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학위 둘러싼 진실게임 2라운드
신정아 학위 둘러싼 진실게임 2라운드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8-01-03 09:51
  • 승인 2008.01.03 09:51
  • 호수 714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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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는 가짜 그러나 서명은 진짜?
신정아 교수가 동국대에 제출한 학위증명서. 예일대측은 지난해 7월 이 증명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가 최근 번복했다. 이 증명서는 예일대가 사용하는 증명서 서식과 달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왼쪽) 예일대의 진짜 학위증명서. 예일대측이 평소 사용하는 편지 양식의 학위증명서에는 당사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생년월일이 표기돼 있지 않다.(가운데) 예일대측이 최근 동국대에 보내온 것으로 밝혀진 진본 확인 서신. (오른쪽)

2007년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신정아(36ㆍ여)의 허위학력 진실공방이 또다시 점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예일대 쪽에 의해 ‘가짜’라고 확인된 신씨의 학위증명서가 예일대 현직 부학장이 보낸 ‘진짜’로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동국대는 지난 12월 27일 신씨의 학력위조와 관련, “예일대가 2005년 9월 22일 동국대에 보낸 학위증명 확인서의 예일대 대학원 부학장 파멜라 셔마이스터 교수 서명은 진짜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예일대는 지난해 신씨의 허위학력파문이 확산될 때 신씨의 학위증명서 진위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동국대 요청에 대해 “셔마이스터 교수 서명은 위조된 것이며, 팩스는 가짜”라고 공식확인한 바 있다. 이에 학교 안에 신씨의 비호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돼 동국대는 난처한 입장에 몰리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신씨의 허위학력 파문과 관련, 예일대 입장변화에 따른 미스터리를 집중 점검해 본다.


예일대 말 바꾼 진짜 이유는 무엇?

신씨의 학위증명서에 대해 ‘가짜’라고 밝혔던 예일대가 지금에 와서 ‘진본’이라고 밝힌데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일대가 말을 바꾼 이유가 석연치 않은 까닭이다.

동국대에 따르면 예일대는 ‘부학장의 바쁜 업무로 일에 착오가 생겼다’고 그 이유를 해명했다. 이에 일부에선 예일대의 무책임하고 구멍난 학위검증시스템을 도마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예일대를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이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다국적 학생들이 다니는 예일대에선 학위증명서류 발급이 일상화돼 있어 그 형식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돼있다는 것. 올 7월 팩스문서 진위를 가려 달라는 동국대 요청에 예일대는 “가짜”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일부 동국대 관계자들과 국내 언론은 “제대로 조사 않고 예일대가 가짜로 단정 지었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예일대 졸업자로 모 대기업 연구원으로 있는 한 인사는 “예일대가 즉각 답한 것을 두고 확인요청에 무성의 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그쪽 (예일대) 시스템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예일대의 학위관련공문서는 기본적으로 진위여부를 쉽게 가릴 수 있도록 돼있다. 답변이 빨랐다면 그만큼 눈으로 보기에도 서식이 엉터리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의 말대로라면 예일대가 지금에 와서 진본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예일대는 문서자체를 진본이라고 한 것인지, 아니면 셔마이스터 부학장 서명만이 진짜라고 밝힌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또 동국대의 이번 발표도 그대로 믿기엔 무리가 따른다. 신씨가 동국대에 낸 예일대 학위증명서 서식과 실제 예일대에서 쓰는 서식이 다른 까닭이다. 서식은 다르고 부학장 서명만 같을 뿐이다. 이것만으로 예일대가 진본이라고 입장을 뒤집었다는 동국대 주장은 어딘가 석연찮다.

또 셔마이스터 부학장 서명이 맞다고는 하나 이 서류원본에 대한 필적감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서명위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 정확한 진실규명을 위해선 예일대 확인이 필적감정에 따른 결과인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셔마이스터, 브로커에 학위장사 했나

신씨의 동국대 교수임용을 두고 셔마이스터 부학장과 신씨, 브로커 간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예일대 대외협력처 길라 라인스틴 부학장은 위조학력논란이 불거졌을 때 “팩스문서는 구내문구점 등에서 산 종이로 위조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를 미뤄 볼 때 커넥션의혹이 허무맹랑한 추측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예일대가 다시 입장을 뒤집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신씨가 미국으로 도피 중 브로커와 만나 예일대 쪽 인사와 접촉, 모종의 일을 꾸몄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이번 예일대의 수상한(?) 입장 번복이 바로 그것이다.

동국대도 이를 감안, “단순한 행정착오로 추론하기엔 무리가 있다. 셔마이스터 부학장과 제3자 간 공모여부를 가려달라고 예일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예일대 출신인사는 “국내 대학교 학위증명서가 위조하기 쉽다고 생각 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예일대는 세계적 대학교로 꼽히므로 학위증명서관리가 아주 철저하다. 예일대 모든 공문서엔 진위여부를 가릴 수 있는 장치가 돼있다. 지질이 일반종이와 다르고 서식도 정해져 있다. 또 공문서 크기도 일반서류와 달라 쉽게 구별된다. 내 상식으론 이번 같은 일은 예일대에서 있을 수 없다”고 단정지었다.


예일대 학위 조회, 왜 팩스만 통했나

동국대에 따르면 신씨 학위검증과정에서 주로 쓰인 것은 팩스였다. 동국대가 등기서신을 보냈음에도 예일대는 팩스로 답해왔다고 동국대는 밝혔다.

이 점도 의혹을 부추기는 미스터리다. 기본적으로 사실 확인을 필요로 하는 과정에는 공문서가 오가는 것이 거의 모든 나라의 공통점이다.

미국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동국대에서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사실확인을 요청한 데 대해 예일대가 팩스 한 장만 보냈다는 동국대 주장은 쉽게 믿기 힘들다.

또 동국대의 엇갈리는 입장도 수상쩍다. 신씨의 허위학력파문이 한창일 때 동국대 고위관계자는 “누군가 가짜확인서를 팩스로 대신 보냈더라도 우편으로 보낸 요청서에 대한 공식답변서가 왔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는 가짜확인 답변에 앞서 진짜라고 확인한 팩스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신씨의 학위증명서가 진짜임을 확인하고 그를 채용했다며 팩스를 믿었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이다. 허술한 인사에 대한 일종의 책임회피 의도로 엿보이는 부분이다.

동국대가 왜 인터넷이나 관계자 직접통화 등 쉬운 방법을 뒤로하고 굳이 예일대와 팩스교환만 한 것인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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