 통해 주식을 취득한 것도 엔씨소프트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려던 것이라는 후문이 돈다. 일본법인의 경우 일본 증시에 상장돼 있지만 국내법인은 아직 비상장기업이라 자금출처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법인 아닌 국내법인으로 취득

그럼에도 넥슨 측은 현재 엔씨소프트의 주가 수준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어 매수한 것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이며 사전에 김택진 대표와는 교감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여론은 넥슨의 숨겨진 의도에 대해 갖가지 추측을 내놓는 중이다.

증권가 역시 넥슨과 엔씨소프트를 두고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0.4%라는 지분 그 자체는 큰 의미가 없지만 추가매입을 하면 경영권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해 상당히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가 띄우기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분 확대는 우려 사항이 아니며 최대주주가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호재”라고 언급했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넥슨이 경영권을 강화하겠다고 판단했다면 더 많은 양의 지분을 사들였어야 한다”며 “최대주주 지분 매입을 통한 투자심리 개선을 노린 것으로 봐야 맞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넥슨의 속내가 적대적 M&A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주가 띄우기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주식매집과 의결권 미보유 자사주 매각 등 방어수단이 미리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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