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촌 검사와 정치인 비리 폭로, 이번엔 진짜?
김태촌 검사와 정치인 비리 폭로, 이번엔 진짜?
  • 윤지환 
  • 입력 2007-11-08 15:34
  • 승인 2007.11.08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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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촌 자서전에 담길 내용

전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58)씨는 지난달 25일 자서전과 영화를 통해 검사와 정치인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밝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한류스타 권상우(31)를 협박하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진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김씨는 현재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는 자서전을 집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김씨의 자서전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김씨는 언론을 통해 자서전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조직폭력 세계의 실체, 그리고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과의 관계 등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중에서 가장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대목은 단연 유명 인사들과의 관계다. 김씨는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권력층의 숨겨진 비리를 밝히겠다고 수차례 공언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에선 벌써부터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김씨는 새 삶을 살겠다며 비망록 등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권력층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밝혔으나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비망록의 실체를 궁금해 하며 김씨의 출소를 기다렸지만 정작 김씨는 출소이후 단 한 차례도 비망록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이에 일각에선 비망록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김씨와 진주교도소에서 같이 생활을 했다는 한 인사가 당시 김씨의 화려했던(?) 수감생활을 증언하고 나섰다. 이 인사는 김씨에 대해 “매우 정치적이고 영악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는 또 김씨의 권력비리 폭로 발언을 두고 “현재 김씨 입장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과연 김씨에게서 어떤 모습을 보았기에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것일까.



김씨 관련 기사가 언론에 일제히 보도되고 수일이 지난 뒤인 지난 30일 자신을 A라고 밝힌 한 중년 남성이 김씨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며 일요서울에 전화를 걸어 왔다.

다음날 한 카페에서 만난 A씨는 현재 서울 모처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으며 수년간 진주교도소에서 옥살이를 한 적이 있다고 간략하게 자신을 소개한 뒤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곧바로 김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A씨는 “내가 볼 때 김씨는 권력층의 비리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그는 권력층의 비리를 운운하고 있지만 실은 그가 그 비리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김씨는 진주교도소 수감시절 바깥 생활과 다름없는 생활을 향유하며 교도소 내 재소자들에게 절대 권력을 행사했고 그 배후에는 든든한 지원 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A씨는 “김씨가 몇몇 권력층 인사와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김씨의 뒤를 봐주거나 그들의 비리를 김씨에게 노출 시킬 정도로 가까운 것은 절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주먹들 중에는 권력층과 친분을 강조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김씨도 그런 사람들 중 한사람에 불과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김씨는 모 검사와의 유착을 비롯해 많은 정치권 인사들과 결탁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 역시 대부분의 주먹계 출신들이 늘어놓는 허풍에 불과하다”며 “김씨가 진주교도소에 수감돼 있을 당시 그의 지원 세력은 대부분 부하들이 동원한 인맥이었
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김씨는 진주교도소 수감당시 개인 집무실이 따로 있었고 전화사용도 자유로웠을 뿐 아니라 모든 물자의 조달이 가능했다. 또 김씨는 이렇게 반입한 물건들을 교도소 내에서 팔아 짭짤한 수익을 챙기기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이 모든 것들은 교
도관의 묵인 하에 이뤄졌고 수익 중 일부는 교도관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A씨는 “김씨는 새 사람이 됐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지만 그가 이런 생활과 담을 쌓은 것은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었다.

내부고발에 의해 이런 행태가 외부에 알려져 이감돼 처벌받는 바람에 못하게 된 것”이라며 “갱생의 의지가 있었다면 스스로 이런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씨가 지난날을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출소 후 자신 때문에 패가망신한 사람들부터 돌아봤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서전 집필의 진실

이와 함께 김씨는 자서진을 집필 중이며 아울러 자신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도 기획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그는 앞서 언론을 통해 자서전에는 법조인, 정치인, 회장, 유명 국회의원,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담을 계획이라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자서전을 통해 그들과의 관계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권력층의 비리를 밝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 부분은 과거 그가 했던 말과 다소 차이가 있다.

김씨는 수감시절인 지난 2002년~ 2004년경 일부 언론사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권력층의 비리를 입증할 수 있는 비망록이 있으며, 그 비망록은 모두 2권으로 돼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당시 비망록의 내용을 둘러싼 각종 추측성 보도들이 쏟
아져 나오기도 했다.

또 비망록 가운데 한권은 일부 또는 전부가 분실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도 흘러나왔다. 이는 모두 김씨 또는 그의 주변인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언급된 내용들을 토대로 보도된 것이다.

