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과 분노로 말하는 2007 대한민국
스캔들과 분노로 말하는 2007 대한민국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7-12-27 13:55
  • 승인 2007.12.27 13:55
  • 호수 713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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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핫 이슈’ 그 이후…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 · ‘보복폭행’ 혐의로 경찰에 소환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 42일 만의 귀환’ 아프간 피랍자들의 기자회견 모습 · 33명의 희생자를 낸 미국 ‘버지니아 총격사건’ 현장 · ‘학력위조에서 권력비리까지’ 신정아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 국민성금으로 구출된 ‘마부노호’ 선원들 · 최악의 기름유출사고를 겪은 충남 태안의 봉사행렬.

2007년은 ‘다사다난’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사건사고로 얼룩진 한해였다. ‘대한민국호’ 선장을 뽑는 대통령선거를 끝으로 막바지에 치닫는 2007년 정해년. 한국사회를 뒤덮은 두 개의 키워드는 ‘스캔들’과 ‘분노’다. 올해를 뜨겁게 달군 핫 이슈들을 돌아보고 그 뒷 이야기를 좇아가 본다.


꽃동네 찾은 ‘보복 폭행’ 주인공

지난 3월 전국을 뜨겁게 달군 첫 번째 스캔들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 청담동 유흥업소종업원들에게 얻어맞은 둘째 아들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게 ‘사건’의 발단. 김 회장의 비뚤어진 부정은 한 달 넘게 은폐돼 오다 지난 4월 24일 첫 전파(?)를 탔다. 김 회장은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3
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 받았다.
법정에 선지 석 달 만에 귀국한 김 회장은 지난 12월 20일 연두색 앞치마를 두르고 꽃동네를 찾았다. 법원의 봉사활동명령을 뒤늦게나마 따른 것. 재벌회장이 치매노인들을 상대로 죽을 먹여주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는 모습은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안방으로 전해졌다.


신정아 “오빠와는 연인 사이”

올 가을을 강타한 초특급 스캔들의 히로인은 신정아. 2008광주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선임된 신씨의 미국 예일대 학력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대한민국은 학력위조 파문에 휩싸였다. 특히 알몸사진이 한 일간신문 1면에 오르고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폭로된 그녀는 ‘엘리트 꽃뱀’으로 치부됐다.

지난 1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마지막 공판에서 신씨는 “변 실장이 다이아몬드반지와 시계, 목걸이 등 4800여만원에 이르는 선물을 줬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 변 실장을 ‘오빠’로 부르며 연인사이임을 인정했다고. 영등포구치소에 ‘오빠’와 함께 나란히 수감된 신씨는 지난 21일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다.


‘외톨이’조승희 총격 사건

한편 2007년은 분노를 이기지 못한 납치, 살해가 연이어 기승을 부렸다. 미국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버지니아참사’는 33명의 희생자를 내 미국 내 최악의 뉴스로 선정됐다. 사건을 일으킨 한국인 조승희는 범행 직후 자살했다. ‘은둔형 외톨이’로 비뚤어진 왕따의 전형을 보여준 그의 실명과 얼굴이 공개된 뒤 그의 가족들도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그의 부모는 버지니아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누나는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국무부와 관련된 회사에 취직한 직장인이다. 누나 조선경씨는 AP통신에 영문으로 된 사과문을 보내 동생의 죄를 씻었다.

현재 조씨 가족은 언론의 추적보도를 피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다. 선경씨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누가 우리
가족들에 대해 물어도 대답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래반 납치범 6인 기소중지

'버지니아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문화와 인종을 뛰어넘은 분노가 대한민국을 덮쳤다. 최근 SK컴즈가 발표한 '최악의 뉴스' 1위에 오른 아프간 피랍사태가 그것이다. 지난 7월19일 아프간 가즈니주 도로에서 샘물교회 목사와 봉사단원 23명이 납치돼 두 명이 살해되고 나머지는 42일 만에 풀려났다.

정부는 최근 피랍관련비용 5700만원을 샘물교회에 청구해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수원지검 공안부는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를 살해한 혐의로 탈레반 아마디 대변인 등 6명을 기소 중지했다. 검찰은 이들 조직원 6명이 현지당국에 붙잡힐 경우 국내 법정에서 처벌받을 수 있도록 인도요청을 할 계획이다.


태안 봉사 나선 ‘마부노호’선원

한편 아프간피랍사태 이상으로 국민들 마음을 울린 소말리아 납치선원들의 의미 있는 발걸음이 눈길을 끌었다. 해적에 납치됐다가 180여일 만에 풀려난 ‘마부노호’ 선원들은 지난 13일 기름유출로 폐허가 된 태안에서 봉사활동을 자처했다. 지난 11월 4일 국민의 성금으로 구출된 뒤 부산 고신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들은 “은혜에 보답 하겠다”며 방제작업에 참여했다.


태안 참사…봉사자 노린 사기 극성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을 분노로 몰아넣은 건 ‘오일쇼크’다. 지난 12월 7일 태안 유조선사고가 터진 뒤 수만의 자원봉사자가 태안으로 향했다. 마치 ‘제2의 금모으기 운동’이 떠오를 정도다. 지난 19일 ‘20년짜리 대형 참사’를 일으킨 5명의 형사처벌이 확
정됐고 사건의 책임은 삼성중공업과 유조선 모두에게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태안 자원봉사단원들을 상대로 한 네티즌이 사기행각을 벌인 게 드러나 충격을 줬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이웃사랑 봉사단’ 회원인 박상정 씨 등 5명은 지난 20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카페운영자 권모씨를 횡령혐의로 고발했다. 권씨는 1인당 1만5천원씩을 모아 태안봉사활동을 나서기로 한 지난 19일 300여 회원이 낸 회비 일부를 갖고 잠적 한 것. 피해를 입은 한 중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봉사에 참여하려 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봉사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냐”며 허탈한 심정을 게시판에 털어놨다.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기억에 오래 남기 마련이다. 무자년 새해엔 보다 따뜻한 뉴스로 대한민국이 웃음 짓길 기대한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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