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대당 5만원에서 10만원, 최고 25만원에서 30만원
‘흔들이’ 조직, 조직폭력배들 연관된 경우 많아 위험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스마트폰이 넘쳐난다. 지난 8월 기준 국내 이동통신에 가입된 스마트폰 사용자수는 3,965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인구수 약 5천만 명에 비하면 5명중 4명이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은 생활필수품이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스마트폰이 없이는 생활이 불편할 정도다. 하지만 고가의 스마트폰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다보니 부작용도 많이 발생한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 절도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또 택시기사들은 손님들이 잃어버리고 간 스마트폰을 팔아 이익을 취하기도 하는 등 스마트폰으로 인한 부작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14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도난·분실된 스마트폰을 홍콩 등으로 조직적으로 밀수출한 일당을 붙잡았다. 중고 휴대전화 유통업자 김모(35)씨 등 6명은 상습장물취득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해외운송업체 이사 김모(55)씨 등 8명을 장물운반방조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6일 오전 1시께 강남구 역삼동 도로에서 택시기사 전모(53)씨가 습득한 스마트폰을 10만원에 사 매입 총책에게 전달하는 등 지난해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550여대 시가 5억 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밀수출하고 모두 55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해외운송업체 직원과 짜고 정상적으로 신고한 수출품 상자에 추가로 스마트폰을 끼워넣는 등 제도의 허점을 악용했다. 운송장에 스마트폰의 모델명 등 정보를 기재해 수출 신고를 하면 관세청에서 ‘자급제사이트’를 통해 도난·분실 여부를 확인한다. 이후 문제가 없는 물품에 한해 ‘수출신고필증’을 내주고 있다.
이들은 수출신고필증을 받은 정상 중고 스마트폰 수출 상자에 불법으로 구한 스마트폰을 추가로 끼워 넣었다. 이후 상자를 재포장해 정상적인 수출품으로 위장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수출신고필증을 받은 상자의 물품을 세관에서 직접 확인하지 않고 서류 심사만 하는 허점을 악용했다.
스마트폰을 끼워 넣어 수출 상자 무게가 늘어나면 운송업체는 수정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들로부터 매월 100만원씩 받은 해외운송업체 이사 김씨는 문제없이 통관하도록 했다.
중개상들 화면 켜고 흔들어 유인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심야 시간에 강남대로 등 택시가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켜고 흔들어 유인하는 이른바 ‘흔들이’ 수법으로 도난·분실된 스마트폰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흔들이’ 수법은 택시기사와 비행청소년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택시기사 김모씨는 “낮에는 별로 없고 주로 밤에 많이 보인다”며 “빈차 상태로 다니다 보면 켜진 휴대폰을 비추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중개상들은 주로 취객이 많아지는 시간대인 밤 11시부터 활동하기 시작한다. 손님이 탔거나 ‘빈차’ 사인을 켜놓지 않은 상태에서는 접근하지 않는다. 또 손님을 기다리는 빈 택시들 옆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직접 접근하기도 한다. 김씨는 “운행 중에 불빛을 비추기도 하지만 정차해 있을 때 와서 휴대폰 있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거래되는 휴대폰은 기종과 등급별로 싸게는 5만원에서 보통 10만원, 최고 25만~30만원도 받을 수 있다.
비행청소년 택시기사들이 주로 거래
자신의 스마트폰이 아닌 분실폰을 일반 중고매장에서 판매하기란 쉽지 않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절도범으로도 몰릴 수 있는 만큼 비행청소년들과 택시기사들은 ‘흔들이’ 수법으로 장물폰이나 분실폰을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택시기사들도 일일이 스마트폰의 주인을 찾아주는 것 보다 이렇게 팔아넘기는 것이 편리하고 추가수익을 얻을 수 있어 암암리에 많은 기사들이 이용하고 있다.
비행청소년들 사이에서도 핸드폰 절도는 비일비재하다. 보통 친구들의 스마트폰을 빼앗는 경우가 많고 일부 비행청소년들은 병원, 식당 등을 돌아다니며 눈에 보이는 스마트폰을 주인 몰래 가져오기도 한다.
심지어 영업이 끝난 새벽에 핸드폰 매장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 전시돼 있는 핸드폰을 싹쓸이 하는 경우도 있다. 또 길거리 행인에게 잠시 핸드폰을 빌려 달라며 접근해 그대로 갖고 도망치기도 한다. 중고스마트폰은 주로 강남, 용산 등지에서 많이 거래된다.
문제는 이런 ‘흔들이’ 조직에 조직폭력배들이 연관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앞서 구속된 중고 휴대전화 유통업자 김씨는 관악구 일대에서 활동하는 ‘이글스파’ 조직원으로, 후배 조직원과 인근 ‘신남부동파’ 조직원을 끌어들여 오피스텔 임대 비용과 차량, 대포폰 등을 지급했다.
보따리상 ‘따이공’ 물류비 적고 이동 편리
스마트폰은 ‘흔들이’ 수법 외에 ‘따이공’을 통해 중국으로 밀수출되기도 한다.
지난 6월 부천 원미경찰서는 ‘따이공’을 통해 스마트폰 4800여대를 중국으로 밀수출한 밀매업자와 장물업자, 절도범 등 129명 가운데 11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서울시, 인천시, 경기, 충청을 비롯한 중부권에서 점 조직 형태로 활동했다.
‘따이공’은 보따리상을 말한다. 보따리상은 물류비가 적게 들고 이동이 용이해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쉽다. 보통 평택항, 인천항을 통해 스마트폰을 중국으로 밀반출 한다. ‘따이공’으로는 한족 유학생도 자주 이용된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 모집책에게 장물을 매도한 절도 피의자들은 중·고등학생, 대학생, 자영업, 회사원, 공익요원, 군인, 택시기사, 유흥업 종사자까지 다양했다. 으며 이들은 훔친 핸드폰을 판매해 받은 돈을 유흥비나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