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비리 공화국‘강원랜드’ 공금횡령, 원정ㆍ사기도박, 성추행
[심층취재]비리 공화국‘강원랜드’ 공금횡령, 원정ㆍ사기도박, 성추행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10-27 10:03
  • 승인 2014.10.27 10:03
  • 호수 1069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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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음주운전 사고·뇌물 수수 등 각종 비위 드러나
“가장 어려운 시기 감안해 역량있는 인사 선임돼야”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도박중독, 가정파탄 등으로 계속 문제가 됐던 강원랜드가 이번에는 소속 직원들의 비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1년 9개월 동안 무려 76명이 각종 비위사실로 인해 징계를 받은 것이다. 특히 사장과 부사장 등 경영진이 없는 사이에 발생한 문제들은 공직기강이 극도로 해이해졌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원정도박과 사기도박은 기본이고 성추행, 뇌물 수수, 사채, 음주운전 사망사고 등 비위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강원랜드의 고질적인 비위행위에 대해 해결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전용 카지노 강원랜드가 고질적 비위에 멍들고 있다. 소속 직원들의 해외원정도박은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손님을 상대로 사채업을 하는 등 충격적인 비위 행각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1년반 동안 76명 징계 도박꾼에 파렴치범까지

지난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이 강원랜드로부터 제출받은 ‘2013년~2014년 9월 현재 임직원 징계보고서’에 따르면 20개월 동안 면직 12명, 정직 18명, 감봉 9명, 근신 10명, 견책 16명, 주의·경고 11명 등 모두 76명이 각종 비위로 징계를 받았다.

가장 고질적인 적발건은 바로 해외원정도박이다. 지난 3월 면직된 직원 김모씨는 필리핀과 마카오에서 13차례에 걸쳐 원정도박을 했다. 도박과 주식 실패 등으로 빚에 쪼들린 김씨는 결국 사채를 빌렸고, 이를 갚지 못하자 강원랜드 8개 영업장에서 312만 원을 훔쳤다가 적발됐다. 또 지난 2월에는 직원 정모씨가 해외원정도박에 나섰다가 현지 도박중계업자로부터 3000만 원을 빌리고 상환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심지어 지난해 1월에는 직원 3명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자 7000만 원씩 빌렸다가 돈을 잃은 직원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까지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직원들이 강원랜드 손님과 함께 게임장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부정도박을 벌이려다가 사전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 채용을 대가로 계약직 여직원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을 시도한 직원도 있었다. 계약을 몰아주고 200만 원을 챙긴 직원도 있었고, 손님을 상대로 사채업까지 나섰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이밖에도 식재료 수 천만 원어치가 사라지고, 여자기숙사를 침입하고,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고, 인사 관련 폭행사건과 회원고객 수송용역 주유대금 수천만 원씩이 부정 사용된 것으로 의심을 받는 등 직원들의 기강문제가 끊이질 않음이 드러났다.

사장·부사장 공석 사상 초유의 사태

강원랜드 직원들의 비위 행위 급증의 이유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경영진 공백’이다. 지난 2월 당시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이 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그리고 김성원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 역할을 맡아 경영을 이끌었으나 그 역시 지난 4월 사표를 제출했다. 그 이후 현재까지 사장과 부사장 자리 모두 공석이다. 김 부사장 사임 당시 “사장에 이어 부사장까지 모두 공석인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 상황은 6개월이 넘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강원랜드에 따르면 23명의 각계 인사들이 강원랜드 사장 공모에 신청했으며 지난 7일 서류 심사를 통해 후보 10명이 압축됐다. 그리고 다음달 13일 강원랜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장, 부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장 후보들이 국회의원을 지내거나 도지사에 출마한 적이 있는 정치적 인물들로 알려져 ‘정피아’ 논란이 일었다. 또 지난 16일 면접심사를 통해 확정된 신임 사장후보 4명이 알려지면서 특정 학교·회사 출신 논란도 일고 있다. 강원랜드에 따르면 신임 사장후보는 함승희 변호사, 엄기영 전 MBC사장, 권오남 전 GKL대표, 김인교 전 강원테크노파크 원장 등 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유력한 신임 사장으로 거론되는 함 변호사와 부사장 유력 후보인 김경중 전 비알코리아 부사장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장 유력 후보인 엄 전 MBC사장이 강원랜드 사장이 되고 MBC 정치부장 출신의 김 전 비알코리아 부사장이 부사장에 선임되면 강원랜드의 경영진은 MBC 출신이 차지하게 된다.

경영진 공석의 문제는 사장, 거기에 부사장의 취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경영진 선임 시기와 맞물려 전략기획본부장, 레저본부장과 안전관리실장, 건설관리실장이 모두 임기가 끝나게 된다. 경영지원본부장과 카지노본부장은 이미 지난 6월 임기가 종료됐다. 그러다보니 사장과 부사장이 외부인사로 교체되고 임기가 끝난 임원들이 떠나게 되면 업무파악 등의 문제로 강원랜드의 경영공백은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인사는 “사장과 부사장이 모두 특정학교 출신이나 특정 기관에서 함께 근무한 사람이 되는 불행한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가장 어려운 시기인 점을 감안해 역량 있는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조 간부는 “올해 대폭적인 복지축소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된 상황을 감안해 부사장의 내부승진을 기대한다”며 “경영진의 장기공석으로 노사관계도 최악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강원랜드의 복잡한 내부 사정으로 인해 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위기의 강원랜드 해결책은 무엇인가

직원들의 도 넘은 비위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강원랜드의 빈 경영진 자리부터 채워야 한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유력 후보들은 강원랜드의 위기를 타파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그렇다면 강원랜드를 구할 해결책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강원랜드의 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는 내부인사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경영진으로 취임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비전문가가 경영진 자리에 앉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장, 부사장 선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박종철 강원랜드 소액주주협의회장은 지난 22일 춘천지방법원에 ‘강원랜드 사장 공모절차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날 박 회장은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를 통해 “윤상직 산자부 장관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강원도 출신이면서 유능한 분을 강원랜드 사장으로 하다보니 인선이 늦어졌다. 현재 사장선임에 대한공모절차는 완료됐고 다음날 중순까지 사장이 선임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지적했다. 면접심사에 앞서 주무기관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정치적 내정설을 뒷받침한다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이어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심사결과를 토대로 면접심사를 통과한 4명의 부적격한 후보자 가운데 피신청인 사장이 선임될 경우 자율경영 내지 책임경영 경영의 합리화 효율성과 투명성 및 대국민 서비스 제공 등 강원랜드의 존립 목적과 향후 경영목표를 전혀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폐광지역 내국인 출입의 독점적 의존에서 탈피해 대한민국 강원랜드 나아가 세계 속의 리조트로 발전하기 위해 리조트 전문가가 사장으로 선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jhooks@ilyoseoul.co.kr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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