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배우고 영어는 덤?
섹스 배우고 영어는 덤?
  • 이수영 
  • 입력 2007-11-01 10:46
  • 승인 2007.11.01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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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지난 10월 21일 워킹홀리데이(취업이 가능한 특별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하는 제도)를 이용해 호주로 건너가 성매매를 한 혐의로 대학 휴학생 김모양(22)등 여대생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휴학생 김양 등은 지난 7월 중순경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 호주 시드니로 출국, 이달 초순까지 시드니에 있는 S업소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업소 주인은 김양 등에게 성매매시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대마초를 흡연하도록 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김양 등은 7월부터 10월 초까지 호주 시드니의 마사지업소에서 ‘알몸마사지 걸’로 일하며 윤락행위를 한 혐의다. 호주는 성매매가 합법화된 국가이지만 허가를 받지 않은 성매매 행위는 경찰의 적발 대상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양은 알몸마사지 뿐 아니라 현지 남성들을 상대로 1인당 100호주달러(약 8만원)의 화대를 받고 하루 열 차례 이상 성관계를 가졌다. 때로는 한꺼번에 두, 세 명의 남성과 집단 성관계를 맺기도 했다. 과거 브로커에게 속아 감금된 상태로 성매매를 한 여성들의 사건은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김양도 비자와 여권을 뺏기고 감금 생활을 했던 것일까.


월수 400만원에 어학까지

평범한 여대생에서 ‘동양인 마사지 걸’로 추락한 김양의 사연은 이렇다.

지난여름 서울시내 중위권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결심한 김양은 취업을 위해 어학연수를 떠나고자 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었다. 집안 형편상 부모님께 기대는 것이 어려웠던 김양은 지난해 자신과 비슷한 형편에도 호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친구에게
‘자문’을 얻었다.

친구는 김양에게 “일하면서 돈도 벌고 영어도 배울 수 있으니 좋다”며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알선해주는 브로커의 전화번호를 쥐어줬다. 문의 차 전화를 걸어온 김양에게 알선 브로커는 충격적인 제의를 했다. 그녀가 ‘범상치 않은 곳’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말해준 것이다. 브로커가 김양에게 제의한 호주의 일자리는 ‘알몸 마사지 업소’였다.

김양은 경찰 조사에서 “브로커가 ‘호주 현지에서 일할 곳이 알몸 마사지 업소’ 이고 ‘현지 손님을 상대로 잠자리도 가져야한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서울에서만 87명이 기소된 원정성매매 사건이 있은 후 브로커들 스스로 몸을 사리기 위한 것이라는 경찰의 설명이다.

김양은 순간 기겁했지만 이내 브로커가 덧붙인 조건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월수입 400만원 이상 보장’, ‘하루에 4-5시간만 일하고 나머지는 관광이나 공부에 할애할 수 있다’, ‘업소 주인이 한국인이라 일하기 더 편할 것이다’ 등등. 고민 끝에 김양은 7월 호주 행 비행기를 탔다. 취업을 하려면 영어가 필요하고 어차피 만리타국에서 자신을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란 자기위안을 하면서였다.

시드니에 도착해 일을 시작한 김양.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수치심 없게 대마초 피워라

허가받은 성매매 업소와 달리 일부러 ‘무허가 업소’를 찾은 현지 남성들의 요구는 상상을 초월했다. 김양은 그곳에 머문 3개월 동안 평생 배울 섹스에 대한 모든 것에 통달해버릴 지경이었다.

힘들어하는 김양에게 한국인 업주는 브로커의 약속처럼 ‘편하게 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다. 다름 아닌 대마초를 권한 것이다. 한국에서 대마 흡연이 범죄행위인 반면 호주 시드니에서는 아주 많은 양을 소지하거나 남에게 판매하지 않는 이상 크게 제재를 받지 않는다.

수치심을 없앨 수 있다는 사장의 권유에 대마초를 경험한 김양은 몽롱한 상태에서 남성들을 상대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다. 그러나 정작 그녀가 배우러간 영어실력은 그다지 늘지 않았다고 담당 경찰관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4월 사건처럼 브로커에게 속아서 간 것이 아니라 성매매를 하는 줄 알고 해외에 나갔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며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으로 비자를 받을 때 어떤 직종에서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심사하는 기준이 없어 이를 악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은 대마초 흡연 사실을 인정한 김양의 모발과 소변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호주 사회에 만연한 코카인 등 다른 종류의 마약 투약 여부를 살피는 한편, 마약 조직과의 연관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워킹 홀리데이’비자로 해외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호주 성매매 여성 4명중 1명은 대졸

호주 성매매 종사자 가운데 4명중 1명이 대학을 졸업했으며 합법적인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은 직업 만족도가 일반 직장여성 만큼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불법 성매매 여성들은 절반이상이 강간이나 폭행을 당하는 등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초 발표된 호주 퀸슬랜드 공대(QUT) 연구에 따르면 퀸슬랜드주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18-57세의 여성 약 250명을 대상으로 정신 및 신체 건강상태를 비교한 결과 조사대상 여성들의 4명 중 1명이 학사학위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으로 성매매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불우한 계층이라는 일반적 상식을 깬 것이다. 또 응답자의 60% 이상은 성매매에 종사하기 전에 다른 직장을 갖고 있었다. 한편 고객에게 강간이나 폭행을 당한 경우는 개인 성매매여성이 12%, 성매매업소 종사자 3%인 데 비해 불법 성매매 여성들은 절반이상이 피해를 입어 상대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있음을 보여줬다.

이수영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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