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집 자식이 더해” 타락한 강남 보이즈
“있는 집 자식이 더해” 타락한 강남 보이즈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8-01-16 10:24
  • 승인 2008.01.16 10:24
  • 호수 716
  • 3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약에 성폭행까지…무서운 도련님들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에게 속칭 ‘물뽕(신종 환각제·GHB)’을 먹여 집단성폭행한 20대 5명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7일 술집에서 만난 여성 두 명에게 약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간 등)로 장모(21)씨와 함모(21)씨, 유모(21)씨 최모(21)씨 등 네 명을 구속했다. 명문 사립대 논술 시험 일정으로 뒤늦게 조사한 공범 박모(21)씨에 대해선 하루 늦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대기업 간부와 서울대 교수, 대형약국 약사 등을 아버지로 둔 서울 강남의 부유층 자녀였다. 또 이들 중엔 연예기획사 소속 모델도 섞여있어 충격을 준다. 돈과 마약에 젖은 ‘무서운 도련님’들의 밤놀이를 들여다보자.

장씨 등 다섯 명은 고등학교 시절 같은 학원을 다니면서 알게 된 동네친구들이다. 평소에도 죽이 잘 맞는 5총사였다. 이들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출석도장(?)을 찍으며 다닌 서울 서초동 N클럽으로 향했다. 무대에서 춤을 추던 정모(25·여)씨 등 2명을 만난 것은 새벽 1시 쯤. 모델이 섞인 그들의 미끈한 외모와 풍기는 ‘돈 냄새’는 여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물뽕’ 먹이고 마수 뻗쳐

헌팅으로 정씨 등을 테이블에 앉힌 5총사는 리더격인 장씨를 필두로 술잔을 돌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이들이 필요했던 건 단순한 술상대가 아니었다. 5총사는 인터넷에서 사들인 환각성 최음제, 속칭 ‘물뽕’을 여인들의 술잔에 조금씩 흘려 넣었다. 무색무취의 물뽕은 술에 타서 마시면 곧장 정신을 잃을 정도로 효과가 세다. 10분도 채 안 돼 정신을 잃은 정씨와 또 다른 여성은 그들 품에 안겨 근처 모텔 방 침대에 던져졌다.

모든 것은 5총사의 계략. 경찰조사에서 장씨는 미리 방 예약까지 해둬 ‘광란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약에 취해 쓰러진 정씨와 또 다른 여성을 돌아가며 성폭행했고 그녀들의 명품 핸드백과 현금 4만원 등도 챙겼다. 혹시라도 신고를 막기 위해 여인들의 알몸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두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피해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의 악몽’이었다.


지난해 9월도 ‘여자사냥’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모텔방범용 CCTV를 통해 장씨 등 용의자 인상착의를 확보하고 검거에 나섰다. 결국 클럽관계자와 손님들을 차례로 탐문, 장씨 등 5총사의 꼬리를 잡은 경찰은 이들이 여러 번 같은 수법으로 ‘사냥’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지난해 9월에도 또 다른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 했으나 이 여성이 구토를 심하게 해 미수에 그쳤다. 또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동의 한 모텔에서 역시 정신을 잃은 외국인여성을 강간 또는 추행한 정황도 드러났다. 장씨 등 5총사의 휴대폰에서 젊은 여
성들 나체사진을 발견된 것이다.

서초경찰서는 “구속된 장씨 등에게 압수한 휴대전화에 신원을 알 수 없는 외국인여성의 알몸사진이 나왔다.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해 계속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5총사, “우린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경찰에 붙잡힌 뒤 범행일체를 자백했던 장씨 등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수사관들을 남감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물뽕 구입사실은 물론 성폭행혐의까지 모두 ‘모르는 일’이라며 잡아떼고 있기 때문이다. 장씨 등은 “서로 합의해 성관계를 가졌다. 물뽕 같은 걸 산적도 없다.

여자들이 술을 마시고 취했던 것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오히려 여성들이 돈을 노리고 허위신고를 한 꽃뱀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구속된 용의자 중 한 명인 함씨가 마약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고 피해 여성들이 장씨가 준 술을 마시자마자 정신을 잃었다고 주장을 거듭하고 있어 모든 혐의를 벗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뽕’은 강간범 필수 아이템?

범죄에 쓰인 ‘물뽕(GHB)’은 최음제의 일종이다. 유럽에선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ugs)’로 불린다.

맛과 냄새가 없고 투명해 외국에서 성폭행범죄에 악용돼왔다. 음료수나 술에 몇 방울만 타 마시면 10~15분 안에 효과가 나타나 3~4시간 동안 지속된다.

특히 마시는 순간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하루면 약물이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므로 관련 범죄에서 증거를 찾는 것도 힘들다.

문제는 물에 소다, 소금,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화학약품 몇 가지만 섞으면 일반인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물뽕을 만들어 인터넷으로 유통시킨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들린 사건이 있었다.

컴퓨터 정비기술자 이모(37)씨는 사무실에서 물뽕 3.7리터(시가 6천5백만원 상당)를 만들어 인터넷에서 판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에게 물뽕을 산 사람들은 서울 강남에 사는 100억원대 재산가와 전문직 회사원 등 부유층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술이나 음료수에 섞어 먹이면 여성과 쉽게 잠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광고문구를 보고 구입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작은 병 하나에 50만원의 비싼 값에 팔리는 물뽕의 인기(?)에 힘입어 가짜도 판치고 있다.

일부 가짜판매상들이 식염수나 콘택트렌즈 세척액을 물뽕으로 속여 팔고 있는 것. 그럼에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넘쳐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