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정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경옥고·공진단’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 커
[김준정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경옥고·공진단’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 커
  • 김준정 원장
  • 입력 2014-10-20 14:40
  • 승인 2014.10.20 14:40
  • 호수 1068
  • 5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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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병은 여름에 미리 다스린다는 뜻의 ‘동병하치’란 말이 있다. 우리 몸은 병이 되기 전에 미리미리 몸을 준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대체로 면역력 증강을 위해 ‘홍삼’을 떠올린다. 홍삼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 덕분에 보약으로 대표되는 한약시장이 줄었다고 울상을 짓는 한의사들도 있다. 하지만 전문적인 한의학 지식 없이 모기업에서 받은 교육에만 의존해 일반인들에게 복용을 권하게 되면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자신의 체질에 맞춰 제대로 처방된 한약을 드셔보신 분들이라면 홍삼은 한약이 아닌 보조 식품이란 것을 알 것이다. 많은 한의사들이 홍삼을 굳이 환자들에게 쓰지 않는 것은 홍삼이 맞지 않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약재와 단독으로 비교했을 때 홍삼보다 저 비용으로 더 나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약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홍삼은 만들어 지는 과정 중에 생삼의 사포닌성분은 더 높아지고 독소가 줄어든다.

한의원에서는 홍삼보다는 경옥고를 권한다. 동의보감을 살펴보면 경옥고는 정이 부족한 것을 보충해 골수를 돕고 근골을 튼튼하게 해 모든 병을 예방하는데 사용하는 처방이라고 돼있다. 경옥고는 인삼, 생지황, 백복령, 꿀 등의 약재가 물 한 방울 첨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3일을 달이고 1일 식혀야 한다. 또 2일을 달이고 1일을 식혀 꼬박 1주일간의 공을 들여야 한다. 이런 군신좌사 배오를 통해 더욱 귀한 처방이 된다. 군신좌사 배오란 임금이 되는 주약재의 필요한 효과를 높이고 불필요한 효과는 줄여 서로 조화돼 부작용이 없게 몸에 작용하게 하는 처방의 원칙이다.

그 과정에서 인삼은 홍삼 그 이상의 효능을 갖게 된다. 생지황은 체액의 형성과 혈액의 조성 및 영양물질의 축적을 도와주는 인체의 효능과 음양의 균형을 이루게 한다. 백복령은 체내 독소의 배설작용과 정서적인 안정 작용 및 사고력 향상을 시킨다. 꿀은 강장제의 역할과 각 약재간의 균형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경옥고 자체를 변질 없이 저장해 주는 효능을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경옥고는 체질적으로 약한 사람의 비위 기능을 도와 식욕을 증진시킨다. 또 면역기능을 향상시키고 신진대사와 호르몬 기능을 도와 성장 발육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다. 아이와 노인에게도 부작용 없이 아주 좋은 보약으로 성장기 기혈부족증상이나 나이가 들어 몸의 진액이 마르고 양기가 떨어진 신체에 효능이 좋다.

‘보약 중의 보약’으로는 공진단(供辰丹)이 있다. 이 처방은 원나라의 명의였던 위역림이 황제에게 진상한 것이다. 실제 한약재 중에서도 고가의 희소성을 띄는 약재들을 엄선해 민들어 최고가에 해당한다. 공진단은 오장의 기능을 조화롭게 해 질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처방이다.

동의보감에는 공진단을 두고 ‘체질이 선천적으로 허약하더라도 이 약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원기를 튼튼히 하여 신수(腎水)를 오르게 하고 심화(心火)를 내리게 하므로 백병이 생기지 않을 것이니 이 처방으로 주치한다’라고 한다. 그래서 선천적으로 허약하고 질병에 자주 걸리는 환자의 질병 예방과 치료에 사용했던 약이다. 최근에는 건강관리 약으로 활용되며 그 인지도가 커지고 있다.

공진단에는 사향, 녹용, 당귀, 산수유 등이 주약재로 들어간다. 사향은 공진단의 핵심약재로 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정신적 중압감이나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에게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고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주는 효능이 있다. 또한 보약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녹용은 기운을 보강시키고 오장육부의 기능저하와 원기부족,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공진단은 만성피로와 소아청소년의 허약증, 잦은 감기 등 면역력 개선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당귀는 여자에게 좋은 약재로 혈을 보충해주고 순환을 도와주는 효능이 있다. 산수유는 신장 기능을 강화시켜 주어 소변장애, 성기능 장애 등에 도움이 된다. 근래에는 고가에 해당하는 사향을 대신 침향 등으로 바꿔 비용부담이 적은 공진단을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더 상급의 약재로 바꾸거나 추가해 더 효과가 좋은 공진단으로 제환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격의 고저를 막론하고 무엇보다 각자의 체질을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또 그에 맞게 처방이 내려지고 제환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무난한 보약으로 볼 수 있는 경옥고는 섬세한 두뇌형에게 맞다. 이런 체질은 식사량이 적고 몸이 마른 편이거나 빈혈 등의 증상을 동반한 약한 체력을 갖는다. 반면 공진단은 사업가적 두뇌형에 좀 더 맞는 처방이다. 이런 체질은 타고난 체력은 좋았으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거나, 업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하기에 그 스트레스 정도가 지나쳐 심화가 들끓는 유형이다.
한의학에서의 치료 목표는 기능을 잃지 않도록 계속 보강해 채워가는 것이다. 이런 보약을 한번 먹고 기운이 솟아나는 경우도 있지만 전문 한의사의 진료 하에 식생활관리를 병행하면서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가람한의원 김준정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김준정 원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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