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동원 물고문·전기고문으로 초주검

경찰은 이씨가 처음엔 혼자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씨 진술과 어긋나는 점을 수상히 여겨 이씨를 추궁하자 폭력배들 개입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에 앞서 ‘이들이 조직폭력배인지 단순 폭력가담자인지는 확실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씨 진술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폭력배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씨가 동업자였던 박씨를 폭행한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이씨는 5년여 전 프로그래머인 박씨를 만나 그가 8년에 걸쳐 개발한 야간적외선 CCTV카메라사업에 투자하기로 하고 20여개월간 업그레이드자금 등 17억여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상품개발은 자꾸 늦어졌다. 결국 외국에서 성능이 향상된 유사제품들이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박씨가 개발했다는 기술은 중국제품을 모방한 것으로 신기술이라고 할 게 전혀 없었다는 것.
속았다고 생각한 이씨는 “카메라사업이 성공하기 힘들고 기술도 낡은 것이니 더 이상 동업할 수 없다”며 박씨에게 투자금을 되돌려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씨는 카메라의 상품화를 위해 투자금 일부를 썼고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자금 반환을 미적거렸다.
조용한 산에서 고문 자행
이에 이씨는 법을 통해 투자금과 손실금액을 강제 회수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박씨 부부 재산규모를 확인해본 결과 돈을 갚을 능력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투자금회수가 어렵다고 느낀 이씨는 분개한 나머지 ‘초강력 조치’를 취하기 위해 지방출신 조직폭력배 두 명을 끌어들여 폭행계획을 꾸몄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1월 “일본인 바이어에게 제품설명을 해줘야 한다”며 박씨를 가평군에 있는 한 자연휴양림 내 팬션으로 유인했다.
박씨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대로 따라갔다. 펜션에 도착해 맑은 공기에 취해있던 박씨의 악몽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곳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두 명의 폭력배는 펜션방 안으로 들어서는 박씨를 급습했다. 이어 그를 안방으로 끌고 가 테이프로 손발을 묶고 눈을 가린 뒤 두 시간 동안 둔기로 무차별적으로 때렸다.
폭행 중 이씨 일당은 박씨에게 사기꾼이라며 ‘돈을 내 놓으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박씨는 결코 사기가 아니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런 박씨 태도에 이들은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엔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번갈아 가하기 시작했다.
20억원 약속어음 작성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박씨를 공포에 떨게 했던 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이씨는 폭행 중 박씨 가족을 촬영한 사진을 꺼내들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은 폭력배들이 박씨 아내와 유치원생 아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교통사고로 위장, 죽여버린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이씨는 폭력배들과 동업자 박씨를 데려가 폭행하는 것도 모자라 물고문과 전기고문까지 했다. 이로 인해 박씨는 전치 5주의 상해를 입어야 했다.
또 이씨는 폭행과정에서 “20억원 상당의 약속어음을 작성하고 차량매도서류에 서명하라”고 강요한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할 수 없이 어음을 작성한 박씨는 전세자금을 가압류 당하고 집기류도 공매처분 됐다.
한편 경찰은 폭행에 가담한 폭력배 두 명을 쫓고 있으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2명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언론에 사건이 알려지면서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렸다”고 전하면서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계속 하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구속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유명탤런트인 H씨의 첫 남편으로 잘 알려진 이씨는 딸 하나를 두고 있으며 20대 말 집안에서 독립했다. 그는 제화회사 주식지분은 없다.
#에스콰이어 2세, 나도 억울한 피해자
이모씨의 법률대리인인 권용석 변호사는 지난 7일 폭행 피해자인 박모(42)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박씨가 ‘야간 적외선카메라와 데이터압축에 대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며 접 근해와 기술이전료 8억원을 포함해 20억원을 투자했지만 모두 거짓말이었다. 지금까지 입은 손해에 대해 곧 박씨를 고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씨는 박씨가 제시한 기술의 개발·판매회사를 세웠으나 기술이 ‘가짜’로 확인되면서 직원들에게 수 개월분 임금을 주지 못하는 등 지난 11월부터 폐업한 상태라고 권 변호사는 전했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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