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 동서식품 ‘대장균 시리얼’ 충격
[소비자 고발] 동서식품 ‘대장균 시리얼’ 충격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10-20 12:04
  • 승인 2014.10.20 12:04
  • 호수 1068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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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장난질 못참아”…불매운동·집단소송

변명하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꼴 돼
초강도 수사 돌입…업계 긴장 ‘바짝’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동서식품(회장 김석수)이 ‘대장균 시리얼’ 파동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대장균이나 곰팡이에 오염된 불량 제품을 새 제품과 섞어 판매하다 적발돼 소비자들로부터 공분을 산 것이다. 과거에도 동서식품은 유사사고로 제조 정지·폐기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더욱이 동서식품은 “대장균군은 일상적인 미생물”이라고 해명해 소비자들의 분노에 부채질을 한 꼴이 됐다. 소비자들은 “돈벌이에 급급한 동서식품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아침식사 대용, 간식 등으로 인기가 많은 동서식품의 시리얼 제품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동서식품이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 제품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사실을 알고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재활용해 판매해온 것이다.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 외에 다이어트 시리얼로 알려진 다른 제품에서도 대장균이 발생됐다. 동서식품은 이 제품 역시 새로 만들어지는 시리얼에 불량품을 10%씩 투입하는 등의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동서식품 내부 제보자는 “품질 검사에서 불량이 나온 제품을 다시 생산 라인으로 되돌려 살균을 해서 내 보낸다”며 “이 중 일부는 새로 나온 제품과 섞기도 하는데, 불량 판정을 받고 두어 달이 지난 뒤에 이런 작업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직원들 사이에서는 “설탕 배합, 제조 결과 확인을 위해 맛을 봐야 하지만 재활용 작업을 하는 날에는 ‘오늘은 먹지마, 그거 한 날’이라고 말한다”고 폭로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1위 시리얼 제조회사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행위로 인한 배신감이 큰 것이다. 소비자 A씨는 “문제가 된 시리얼은 특히 어린이들이 많이 섭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기만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제품을 폐기하면서 생기는 손실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소비자에게 사기를 친 것”이라며 “먹거리로 이 같은 논란이 일어난 것도 화가 나지만 돈벌이에 급급한 동서식품의 모습을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이 같은 논란이 처음이 아닌, 세 번째라는 점도 소비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동서식품은 2010년 6월 ‘모닝플러스 든든한 단호박 후레이크’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돼 식약처로부터 유통·판매 금지와 함께 회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또 대장균군이 검출돼 논란이 됐다.

“모두 버리기엔 너무 많아”

동서식품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대장균 시리얼 논란이 일어나자 동서식품 측은 “문제의 소지가 없다”며 “대장균군은 생활 도처에 엄청 많이 있다. 오염된 걸 모두 버리기엔 너무 많아 적절한 열처리를 한 제품을 출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같은 동서식품의 태도는 불붙은 소비자들의 분노에 부채질만 한 꼴이 됐다. 현재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들어갔으며 동서식품의 상습적인 위생 불량 제품 판매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상황이 악화되자 동서식품은 논란이 일어난 지 나흘 만에 공식사과로 불끄기에 나섰다. 동서식품은 지난 16일 “제품을 애용해주신 고객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제품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식품 안전과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불량제품을 재활용했다는 사실과, 이것이 밝혀졌을 때 사과보다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데 대한 실망이 큰 것이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시리얼 제품뿐만 아니라 동서식품의 모든 제품을 사먹지 않을 것이다”며 동서식품 불매운동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또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는 관련 피해자를 모집해 법적 검토를 거쳐 소비자 집단소송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동서식품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시리얼 대장균군 논란이 발생하기 전날 1950원에 거래되던 동서식품 주가는 논란 직후 1200원으로 떨어졌다.

현재 식약처는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의 유통·판매를 잠정 금지시켰다. 이 밖의 3개 시리얼 제품도 추가로 판매금지 조치했다. 추가로 판매금지가 된 제품은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 ‘오레오 오즈’,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 등이다.

뿐만 아니라 동서식품 진천공장에서 제조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16개 제품을 모두 수거해 부적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결과 유통 중인 제품에서 대장균이 발견되면 전량 회수해 폐기하고, 식품위생법 위반혐의에 따라 행정 제재를 취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정부가 불량식품을 ‘4대악’이라 표현하며 먹거리 안전 강화 방침을 천명한 만큼, 관련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식품업계 위생논란 여파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뿐만 아니라 검찰에서도 불량식품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동서식품에서 일어난 대형 사건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업계는 긴장감을 놓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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