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그건 무효야, 무효!”
강원랜드 “그건 무효야, 무효!”
  • 정하성 
  • 입력 2007-10-24 10:34
  • 승인 2007.10.24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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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8000만원 잭팟 거절한 사연

강원랜드가 잇딴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원랜드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윤리경영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2억8000만원이 넘는 슬롯머신 잭팟이 터졌음에도 당첨자가 당첨금을 한 푼도 못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슬롯머신 기계오작동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첨자 K씨는 “잭팟이 터졌는데, 강원랜드측이 기계오작동을 이유로 당첨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법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측은 “카지노업 약관에 의하면 ‘기계오작동’으로 인한 당첨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돼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65살 K씨는 한달에 1~2번 꼴로 강원랜드를 찾는다. 사업차 정선으로 갈 경우 가끔씩 강원랜드를 찾아 카지노게임을 즐겨왔던 것이다.

지난 10월 5일에도 강원랜드를 찾았던 K씨는 뜻밖의 횡재를 했다. 밤 10씨께 강원랜드 4층에서 슬롯머신 게임을 하던 K씨는 잭팟을 터뜨렸다.


무너진 ‘대박의 꿈’

그러나 K씨의 ‘대박의 꿈’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졌다. 강원랜드측이 “‘기계오작동’으로 당첨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씨는 “당시 곁에 있던 강원랜드 직원이 분명히 ‘잭팟이 터졌다’고 말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랜드측이 ‘게임기 오작동’이라며 당첨금을 한 푼도 주지 않는 것은 고객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
리고 있다.

K씨에 따르면, K씨가 게임을 하던 슬롯머신은 당시 제대로 기계 작동이 되질 않았다. 이에 K씨는 손바닥으로 슬롯머신 기계를 치는 등 물리적 충격을 가했다. 하지만 그래도 기계가 작동되지 않자, K씨는 직원을 호출했고 직원은 기계수리를 마쳤다.

K씨는 “직원이 정상적으로 기계수리가 됐으니 게임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며 “그리고 옆에 직원이 보는 가운데, 슬롯머신 게임을 시작했고 이때 마침 ‘잭팟’이 터졌다”고 주장했다.

K씨는 “잭팟을 알리는 전광판에 불이 들어왔고 지켜보던 직원이 분명히 ‘아저씨, 잭팟이 터졌네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직원이 와서 잭팟이 터진 게임기를 소등하고 ‘잠시 기다리라’고 말했다”며 “당첨금을 지급해줄 것으로 알고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후 직원들이 사무실로 데려가서는 ‘기계오작동’이 됐다며 당첨금 지급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K씨는 “잭팟이 터졌을 때, 주변에 200~300여명의 고객들이 있었다. 이들이 모두 증인”이라며 “카지노 게임기계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고, 또 오작동 됐는지 여부를 전혀 모르는 고객에게 강원랜드가 일방적으로 ‘기계오작동’이라 변명하고 있다. 앞
으로도 ‘잭팟’이 터지면 모두 기계오작동이라고 변명하며 당첨금을 주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잭팟 시스템, 오류”

K씨는 특히 “나도 어느 정도 먹고살만한 사람이다. 당첨금이 탐 나서가 아니다. 강원랜드로 인해 ‘가정파탄’·‘성격장애’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며 “이런 고객들의 돈을 이용해 배 불려왔던 강원랜드가 또다시 당첨금도 주지 않으면서 잇속을 챙기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당첨금을 받으면, 일부를 강원랜드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다”고 밝혔다.

K씨는 “잭팟이 터진 이후, 수십명의 고객들이 동참해 항의시위도 해줬다”며 “강원랜드측이 끝내 당첨금을 주지 않으면, 같은 피해를 본 사람들과 함께 법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측은 “모니터를 확인한 결과, K씨의 경우 확실한 ‘기계오작동’이었다”며 “기계오작용으로 인한 당첨은 무효이기 때문에, 당첨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잭팟이 터지면 여러 가지 시스템이 작동한다. 잭팟을 알리는 전광판에 불빛이 밝게 들어오고, 축하메시지를 알리는 효과음이 난다. 또 다른 슬롯머신 기계들도 동시에 멈추게 된다”며 “하지만 K씨의 경우 단지 전광판에만 불빛이 들어왔을 뿐, 축하메시지 효과음 등은 작동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원랜드는 “K씨의 경우, 약 150만원정도의 금액에 해당하는 점수에 당첨됐다. 하지만 시스템 오류로 인해 당첨불빛이 잭팟
전광판에 떴다”며 “시스템 오류로 인해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은 사과하지만, 그렇다고 당첨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고 단호히 밝혔다.

특히 강원랜드는 “어차피 잭팟에 올라와 있는 금액은 모두 고객의 돈이다. K씨가 아니더라도 다른 고객이 당첨돼서 그 돈을 수령하게끔 돼 있다”며 “고객들에게 신뢰를 잃어가면서까지 당첨금을 지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고객의 신뢰 붕괴”

이와 같이, ‘잭팟’을 둘러싼 잡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초에도 6000만원이 넘는 잭팟이 터졌지만, 강원랜드측은 당첨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당시 대박의 당사자인 S씨가 당첨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은 ‘출입이 제한된 지역주민’이기 때문이다.

S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강원도 태백시. 카지노 폐해를 막기 위해 출입이 제한된 지역 주민이었다. 이에 강원랜드측은 당시 “지역주민들의 출입은 한 달에 한번으로 제한하고 있다. S씨가 당첨된 날은 지역주민의 출입이 제한된 날이다. 이에 카지노업 약관에 의해 당첨금 지급을 거절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S씨는 지난 2002년 주소지를 태백시로 옮긴 뒤에도 10여차례 카지노를 출입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S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정소송 진행했고, 사법부는 S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강원랜드는 지역주민 출입제한 등의 약관내용을 들어 당첨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에게 약관을 충분히 명시·설명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또 S씨의 주민등록증 뒷면의 주소 확인도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며 당첨금 지급 판결을 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2000년 10월 강원랜드(강원도 정선군) 개장 이후 최고액의 잭팟 금액은 4억5000만원이다. 올해 2월 27일 오후 8시쯤 제주도에 사는 김모씨가 1회당 1500원씩 베팅하는 ‘강원랜드 슈퍼메가 잭팟’에서 4억5492만원짜리에 당첨됐다.

한편, 당첨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는 ‘위조지폐 등을 통해 당첨됐을 때’, ‘기계 오작동’, ‘카지노 출입이 제한된 사람이 당첨됐을 때’, ‘영업시간이 아닌 때에 당첨된 경우’ 등이다. 잭팟의 당첨금은 3억원까지는 22%의 세금을 공제하게 되고, 3억원을 초과한 금액은 33%의 세금을 공제한다.

이처럼 ‘잭팟’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감에서 강원랜드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윤리경영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김성조 의원이 산업자원부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2003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산자부 및 산하기관 등 29곳의 소속직원에 대한 징계 건수’에 의하면 강원랜드는 123건으로, 대한석탄공사(276건), 한국전력공사(235건)에 이어 3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강원랜드 직원들이 도박장을 차렸다가 적발됐고, 심지어 대마를 흡입하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또 성희롱문제로 처벌받는 직원들도 있었다.



정하성  haha70@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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