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은 따로 있어” 오피스빌딩 주인 바뀌는 서울
“귀한 몸은 따로 있어” 오피스빌딩 주인 바뀌는 서울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10-20 12:15
  • 승인 2014.10.20 12:15
  • 호수 1068
  • 3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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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강남·여의도…도심 건물의 변화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최근 외국계 자본들이 서울 시내 주요 오피스빌딩들을 잇달아 사들이는 이유에 눈과 귀가 모이고 있다. 사실 외환위기 이후로 외국계 자본들이 도심권 프라임급 빌딩을 사들이는 것은 예삿일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의 이 같은 경향은 일반 건물 매각가격 하락과 공실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현상이라 주목받는 실정이다.

서울 시내 프라임급 오피스빌딩 매각에 외국계 자본이 몰리면서 매각가가 올라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투자청은 지난달 스테이트타워남산을 5300억 원에 사들였다. 또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홍콩 투자사 림어드바이저는 지난 6월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를 5000억 원에 매입했다.

앞서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기금(SOFAZ)은 을지로에 있는 파인애비뉴 A동을 지난 4월 4775억 원에 사들였다. 쌍둥이인 파인애비뉴 B동의 경우 국내자본인 코람코자산신탁이 지난해 4760억 원을 들여 인수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진행된 서울 시내 프라임급 오피스빌딩 매매거래는 19건이다. 그중 11건을 부동산펀드가 매수했고 외국계의 비율도 절반이 넘어간다. 국내 부동산펀드가 외국계 부동산펀드에 판 것도 상당수에 이른다.

또 부동산 종합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오피스빌딩 투자금액 1조9383억 원중 외국계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다. 외국계 자본이 서울 시내 오피스에 1조 원을 넘겨 투자한 것은 2011년 이후 3년여 만의 일이다.

뿐만 아니라 향후 있을 씨티은행 다동 사옥 매각도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 등 외국계 자본이 벌써부터 대기 중이다. 가격은 최소 3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라임과 A·B급 부익부 빈익빈 나뉘어

이들은 서울 시내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에만 몰리고 그 이하인 A·B급 빌딩에는 손대지 않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계 자본이 공실률이 거의 없는 빌딩만 집중적으로 사들였으며 새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매물은 쳐다보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로 인해 프라임급 미만 오피스빌딩의 매각가는 점차 떨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프라임급 미만의 일반빌딩 공실률은 10%를 넘어섰고 일부 지역에서는 공실률이 20%를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신규 오피스빌딩의 과잉공급과 프라임급으로의 집중, 그리고 전체적인 수요저하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 서울 근교에는 정부 주도 하에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IT 등 특정산업분야 임차인들의 탈(脫)서울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오피스빌딩의 공급면적은 2008년까지 연평균 50만㎡에 머물렀으나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평균 80만㎡으로 다소 과했던 것이 확인됐다. 최근 광화문 일대만 해도 올해 상반기 그랑서울, 하반기에 예정된 D타워, KT 올레플렉스 등 신사옥이 넘쳐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프라임급 빌딩 투자에서 손을 떼면서 그 자리를 외국계 사모펀드와 국내외 리츠가 대신하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취득·등록세 환수 이슈가 불거지면서 이들 자본에 대한 불이익이 커지면 투자자들이 다시금 바뀔 전망”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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