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을 넘긴 어머니가 친딸을 때려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부평경찰서는 지난 5일 결혼한 딸이 가정생활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말다툼 끝에 온몸을 때려 숨지게 한 어머니 정모씨(63)와 오빠 임모씨(40)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한 딸 임모씨(37)는 평소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등 세 자녀를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유흥을 일삼았으며 남편과도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홧김에 친딸을 때려 살해한 예순 노모는 “그래도 내 새끼인데,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가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어머니와 오빠 모두에게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어머니 정씨는 기각되고 오빠 임씨만 구속 수감됐다.
지난 5일 오후 2시경, 인천 작전동 소재 한림 병원으로 피투성이가 된 임씨가 택시에 실려 왔다. 임씨는 도착 5분여 만에 숨을 거두었고 그녀를 병원으로 실어온 예순 노모는 절규했다. 임씨의 사인은 간 파열과 늑골 골절을 포함한 다발성 손상이었다. 말하자면 임씨는 심하게 두들겨 맞아 사망한 것이었다.
이 사실은 곧 병원 관계자에 의해 관할 지구대로 전해졌고, 어머니 정씨와 오빠 임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임씨를 죽인 용의자는 다름 아닌 이 두 사람이었던 것이다.
잦은 외도가 화근
기막힌 비극은 사건이 발생하기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한 딸 임씨는 노래방 도우미로 생활하며 주변의 평판이 그리 좋지 않았다.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임씨가 접대부의 일종인 노래방 도우미로 나서게 된 것은 버스기사로 일하는 남편의 수입만으로는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씨가 도우미 일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에는 그가 외간남자들과 바람을 피운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동네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곧 남편과 친정식구들의 귀에도 들어갔다. 참다못한 두 살 터울의 남편은 결국 아내와 별거를 선언했다.
부모가 갈라서자 어린 삼형제는 외할머니인 정씨 손에 맡겨졌다. 역시 특별한 직업이 없는 임씨의 친 오빠도 노모와 함께 세 조카를 돌봐야했다. 노부모 슬하에 다른 형제 없이 두 남매가 오롯했지만 자연히 오빠와 여동생도 사이가 벌어졌다. 매일 같이 손주들과 씨름하며 속을 태운 어머니. 직접 딸과 사위를 불러 여러 번 타이른 끝에, 임씨 부부는 2년 전 재결합 했다. 그러나 임씨의 행동에 변한 것은 없었다. 여전히 삼형제를 친정에 두고 ‘어디론가’ 나가는 임씨와 어머니, 오빠 사이에는 자주 큰소리가 오가야했다.
“놀고먹는 주제에”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5일에도 딸 임씨는 외출 준비 중이었다. 어머니 정씨는 딸의 집을 들렀다 그 모습을 보고 다시 역정을 냈다. 그러자 임씨는 “왜 내 인생에 자꾸 간섭하느냐”며 오히려 대들었다.
이에 어머니는 “자꾸 큰소리가 나면 동네 창피하니 오늘은 조용한 곳으로 나가자”며 앞장섰다. 모녀는 예전에 가족이 함께 살았던 갈산동의 한적한 공원으로 향했다. 그곳엔 임씨의 오빠(40.무직)가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인적 없는 공원은 곧 설전의 장으로 변했다. 어머니가 딸을 꾸짖자 오빠가 그 옆에서 거들었다. 결국 이를 참다못한 임씨는 오빠의 자존심을 제대로 상하게 하는 ‘한마디’를 던졌다. 그리고 이 말이 곧 화근이 됐다.
임씨는 오빠에게 “놀고먹는 주제에 애들 좀 봐주는 게 대수냐”고 맞선 것이다. 이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어머니와 오빠는 임씨의 얼굴을 때렸고 이 과정에서 임씨가 바닥에 넘어졌다. 그때 오빠의 눈에 바닥에 굴러다니는 두툼한 나무 막대기가 보였다.
이성을 잃은 오빠와 어머니는 번갈아가며 쓰러진 임씨를 흠씬 두들겨 팼다. 말을 듣지 않으니 ‘죽지 않을 만큼만 때려 정신 차리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따끔한 매로 다스리려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격렬히 저항하던 딸 임씨가 어느 순간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입과 코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제야 놓았던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덜컥 겁이 난 오빠는 여동생을 들쳐 업었고 어머니는 택시를 잡았다.
맞아죽은 딸
정신을 잃은 임씨는 택시에 실려 시내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죽지 않을 만큼’ 때리려던 두 사람의 생각은 엄청난 결과로 돌아왔다. 임씨의 상태를 본 응급실 의료진이 부랴부랴 조치를 취했지만 도착 5분여 만에 임씨는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연락을 받고 일터에서 달려온 임씨의 친정아버지는 딸을 죽인 용의자가 자신의 아내와 아들이라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다.
곧 병원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어머니 정씨와 오빠 임씨를 체포해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돌봐줄 사람이 없는 손자 3형제와 예순을 넘긴 나이를 들어 어머니에 대한 구속영장은 판사가 기각했다. 오빠 임씨는 동생을 폭행하고 살해한 혐의가 인정되어 구속수감 되었다. 한순간 화를 참지 못해 순식간에 딸은 죽음으로, 아들은 감옥으로 내몬 어머니는 “자식을 죽인 부모가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서럽게 통곡했다.
이수영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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