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거품 확 뺀 ‘텐프로급’ 룸살롱 등장

연말을 맞아 텐프로 룸살롱의 세포분열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최근 룸살롱 술값에서 40%나 싸게 즐길 수 있는 텐프로급 룸살롱이 등장, 유흥주당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름 하여 세미텐이 바로 그곳이다.
세미텐은 텐퍼블릭이라고도 불린다. 이름만큼이나 운영시스템이 독특하다. 룸살롱 수익에서 업소 영업상무가 가져가는 속칭 ‘와리’를 과감히 잘라내 그 부분을 술값 할인으로 연결시켰다. 말하자면 술값의 거품을 뺀 셈이다. 값이 싸다고해서 아가씨들 질을 떨어뜨린 것은 아니다. 아가씨들 ‘수질’은 최하 ‘쩜오’급 이상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값은 대폭 떨어지고 수질은 그대로 유지되다보니 손님들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다.
룸살롱이 운영구조를 과감히 개선, 값을 떨어뜨린 것은 불경기 탓도 있다. 그보다는 손님들이 룸살롱 운영구조에 대해 더 이상 무지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손님들은 더 이상 거품이 낀 술집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손해 보는 장사가 없듯 손해 보는 구매도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강남 룸살롱 업계에서 세미텐이 새로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세미텐이 텐퍼블릭이라 불리는 이유는 대중화된 텐프로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층을 한정짓다보니 요즘 같은 불경기엔 매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업주들이 지난날의 자존심을 버리고 과감히 구조개혁을 단행한 게 세미텐의 탄생배경이다.
세미텐의 전략적 핵심은 최상의 수질에 최하의 값이다. 하지만 업계 현실상 이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값을 낮추기 위해선 아가씨들 몸값과 구좌들 몸값 등이 장애물로 겹겹이 쌓여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수질과 영업이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유흥업계의 고질적 구조다.
그렇다면 세미텐은 어떻게 이 난제를 풀었을까. 해답은 다이렉트시스템에 있다.
손님들, 룸살롱 이윤구조 훤히 알아
최근 금융권이나 보험업계는 고객과 다이렉트로 연결, 수수료 등을 낮추는 이른바 다이렉트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세미텐의 다이렉트 시스템 역시 이 방식과 비슷하다. 손님과 업소간의 중간단계인 상무를 아예 없애고 상무에게 들어가는 ‘와리’를 줄였다.
일반적으로 와리는 그 기본선이 순이익의 40% 선이다. 이 금액을 술값 할인으로 돌려 손님들에게 값싸게 제공하는 것이다.
유흥업계 한 대표에 따르면 룸살롱은 보통 사장-구좌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고 한다. ‘구좌’란 ‘상무’ ‘전무’ ‘실장’ 등으로 불리는 영업 인력을 뜻한다. 손님이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고 술값을 계산하면 대부분 여기엔 구좌 몫의 영업이익이 들어있다.
서울 강남 세미텐의 선두주자격인 S룸살롱의 김모(43) 사장은 “과거와 달리 이젠 손님들이 룸살롱구조에 대해 업계종사자들 보다 더 잘 안다. 룸살롱운영이라는 게 복잡한 것 같아도 조직이 작다보니 의외로 단순한 면이 있다. 손님들은 이제 룸살롱 술값이 비쌀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인터넷 등을 살펴보면 손님들은 룸살롱이 폭리를 취해왔으며 운영구조를 고쳐 술값을 낮춰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분위기”라고 전하면서 “이 때문에 업주들이 운영구조를 고쳐 술값 거품을 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S룸살롱은 술값 거품을 뺀 뒤로 매상이 더 나아졌다는 것. 김 사장은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해보이겠다는듯 휴대폰을 내밀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엔 룸을 예약하겠다는 문자로 봇물을 이루고 있었다.
