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문위원 4명->37명으로…이중 11명 前회사 출신
경주마 보험사기 발생…국고지원금 유용해 논란 가중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한국마사회(회장 현명관(사진)) 방만 경영이 도를 넘고 있다. 낙하산 인사는 물론 쇠망치로 말을 다치게 한 보험사기, 경찰 수사 은폐 의혹에 노조 설립 회사 일감몰아주기 등 비리 사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양파 껍질처럼 벗겨낼수록 새로운 비리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 회장에 대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한다. 일각에서는 마사회의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라며 감독단체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경주마로서의 가치가 떨어진 말을 죽이거나 다치게 해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도 마사회가 관리하는 경주마 생산농가에서 벌어진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더한다.
지난 15일 제주지방검찰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쇠망치 등으로 말의 머리를 때려죽이거나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 상해를 입혀놓고도 우연히 사고를 당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30명이 기소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명희 의원은 20일 마사회 국정감사에서 ‘말 42마리가 이같이 피해를 당했으며 말들을 관리하던 30여명이 5억7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말 산업 발전을 위해 경주마 등 말의 가축재해보험 가입 때 보험료의 50%를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42마리 중 25마리가 NH손해보험에 가입돼 있으며 이 중 23마리가 정부의 지원을 받은 말로 확인됐다. 보험금은 혈통에 따라 다르며 통상 3000만~4000만원이 지급된다. 경주마의 경우 다치면 경주에 나설 수 없어 죽든 다치든 보험금을 지급한다. 수백만 원의 보험료를 내고 수천만 원의 보험금을 타는 구조다.
윤 의원은 “사건에 연루된 농가 중 3곳이 한국마사회가 관리하고 있는 경주마 생산농가”라며 “마사회는 등록농가에 대해 연간 2회 전수조사와 변동사항을 신고 받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같은 당 안효대 의원의 지적은 더 논란이 됐다. 마사회가 노동조합이 설립한 회사에 의도적으로 일감을 몰아줬다고 질타했다.
안 의원은 “마사회는 지정좌석 간식 공급 위탁업체 선정에 있어 입찰점수를 조작해 노조가 설립한 회사 ‘다솔푸드’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지적했다.
‘다솔푸드’는 2012년 1월 노조가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3월 납품업체 선정 당시 마사회 담당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아 납품 계약업체로 선정됐다.
문제는 ‘다솔푸드’는 당시 생산실적이 전혀 없었음에도 2012년 1월27일 마사회 새마을금고와 15억 원 상당의 납품계약을 한 것처럼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납품업체 선정과정에서 마사회 노조 집행부는 허위 납품 계약서 등 허위자료를 제출했으며, 납품계약을 담당했던 마사회 직원 역시 이를 알고도 묵인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다솔푸드’의 실제 평가 점수가 1차 제안서도 통과하지 못할 낮은 점수였으나 마사회의 높은 점수 부여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지금까지 전국 4개 지사에 총 51억여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안 의원은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직원들이 마사회 내부 용역까지 독점하려 하고 있다”며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해당 직원들을 징계해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화상경마장에 경비원을 불법 배치해 논란이 됐던 마사회가 경찰 조사를 앞두고 경비원들끼리 말을 맞추도록 지시하는 등 의도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진선미 의원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경마장 입점 찬성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석했다고 진술한 경비원들이 실제로는 마사회의 지시로 동원됐다며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일부 경비원이 마사회가 시켜서 집회에 참석했고, 경비원끼리 입을 맞췄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진 의원은 마사회가 경비원들에게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했다고 진술하도록 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피아’ 지목된 마사회장
마사회를 이끌고 있는 현명관 회장에게는 선피아(대선+마피아)란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달려있다. 선피아란 해당 공공기관 업무와 관련 경력과 전문성은 없지만 선거에 기여 했다는 이유 등으로 임명된 낙하산 인사를 의미한다.
현 회장은 경제계 대표적인 친박인사로 2007년 경선캠프에서 미래형정부기획위원장으로 참여했으며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정책위원을 맡았다. 현 회장은 2006년과 2010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연거푸 낙선됐지만 2013년 12월 마사회의 제34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게다가 현 회장 취임 후 삼성 출신들을 마사회 자문위원으로 대거 영입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승남 의원에 따르면 마사회는 현재 총 10개 부서에 37명의 외부자문위원을 위촉한 상태다. 이는 전임 장태평 회장 재임 시 자문위원이 4명이던 것에서 9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전체 자문위원 중 11명이 삼성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명은 연구용역이나 컨설팅, 관련 계열사 등 삼성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었다. 현 회장이 전경련 상임부회장으로 근무할 당시 같이 근무했었던 간부 출신도 4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문위원들에게 지금까지 총 1억1100만 원의 자문료가 지급됐는데 이 중 대부분인 7080만 원가량이 전직 삼성출신 자문위원들에게 지급됐다. 이 때문에 현 회장에 대한 질타가 계속됐고 국감 이후 마사회가 어떠한 변화를 모색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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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