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부부 울리는 불임전문병원
난임 부부 울리는 불임전문병원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10-20 10:24
  • 승인 2014.10.20 10:24
  • 호수 1068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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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돈벌이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 <뉴시스>

불임 판정받고 3개월 만에 임신 성공
“성공 확률 낮아… 항의하는 환자 없다”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불임전문병원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뜨겁다. 정상적인 관계로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부에게 병원은 ‘동아줄’과 같다. 그러나 이런 병원들이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멀쩡한 부부에게 불임 판정을 내리는 경우도 발견됐다. 그러나 이런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지 못한 부부는 어쩔 수 없이 불임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불임전문병원에서 정상적으로 임신이 불가능하고 인공수정을 해도 성공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받았다. 여러 번 인공수정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출산을 포기했다. 그런데 3달 만에 임신을 했고 출산에도 성공했다. 불임전문병원이 양심적으로 운영을 하는지 의심스럽다.”
결혼 5년차 주부 김모(40·여)씨는 현재 첫돌이 지난 아들의 엄마다. 그러나 그는 ‘불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병원 시술 포기하니 거짓말처럼 임신됐다

남편(42)과 김씨는 결혼 직후부터 2세를 만들고 싶었다. 임신에 좋다는 보약도 먹어봤지만 쉽게 임신이 되지 않았다.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인지 걱정이 됐던 김씨는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가 ‘불임’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김씨의 자궁이 좋지 않아 정상적으로 임신이 힘들며, 인공수정을 시도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씨 부부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수백만 원의 돈을 투자해 인공수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김씨 부부는 임신을 포기했다. 그리고 병원 치료를 그만둔 지 3개월 만에 김씨는 정상적인 임신에 성공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김씨는 “불임전문병원에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괘씸했다”면서도 “그러나 뱃속 애기를 생각해서 잊기로 했다. 생명은 의사가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하지만 그 이후 주변에 불임전문병원에 간다는 사람들이 있으면 말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와 같은 사례는 주변에서 찾기 어렵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불임전문병원은 돈벌이에 급급한 곳”이라며 “마음 급한 부부에게 사기를 친다”고 비판했다.

결혼 3년차 A씨(35·여)도 2년 전 불임전문병원에서 여러 번의 인공수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몸도 마음도 지친 A씨는 병원 시술을 포기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한 번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A씨는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아기를 포기할 수는 없어서 잠시 동안 쉰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 임신에 성공했다. A씨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A씨의 자궁이 건강하다고 말했다. 전에 다녔던 병원에서는 A씨에게 자궁이 약해 임신이 어렵다고 말했었다. A씨는 진료가 끝나자 전에 다니던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담당 의사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A씨는 “의사가 자궁의 상태가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또 마음이 편하면 임신에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오히려 임신을 축하한다고 하더라. 결국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마음 한편에 찜찜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임전문병원에서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불임이란 ‘피임을 시행하지 않은 부부가 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불구하고 1년 이내 임신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를 뜻한다. 임신이 불가능한 부부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적으로 임신에 성공할 수도 있다. 오히려 병원 측은 “마음을 편히 먹은 부부가 시술을 포기한 뒤 임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1년 이내 임신 못하면 불임 자연 임신은 가능

B불임클리닉 관계자는 “결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혼부부가 마음이 급해 클리닉을 찾는 경우가 많다”면서 “1년이 넘지 않으면 불임이라고 볼 수 없지만 병원을 찾은 환자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술의 성공률은 20~30% 정도로 낮은 편이다. 당연히 실패할 수 있다. 또 부부가 젊으면 시술 이후 자연적으로 임신에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로 인해 병원 측에 항의하는 환자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인공수정뿐 아니라 여성의 자궁을 건강하게 만들거나 배란주기를 일정하게 하는 등 불임전문병원의 시술 과정은 다양하다. 그 노력이 시술 이후 나타난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환자 측에서는 “불임이 아니라면 충분한 설명을 해준 뒤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돌려보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최모(32·여)씨는 “임신을 시도한 지 7개월째 불임전문병원을 찾았다”면서 “불임 아니라고 나에게 설명하는 것이 옳지만 병원에서는 그런 설명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야말로 사기를 쳤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면서 “법적으로 잘못이 없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비판적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기다리는 부부들은 오늘도 여전히 불임전문병원을 향한다. 그들에게는 불임전문병원이 마지막 희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다. 따라서 불임전문병원 의사는 불임부부의 희망을 살려주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그들의 희망을 돈 때문에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ooks@ilyoseoul.co.kr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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