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 보험금 미지급 결정 직후 바꿔 논란
사죄하던 이웅열 회장, 일감 몰아주기로 빈축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올 2월 붕괴사고로 10명의 사망자와 204명의 부상자를 낸 마우나오션리조트를 운영하는 마우나오션개발이 엠오디로 사명을 변경했다. 업계는 지난 과거를 잊고 새출발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이번 사명변경과 관련해 다른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사명변경 시기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못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다. 이 때문에 ‘과거 세탁’이란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게다가 모 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몰아받아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또 다시 구설에 올랐다.
사고 당일 이웅열 회장은“엎드려 사죄드린다. 사재를 출현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낮 12시 50분쯤엔 임시 빈소가 마련된 울산 21세기병원을 찾아 사고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여러분이 겪으시는 고통을 제가 같이 나눠야 한다”고 말하는 등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그날의 일은 잊혀진 상태가 됐다. 국정감사에서도 붕괴사고 후속조치가 아직도 심사중이고 관련 법은 국회에 계류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경기 광명을)은 지난 13일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건축물 안정강화대책 등 재발방지대책 발표내용이 현재까지 8개 항목 중 2개만 완료됐고, 나머지는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중이거나 용역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자연재해대책법 개정은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도 못 받게 됐다. 사고 학교인 부산외대는 동부화재와 ‘업그레이드 대학종합보험’ 계약을 맺었다. 이 보험상품은 학교 측 과실이 있어 배상책임이 발생할 경우, 학교 대신 동부화재에서 책임을 지는 배상책임보험이다.
동부화재 측은 “체육관 붕괴와 관련해 학교 측에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또 학교 측으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지 않고 진행된 점이 보험급을 지급할 수 없는 사유”라고 밝혔다.
이어 “사고원인이 체육관 건축시 부실공사로 밝혀져 공사관련자만 기소돼 형사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학교 측 관계자는 누구도 기소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책임이 없으므로 면책 처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동부화재 측은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배상책임은 중복보험이 되지 않는다”며 “법률상 손해액이 1인당 3억8000만 원인데 이미 코오롱 측에서 5억9000만 원을 지급했기 때문에 초과 손해액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이런 가운데 사고가 난 리조트 운영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이‘엠오디’로 사명을 변경해 그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참사가 발생한 지 약 3개월이 흐른 지난 5월 14일 사명을 변경했다. 공교롭게도 이 때는 세월호 참사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시기이자, 보험사가 참사 유가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힌 시점이다.
이에 일각에선 “결국 코오롱은 국민적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자 이름만 바꾼 채 ‘과거 세탁’에 급급한 셈 아니냐”고 비난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 기준 코오롱그룹 오너 일가 지분율이 50%인 엠오디의 내부거래 비중이 적지 않은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 회장에게 비난 화살이 돌아갔다. 마우나오션개발은 ㈜코오롱이 지분 50%를, 이웅열 회장이 24%, 이웅열 회장의 부친인 이동찬 명예회장이 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마우나오션개발의 최근 3년간 매출액 및 내부거래액을 각각 보면 ▲2011년 매출액 493억 원 중 내부거래액 194억 원 ▲2012년 매출액 646억 원 중 내부거래액 281억 원 ▲2013년 매출액 742억 원 중 내부거래액 312억 원 등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엠오디는 코오롱의 건물 관리를 맡고 있으며,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자회사에게 건물 관리를 맡기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명 변경과 관련해서는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붕괴사고를 초래한 책임자 13명은 지난달 5일 실형을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경주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현환 지원장)는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체육관 공사 설계·감리 책임자 이모(43·건축사)씨와 장모(44·건축구조기술사)씨에 대해 금고 2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현장소장이었던 서모(51)씨에게는 징역 2년4개월을, 강도가 떨어지는 철골 구조물을 납품한 회사 대표 임모(55)씨에 대해서는 금고 3년에 추가로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또 백모(60)씨와 박모(48)씨 등 자재, 시공업체 직원 2명에 대해서는 각각 금고 2년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으며, 마우나오션리조트 사업본부장 김모(58)씨와 시설사업소장 이모(53)씨 등 리조트 직원 2명에 대해서는 관리 부실의 책임을 물어 각각 금고 2년4개월과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설계, 자재업체 직원 윤모(48)·손모(52)·김모(34)·이모(39)씨와 마우나오션리조트 총지배인 박모(51)씨에 대해서는 집행유예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본질은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이고, 이러한 인재로 인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되풀이되고 있어 온정적인 양형을 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며 “과실범인 점 등 여러 참작할 사정이 있음에도 피고인들에 대해 전체적으로 중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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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