만약 당시 비망록에 대한 언급이 사실이었다면 김씨는 왜 이제와 새삼스럽게 자서전을 통해 권력층의 비리를 밝히겠다고 말한 것일까. 정말로 비망록이 존재하고 그 안에 권력층의 비리를 증명할 만한 각종 기록들이 담겨져 있다면 자서전과는 별도로 비망록 공개가 선행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에 대해 A씨는 “김씨는 재판을 앞두고 있을 때 마다 언론에 비리 폭로를 언급해왔다. 이는 지난 2004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며 “내가 보기에 이번에 자서전을 언급한 것은 그 와 궤를 같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말 엄청난 비리를 알고 있고 그걸 폭로할 의사가 있다면 수년전부터 한다한다 하면서 왜 못하는가”라며 “산소 호흡기에 의존하면서도 기자들에게 다른 말 다하면서 정작 그 말을 못하는 이유가 뭐겠나”고 반문했다.

A씨는 비리 폭로에 김씨가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폭로할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리고 집필 중이라는 자서전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중요 재판 앞둔 노림수”

그 이유에 대해 A씨는 “김씨의 수감생활을 지켜본 결과 김씨는 매우 정치적이고 주도면밀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가 걸어온 비열한 거리를 그대로 담은 자서전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아마도 이번에 그의 자서전 발언은 다분히 언론플레이적 요소가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의 이 같은 추측과는 달리 김씨의 주변인들은 김씨가 실제로 오래전부터 자서전을 준비해 오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김씨를 자주 만난다는 박삼중 스님은 수개월 전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때로 분노와 원망에 치를 떨며 많은 것을 세상에 밝히고 싶어 하지만 내가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만류했다”며 “또 속세에선 김씨의 비망록에 대해 말이 많지만 나는 그게 뭔지도 모른다. 다만 김씨는 틈나는 일기도 쓰고 기도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김씨가 책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몸이 성치 않아 그것조차도 여의치 않은 듯하다”고 덧붙였다.

또 김씨의 선배라고 알려진 한 주먹계 인사는 “김씨가 자서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다”며 “이번에 권력층 비리에 대한 발언을 했다지만,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와 관련, 인천 송도호텔 나이트클럽 사장 피습사건에 휘말려 검사직에서 물러난 박모 변호사는 현재 변호사 사무실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변호사와 과거 함께 일했던 한 변호사는 “김씨 사건으로 옷을 벗은 후 거의 야인처럼 지냈다”며 “김씨는 억울하다며 모든 죄를 박 변호사에게 뒤집어씌우고 있지만 정작 억울한 사람은 박 변호사다. 김씨는 틈만 나면 그와 관련된 사건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하고 있지만 박 변호사는 여전히 침묵만 지키고 있어 우리도 답답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박 변호사는 진심으로 김씨에게 잘 대해줬다. 그런 박 변호사를 김씨가 이용한 것으로 우리는 보고 있다”며 “최근 김씨가 권력층 비리를 언급해 또 다시 그가 심적 고통을 겪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13일 법정 서는 권상우 , 증언에 관심 집중

김태촌 협박사건 피해자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영화배우 권상우(31)씨가 법원의 증인 소환에 3차례나 불응하다 결국 강제 구인돼 법정 증인석에 설 전망이다. 이에 그의 입에서 어떤 증언이 나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증인으로 채택된 권씨가 지난달 16일 열린 공판에 나오지 않자 오는 13일 열리는 공판 때 권씨를 강제 구인해 증인석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권씨의 전매니저 백모(30)씨는 권씨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백씨의 1심 공판 때 증인으로 출석한 권씨는 이후 항소심에서는 이날을 포함해 3차례에 걸쳐 법원의 증인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권씨는 1심 때 증인으로 출석해 “백씨가 ‘나의 약점을 언론에 폭로하겠다’며 10억 원을 요구한 사실이 없고 백씨를 선처해 주기 바란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1심 선고를 앞두고 태도를 바꿔 “백씨의 아버지에게서 협박을 받았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법원에 냈었다.

이밖에 권씨는 지난 6월 15일에는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열린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 출신 김태촌씨의 공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권씨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3년형을 선고 받았다. 현재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는 김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협박받지 않았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했다”며 “항소심에서 권상우가 다시 한 번 정확히 (협박당하지 않았다고) 증언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윤지환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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