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배만 불린 재벌] 대상그룹
[자기 배만 불린 재벌] 대상그룹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10-20 11:56
  • 승인 2014.10.20 11:56
  • 호수 1068
  • 3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수 일가는 웃고 일반 투자자·중소 상인은 울고…

연초 대비 주가 두 배 이상 상승…입장따라 명암 갈려
일감 몰아주기·중소 상권 침입 논란, 사측 “억측 말라”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대상그룹(명예회장 임창욱·사진)을 살펴본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차녀 임상민 상무가 대상홀딩스 보유 주식 60만주를 팔아 132억 원가량을 현금화했다. 이날 대상홀딩스 종가가 2만2000원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임상민 상무는 약 132억 원 규모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은 “대상홀딩스 최대주주 임상민 전략기획본부 상무는 이날 보통주 60만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매도로 올 6월말 기준 지분 38.36%(1389만2630주)를 보유하고 있었던 임상민 상무의 지분은 35.80%(1329만2630주)로 소폭 줄었다.

임상민 상무가 지분을 매도한 대상인 대상홀딩스는 대상그룹의 지주사로 사실상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있다. 때문에 대상홀딩스의 지분구조는 대상그룹의 후계구도와 직결되고, 이번 임상민 상무의 주식매도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상그룹은 임대홍 창업주가 1987년 맏아들인 임창욱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이후 1997년까지 10년간은 오너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임창욱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10여년간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을 하고 있다.

물론 이번 주식 매도를 두고 개인적인 차원의 거래라는 점과 주식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점에선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총수 일가가 장내 매도를 실시하면 일반 투자자들의 주가 상승 동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묻어난다.

특히 대상홀딩스의 경우에는 임상민 상무의 주식 매도로 인해 ‘이미 주가가 정점을 찍고 하향세를 그릴 것이라는 방증’이라는 시각이 부풀려진 것이 사실이다. 한마디로 총수 일가만 배가 부른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를 제외하더라도 대상그룹은 총수 일가의 이득을 위해 편법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몸집을 부풀린 뒤, 이를 통해 재산을 불렸다거나 골목상권을 차지해 중소상인들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는 말들이다.

일례로 대상그룹은 엄청난 주가 상승세를 보이며 재산을 증식해 나갔다. 대상그룹 지주사인 대상홀딩스의 주가는 연초 8000원 수준이었으나 현재(지난 16일 기준) 2만 원대를 웃돌고 있다. 조정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2배가 넘는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어디로…

당연히 총수 일가의 주식 가치도 덩달아 높아졌는데 임상민 상무의 보유지분 가치는 올해 1500억 원 가량이 늘어났다. 임세령 상무의 지분 가치도 800억 원 정도가 불어났다.

문제는 이들의 재산증식에 골목상권 침해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있다는 부분이다. 대상그룹 계열사 대상베스트코와 아그로닉스가 대표적이다.

식자재 유통기업인 대상베스트코(구 다물FS)는 지난 2010년 설립됐다. 대상베스트코는 대상이 70%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30%를 임창욱 명예회장과 임세령, 임상민 두 딸이 10%씩 보유 중이다.

출범 이후 중소식자재 유통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그런데 식자재 유통시장은 당초 중소상인들의 비중이 70%에 달했던 시장이었지만 대상베스트코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중소상인들의 입지는 그만큼 줄었다.

지난해 시장가격을 준수하는 등의 내용으로 수원지역 중소상인들 간에 상생방안이 합의됐지만, 이후에도 초저가 마케팅이 논란을 일으키는 등 지역 중소상인들의 원망의 대상이 되어갔다. 회사 측은 일부 지점의 문제로 시정조치와 지속적인 관리감독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그로닉스도 주변의 눈초리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그로닉스는 2010년 농산물 도매업을 위해 설립된 회사다. 대상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를 통해 원재료를 납품하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아그로닉스는 설립 초창기였던 2010년 425억 원의 매출 중 70%가량인 303억 원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다음해에는 매출액 853억중 587억 원, 2012년에는 658억 원중 438억 원, 지난해에는 626억 원중 253억 원 가량의 매출을 대상그룹 계열사에서 올렸다.

아그로닉스의 지분구도는 대상홀딩스 50%, 임상민 상무 27.5%, 임세령 상무 12.5%, 대관령원예농업협동조합 10% 등으로 구성된다. 오너일가의 직접 지분율만 40%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그룹 계열사에서 일감을 몰아주고 이는 다시 총수일가에게로 돌아간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예로 상암커뮤니케이션즈도 내부거래 비율이 20~40%를 오가면서 일감 몰아주기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던 바 있다. 대상홀딩스가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정부가 총수 일가의 사익을 늘리는 것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대상그룹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중소상인과 정부 등 많은 이들의 의견과는 상반된 행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대상그룹은 이들 모두 사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반박한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임상민 상무의 주식 매도는 개인적인 거래로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못 박았다. 이어 “매도된 양도 매우 적기 때문에 회사나 주변에 미치는 영향 또한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감 몰아주기나 중소 상인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쏘는 것에 대해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지켜지고 있는데, 너무 억측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계열사 중 사업 초창기 때 내부 거래 비중이 높았던 부분도 차츰 줄여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