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의 ‘돈 먹는 하마’ 인수부터 잘못?
허창수의 ‘돈 먹는 하마’ 인수부터 잘못?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10-20 10:47
  • 승인 2014.10.20 10:47
  • 호수 1068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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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가 엔텍 상장 못 하게 된 배경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GS엔텍이 내년으로 예정됐던 기업공개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GS엔텍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사진)이 타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면서 4년 전 야심차게 인수했던 회사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GS엔텍은 그간의 부실과 실적 부진으로 인수 실패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또 무리하게 추진했던 상장이 지연되면서 이에 따른 차입금 부담도 계속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진 상황이다.

 

GS엔텍은 GS글로벌이 2010년 사들인 석유화학·발전 등 플랜트설비 제조업체다. 옛 디케이티(DKT) 또는 대경테크노스로 더 잘 알려진 GS엔텍은 1988년 설립돼 2005년 한 차례 부도 처리된 바 있다. 같은 해 큐캐피탈파트너스 펀드에 인수됐다가 2010년에는 GS그룹으로 넘어가 디케이티라는 이름을 유지하다가 지난 7월 엔텍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허창수 회장은 인수 당시 GS엔텍이 GS건설ㆍGS칼텍스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판단했다. 인수 후에는 울산에 있는 공장까지 두어 차례 직접 방문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향후 그룹 계열사의 플랜트를 담당함으로써 연매출 1조 원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러나 GS엔텍은 이러한 허 회장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인수 후 전직 경영진의 분식회계에 가려졌던 추가 부실이 시작이었다. 게다가 업황이 나쁜 상황에서 GS엔텍 홀로 실적이 좋을 리도 만무했다. 순손실과 소폭 흑자를 오가며 널뛰기를 반복했을 뿐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GS엔텍은 2011년에 426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2년에는 7억 원 소폭 흑자로 전환했으나 지난해 다시 189억 원의 순손실로 돌아섰다. 또 부채비율은 2010년 400%에 이어 추가 부실이 쌓이며 2012년 600%를 넘어서 위기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널뛰는 실적에 기업가치 흔들

애초 GS글로벌이 인수한 GS엔텍 지분은 69.6%로 총 800억 원가량이다. 그러나 인수 이후 올해 초까지 쏟아부은 돈은 이보다 훨씬 많다. GS그룹은 인수 후에만 GS엔텍에 350억 원을 추가 지원했다. 이후에는 외부자금까지 수혈해가며 총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알음알음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자금은 주로 재무적투자자(FI)들의 풋백옵션을 보장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도미누스 사모투자펀드(PEF) 등은 GS엔텍의 기업공개(IPO) 시 구주매출을 선택하거나 연복리 7%를 넘나드는 원리금을 돌려받게 돼 있다. 만약 GS엔텍의 상장이 불가피해지면 GS글로벌이 져야 할 재무적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의미다.

이에 GS그룹은 GS엔텍을 살리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GS엔텍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30%가량은 모두 GS건설ㆍGS칼텍스 등 GS그룹을 통해 나오는 일감들이다. 이로 인해 GS엔텍은 지난 상반기 3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하반기로 접어들자마자 사명변경과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추진되던 GS엔텍 상장은 최근 무기한 연기되며 사실상 중단됐다는 후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PO 주관사 후보로 선정됐던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은 지난 8월 심사를 마쳤지만 두 달 동안 감감 무소식을 경험해야 했다.

이는 GS엔텍이 아직 상장에 충분한 실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GS그룹은 GS엔텍이 올해를 기점으로 계속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며 상장을 서둘렀다. 그러나 이번 상반기 소폭의 흑자 전환은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줬을 뿐 향후 실적에 대한 보증이 되지 못했다.

결국 GS그룹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GS엔텍을 상장시켜 원리금 상환에 대한 짐을 덜고 싶었겠지만 실제 수치가 다소 부족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게다가 서두르던 상장이 연기되면서 허창수 회장과 GS그룹의 인수 실패론까지 거론되는 등 이미지만 깎였다는 시선이 강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초 논의됐던 GS엔텍의 기업가치 1500억~2000억 원선도 현재로서는 실적이 불투명해 판단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GS글로벌이 FI들과 맺은 계약에서 제시된 연도가 2015~2017년인 만큼 기간 내에만 성사시킨다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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