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만 오시면 됩니다. 여자분 원함”

한집에서 같이 살지만 연인도 아니고 부부도 아니다. 수상한 그들의 정체는 하우스메이트. 하메, 룸메 등 중계사이트 등을 통해 만나 맺어진 그들의 계약서에는 성관계 조항까지 있다. 하우스메이트가 대학가와 사무실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룸메이트 형태의 동거는 있었지만 단순히 월세를 절약한다는 목적의 하우스메이트는 특이한 경우이다. 그것도 대부분 이성간의 동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들과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 남성의 경우는 비는 공간도 활용하고 이성간 관계도 즐기니 손해 볼 것이 없고, 여성의 경우는 방세도 안내고 혼자 사는 것 보다 안전하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법으로 보장 받기 힘든 수많은 피해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중계사이트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우스메이트 풍속도를 파헤쳐본다.
과거 결혼을 전제로 한 계약 동거와는 달리 단지 생활비 절약 등을 이유로 한 집이나 한 방에서 같이 생활하는 동거커플이 늘고 있다.
서울지역 대학가와 사무실이 밀집한 강남 등 주변 부동산에 따르면 전세 주택으로 계약한 뒤 방 한 칸을 나눠 쓰는 ‘하우스메이트’란 신 동거문화가 대학가와 사무실 밀집지역 주변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이성 동거자를 구하는 이들은 동거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것일까.
이에 동거를 하는 사람을 직접 한 번 만나보기로 했다. 지난 17일 기자는 인터넷 카페를 수소문해 동거를 하고 있는 박미정(가명·21)씨를 만나봤다.
‘돈 된다’ 중개사이트 성업 중
박씨는 “처음에는 하숙이나 자취를 하다가 경제적인 이유로 ‘하메’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가에는 이성 ‘하메’를 찾는다는 내용의 글이 나붙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어차피 전세로 살고 있고, 혼자 사는 것 보다 일단 지출이 줄어 이익인 것 같다”며 “대학가 주변의 발바리 등 성범죄가 늘고 있는데 그런 안정성까지 확보되니 일석이조”라고 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같은 신 동거문화는 동거 트랜드라 부를 만큼 사회적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는 지역별로 회원 수가 수천 명에 달하는 ‘하메’등의 동거 사이트가 성행 중이다.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하메’로 검색한 결과, 수십여 개의 유료 사이트가 노출됐고 회원인 대학생이 이성을 찾기 위해 올린 글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동거를 시작한 C대학의 이수진(여·21)씨는 “뉴스에서 혼자 사는 여대생들을 상대로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고도 하고 남자도 매너가 있어 동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촌대학가 인근의 부동산 관계자는 “성관계 조항 등을 법적으로 보증할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사람이 꽤 된다”며 “자취촌은 동거촌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양은 모르는 사람과의 갑작스런 동거상황을 갖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과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흥미롭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동거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하메’를 즐기는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모두가 ‘짜릿’ 하지만은 않다. 서로간의 인간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거가 이뤄지는 ‘하메’는 오히려 씁쓸한 피해를 안겨주기도 한다.
강남구 개포동에 살고 있는 회사원 김선희(가명·26)씨는 지난 2005년 처음 본 남성과 약 1년 반 동안 동거를 했다. 이들은 중개사이트를 통해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김씨는 생활비를 줄일 겸 ‘하메’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하메’는 김씨가 생각하는 만큼 밝지 않았다. 김씨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05년 6월 동거가 시작된 후 자연스레 두 사람은 성관계를 갖기 시작했다.
그러던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김씨는 자신이 임신 3개월임을 알게 됐다. 이에 김씨는 남성에게 임신사실을 이야기 했고 아이를 원치 않던 남성은 김씨에게 임신중절을 요구했다.
결국 임신중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난 2005년 10월 김씨는 또 한 번 임신을 하게 됐다.
임신중절을 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이때도 역시 남성은 김씨에게 임신중절을 요구했다. 김씨는 그때서야 ‘동거를 시작한 게 잘못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 박시향(가명·26)씨는 처음 만난 사람과의 동거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단순한 호기심에 처음 본 사람과 동거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 말리고 싶어요.”
박씨는 “나도 인터넷을 통해 만난 남성과 ‘동거’를 해봤다”며 “하지만 돌아온 것은 망가진 몸과 잊고 싶은 추억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박양의 설명에 따르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일반 회사원이라 밝힌 동거남은 알고 보니 전라도에 적을 두고 있는 조직폭력배였던 것이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박씨는 동거를 파기하려 했으나 동거남의 압력에 한번 시작한 생활을 접을 수 없었다.
망가진 몸, 잊고 싶은 추억
“동거를 하는 동안 자살 생각도 했어요. 그가 스스로 떠나지 않았다면 일을 저질렀을 지도 몰라요.” 호기심에 시작한 ‘동거’가 얼마나 무서운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여러 가지 피해사례에도 불구하고 ‘하메’ 중개사이트들이 늘고 있고 피해예방에 무관심한 것은 이들은 짧은 기간 파트너를 바꾸는 경우가 많아 수수료(10만원 이상) 수입이 짭짤한 것도 한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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