업소운영 8년차인 김 사장은 “손님들을 직접 상대하다 보니 지금처럼 바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손님관리와 더불어 불필요한 과정을 줄여 업소가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 같아 지금 시스템에 만족 한다”고 말했다.
직거래 시스템으로 업소 신뢰도 증가
S룸살롱의 직거래방식이 서울 강남지역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이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거나 검토 중인 업소가 늘고 있다. 또 이 시스템은 업주 뿐 아니라 손님들에게도 큰 만족도를 주고 있다. 손님들 역시 업주와 바로 연결, 업소를 이용하므로 다른 업소들보다 훨씬 믿음이 간다는 반응이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세미텐업소도 마찬가지다. 강남의 또 다른 세미텐업소인 P룸살롱은 손님들과 직거래방식을 더욱 원활히 하기 위해 원가대비 마진률을 공개하고 있다.
P룸살롱의 최 모 사장은 “유흥업소 술값에 대해 소비자들이 부정적 시각을 갖는 것은 비싼 값보다 투명하지 못한 가격제도 때문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상품이 그렇듯 공장도가와 소비자가가 투명하게 제시되고 있고, 고객들은 소비자가격의 정당성을 알고 있다.
룸살롱도 이젠 그렇게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이어 “유흥산업은 술장사라기보다 서비스장사다. 확실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값을 제시하는 게 추세”라고 진단하면서 “이에 우리는 손님들에게 투명하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값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략은 손님들에게 통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손님들은 투명성을 원한다’는 최 사장의 분석은 딱 맞아떨어진다. 인터넷 유흥문화사이트 등에서 P업소에 대한 서비스정보를 주고받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한편 유흥업소 상무제도가 없어진 배경엔 술값의 거품제거 목적도 있지만 그 보다는 영업에 대한 활용도가 떨어진 것도 깔려있다. 인터넷발달로 영업상무들 활동보다는 입소문이나 인터넷게시판을 통한 손님들의 직접적인 평가가 영업매출을 크게 좌우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엔 영화홍보마케팅은 포스터제작과 예고편제작, 카피 완성도가 거의 전부였으나 이젠 다르다. 포털사이트 등에 마련된 영화코너에서 제공하는 관람객들의 별점평가와 평론 등이 흥행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이처럼 네티즌들 힘이 강해지면서 유흥업소 또한 네티즌의 영향력을 벗어나긴 힘들다. 아무리 영업상무 활동이 커도 소비자들의 직접평가를 당해내기 힘든 시대가 된 것이다.
#유흥업소에도 ‘가짜’가 판친다
얼마 전 산업용 에탄올을 이용, 27억원 상당의 가짜양주를 만들어 팔아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가짜술 제조업자들은 식용으로 쓸 수 없는 산업용 에탄올에 색소 등을 첨가, 가짜양주를 제조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업자들은 룸살롱을 비롯해 호스트바, 나이트클럽 등에 가짜술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술병, 박스, 정품라벨 등을 정교하게 위조해 전문가들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이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양주 원가는 천원쯤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가짜양주를 마시면 음주 다음날 심한 숙취에 시달리며 위장장애와 간기능 손상 등 사람 몸에 심각한 위험까지 불러온다. 하지만 은밀히 만들어진 이런 가짜양주가 유흥업소에 대량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가짜양주제조와 더불어 유흥업소의 남은 술 재활용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업소 근무경험이 있는 이들의 전언에 따르면 나이트클럽 등에선 손님들이 먹다 남은 맥주를 다시 모아 빈병에 부어 새 맥주로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시키기도 한다는 것.
이밖에도 유흥업소에 마련된 담배도 주의대상물이다. 중국산 가짜담배가 떠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이런 담배는 국내에서 만드는 담배를 그대로 본떠 만든 것으로 니코틴과 타르 함유량이 정품보다 훨씬 높고 독성물질도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가짜 술 담배에 대한 집중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눈으로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고 단속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게 그 이유다. 따라서 현재로선 이용자들이 가짜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익히고 현장에서 가리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서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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