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린다 김’ 나오나
‘제2의 린다 김’ 나오나
  • 윤지환 
  • 입력 2007-10-24 10:22
  • 승인 2007.10.24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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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마일스 사업 로비 의혹

경찰이 비리와 특혜 논란을 빚어왔던 군 과학화훈련사업인 마일스(MILES·다중통합레이저 훈련체계) 사업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최근 로비스트가 국방부를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의혹은 이미 지난 1월 국회 국방위 소속 공성진(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한 바 있다. 공 의원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의 회사가 납품업체로 선정됐다며 국방부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국방부 감사팀은 같은 달 육군 비무기체계사업단의 최모 단장(준장)과 전임 담당과장 장모 대령 등 2명에 대해 경고 조치만 했을 뿐 더 이상 조사를 확대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국방부 감사팀은 “특혜나 비리가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밝힐 뿐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6월 18일 육군 마일스 사업에 참가한 4~5개 업체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결과 관련업체 등의 비리의혹 등에 대한 상당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방부의 ‘특별한 문제 없다’는 발표와 배치되는 것으로, 일각에선 국방부의 내부 비리 은폐 가능성에 대해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군 과학화 훈련사업으로 추진중인 총 3000억원 규모의 마일스(MILES·다중통합레이저 훈련체계) 사업에 대해 각종 비리로 얼룩져 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1월말의 일이다.

공 의원은 당시 “육군 비무기체계 사업단은 2005년 11월15일 최초로 제기한 ‘중대급 교전훈련장비’ 개발과 관련 군 요구도의 기술수준을 하향 조정하고 일부 품목을 삭제하는 시도를 한 의혹이 있다”며 “특히 관련 법규를 어겨 개발완료시한(2006년 11월말)을 넘겨가면서까지 납품업체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마일스 사업과 관련된 업체들 내부에선 갖가지 소문이 나돌았다. 그 중 귀를 솔깃하게 만는 것은 마일스 사업의 로비스트 암약설이었다. 지난 6월경부터 나돌기 시작한 이 소문의 내용은 놀라웠다. 당시 마일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업체의 오너가 문제의 로비스트라는 것이었다.


제 2의 린다 김은 누구?

실제로 경찰의 압수수색 대상에는 대대급 마일스 사업 관련 업체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또 경찰은 입찰과정에서의 금품수수 의혹 등 비리 커넥션에 대해 상당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일스 비리의혹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를 상대로 한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선 지금 계속 수사중”이라며 “마일스 사업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가 로비를 벌였는지에 대해선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소문 속의 업체와 로비스트는 과연 누구일까. 그는 바로 H사 L 부회장이다. L 부회장은 미모의 중년 독신여성으로 군 장성들과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며 국방부의 각종 사업에 로비를 벌여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H사는 C4I (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Computer, Intelligence) 사업의 주요 납품업체로 이번 한국형 헬기 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L 부회장은 일 잘하는 여성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국내 국방산업에 관한한 보기 드문 전문가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L 부회장이 로비스트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자 H사 측은 경쟁업체에서 퍼뜨린 헛소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L 부회장에 대한 국방부 로비의혹은 이번에만 나온 것이 아니다. 수년전부터 H사가 국방부 사업에 참여할 때면 거의 매번 로비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H사 관계자는 “필드에서 활약하는 회사 대표가 독신여성이라는 점을 이용해 경쟁업체 측에서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라며 “요즘 세상에 로비해서 사업한다는게 가능키나 하겠나”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우리는 마일스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그것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설명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마일스 사업과 관련, 왜 H사를 수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마일스 사업의 아주 작은 부분을 담당했었다”며 “그런 면에서 형식적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뿐이지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마일스 사업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H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경찰, H사는 수사대상

사실 지금까지 L 부회장의 로비 의혹에 대해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H사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그 업체가 수사대상이라는 것 뿐”이라면서도 “로비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H사 뿐 아니라 경쟁업체들에 대해서도 다른 사정 기관과 연계해 합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경찰수사에 대한 시각은 양분돼 있었다.

마일스 사업의 컨소시엄에 참여한 A사의 한 관계자는 “H사가 경찰 수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그러나 지난 경
찰 수사에서도 H사와 L 부회장은 아무문제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또 다른 업계 인사는 “이번 경찰 수사는 그 추이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며 “현재 경찰은 마일스 사업과 관련된 비리의혹 일부를 사실로 확인한 상태다. 내 생각엔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의혹들이 상당부분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인사의 말대로 경찰은 마일스 사업에 참여한 일부 업체가 국내외에 설립한 7~8개의 가공·위장기업을 통해 수입품 원가 부풀리기 수법으로 거액의 부당이익을 취해온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지난 6월부터 3000여억원 규모의 대대급 군과학화전투훈련(KCTC) 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한 B사를 비롯, S사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및 계좌추적을 벌였다.

수사팀은 B사 등이 이중삼중 가공거래 방식으로 수입 부품원가를 많게는 10배 이상 부풀리는 방식으로 군 당국을 속여온 사실을 적발했다.

경찰은 지난 8월 중순부터 수차례에 걸쳐 B사 주주인 핵심인사들을 소환해 수십억원대의 비자금 용처에 대한 조사를 벌여 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으며 조만간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업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로비의혹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규명됐다”며 “현재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일부 업체의 세금문제와 업체 관계자의 리베이트 의혹도 상당부분 규명된 상태”라고 밝혔다.



#마일스 사업이란 무엇인가

과학화 전투훈련장(KCTC) 등을 구축, 과학화된 교전 훈련장비를 활용해 훈련부대가 전문 대항군(가상적)과 벌이는 쌍방 자유기동훈련이다. 전투인원·장비의 교전상황과 피해결과 등이 실시간 디지털정보로 전송돼 처리되는 시뮬레이션 훈련체계를 말한다. 한마디로 피를 흘리지 않고도 전쟁을 체험할 수 있는 첨단훈련시스템이다.

적 복장을 한 전문 대항군과 훈련부대의 ‘전투상황’ 자료가 실시간으로 훈련통제본부 컴퓨터에 입력돼 훈련부대의 장·단점을 분석할 수 있다. 대대급 병력과 함께 개인화기는 물론 전차, 곡사·직사화기 등 대대급에서 보유한 화기가 총동원돼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모의전투를 벌인다. 대항군과 훈련군 양측의 병력과 장비에는 레이저 감지기가 부착돼 모의전투에 따른 피해상황이 중계탑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통제본부에 전파된다.

윤지환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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