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못 믿어? 누나 믿고 따라와”
“누나 못 믿어? 누나 믿고 따라와”
  • 이희선 프리랜서 
  • 입력 2007-10-17 11:11
  • 승인 2007.10.17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에 의한 남성 성희롱 실태

‘성희롱과 성폭력의 문제’. 더 이상 여성만이 피해자가 아니다. 최근 더욱 급증하고 있는 남성 성희롱. 이젠 남성들도 성희롱과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나타낸다. 여성에 의한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는 남성들, ‘남자니까 괜찮다’는 편견 속에 여자 상사와 원치 않은 성관계까지. 몸 바쳐일하는 우리 남성들의 자화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남성 성희롱 문제. 일본에선 최근 직장 내 성희롱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판결까지 나왔다.


성희롱을 둘러싼 남녀의 인식 차. ‘은밀한 신체 접촉과 사생활 캐묻기’ 등 어디까지가 성희롱 인지, 그 모호한 기준을 둘러 싼 논란은 멈추지 않고 있다. 흔히 ‘성희롱’하면 남성보다 여성 피해자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남성들 역시 직장 내에서 상당수가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다. 또 이러한 부분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이슈화됨에 따라 이제 성희롱은 더 이상 여성만의 문제가 아님이 분명해졌다.


“허벅지 보니 힘 잘 쓰겠네”

오는 11월 미국 유학을 떠나는 이수혁(가명·29세)씨. 그는 아직도 생각만하면 떠오르는 ‘아찔한’ 기억이 있다. 2005년 군 제대를 한 뒤 자신의 특기를 살려 강남 A 일식집 주방 보조로 취직을 했다. 거기서부터 일은 시작됐다.

함께 일하는 직원 중 서빙을 보는 30대 초반 여성 두 명은 갓 들어온 신입사원 이씨에게 과한 친절을 베풀었다. 하지만 이 씨
역시 처음엔 싫지 않았다. 누나 같았고, 군 제대 후 처음 하는 사회생활이다 보니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보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누나라 부른 30대 여성 두 명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처음 “허벅지가 굵은 걸 보니 힘 정말 잘 쓰겠네”라며 두 명 중 한명의 여성이 반바지를 입고 있는 이 씨의 허벅지를 손으로 움켜줬다.

다른 한 여성 역시 “그래? 나도 한번 만져 보자”며 “진짜 살결이 영계 같아 좋네”라며 맞장구를 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어 “오늘 밤에 술 한 잔 할까”라며 “난 이상하게 신입들이 더 맛 있더라”고 상상도 못한 말들을 늘어놓았다.

이씨는 이 같은 상황에 모멸감을 느꼈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누나들이라 쉽게 말을 하지 못했다. 결국 고민 끝에 이씨는 상사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그 상사 역시 “야, 그 언니들 이 바닥에서 예쁘기로 소문났는데 고맙다고 해야지”라며 “그 언니들한테 내 것도 굵다고 전해 드려”라는 어이없는 답변 뿐 이었다. 결국 이 씨는 그곳에서 누나들의 성희롱에 항복을 외치고 다른 곳으로 이직을 했다.

이 씨는 “그때는 어려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며 “성희롱이란 것이 꼭 여자만 당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고 그
때 일을 회상하며 말했다. 이어 이씨는 “어떤 남자들은 ‘남자가 여자한테 성희롱 성추행 당했다’고 하면 되레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이런 안이한 태도가 남성을 피해자로 만드는 데 일조 한다”고 주장했다.


유부녀들의 발칙한 수작

이씨 뿐만이 아니다. 남성이 직장에서 성희롱 성폭행 당하는 종류는 각양각색이다.

2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여직원들과 눈 마주치는 것조차 두렵다”고 말한다. 이 남성은 “유부녀 직원들이 수시로 수작(?)을 걸거나 음란한 농담을 던지는 것은 물론 엉덩이를 더듬는 행동까지 서슴없이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30대 초반의 박찬준(가명·회사원) 씨도 “띠동갑 여사장으로부터 수시로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박씨에 따르면, 취업 후 업무와 상관없이 점심 저녁 식사에 끌려 다녔다. 물론 이 자리에서는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성적 놀림을 받기도 했다.

또 얼마 전 박 씨는 여사장의 압박에 못 이겨 원치 않은 성관계까지 맺었다. 요즘같이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에 이만한 회사를 잡기가 쉽지 않아 박씨는 버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관계 이 후에도 여사장의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몇 번이나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 막무가내로 관계를 종용하고 있다.

남성 성희롱은 직장 내에서 뿐만이 아니다. 23세의 대학생 최혁재 군은 아침 학교 등굣길 지하철 안에서 처음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승객 많기로 유명한 지하철 2호선, 최군 바로 옆에 있던 한 여자가 자신의 팔에 가슴을 밀착시켰다.


국경 없는 남성 성희롱

깜짝 놀란 최 군은 혹시나 오해를 살까봐 재빨리 손을 치우려 했지만 오히려 여자가 몸을 더욱 심하게 밀착시켜 꼼짝 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승객으로 가득 찬 지하철 안에서 최 군은 어이없는 이 상황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최군은 “그날 너무 화가 나서 인터넷에서 법조문을 찾아봤는데 성폭행의 경우 남자는 아예 대상조차 안 된다”며 “성범죄와 관련해선 남자가 역차별 받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부당함을 주장했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일본 홍콩 등에서도 그 피해는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월 홍콩 시민당과 기회균등위원회가 실시한 홍콩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3분의 1 이상이 남성이지만 이들은 대부분 상사나 주변에 보고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다수 홍콩 남성들은 성희롱 사실을 조용히 덮어두고 싶어 했다.

미국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따르면, 지난 2006년도 직장내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남성의 사례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성희롱 사례에는 신체적 접촉이나 성적인 표현 뿐만 아니라 남성이 남성 동료에게 내뱉는 ‘사내답지 못한 녀석’ ‘계집애 같은 자식’ 등의 표현도 포함된다. 미국 성 보호단체 관계자는 “남성들의 실
제 피해 사례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남성들도 피해 신고에 적극적이 됐다는 긍정적 변화”라고 해석했다.


“성관계 절대 금물”

한편 일본에서는 직장내 성희롱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와 화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또 성희롱을 당한 남성들을 향한 시선 역시 곱지만은 않다. 또 ‘남자가 오죽 못났으면…’ 등의 뒷말에 시달리기 일쑤다.

여성들은 성희롱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화되는 반면, 오히려 남성들은 혼자서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어서 남성들은 드러내놓고 성희롱 사실을 토로하지 못 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들의 경우 직장이나 상담소를 통해 성폭행 문제를 의논할 수 있는 루트가 마련돼 있지만 남성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며 “그 때문에 대다수의 남성들은 혼자서 가슴앓이를 할 뿐이다. 또 어쩌다 신고를 한다 해도 망신만 당하기 십상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들 역시 남성들도 성희롱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한다.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은 “지난 1999년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은폐하거나 해결책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대할 경우 처벌받도록 규정돼 있다”며 “성 문제 일수록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소장은 “어떠한 경우라도 성관계를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무리 여성의 강요에 의해 성관계를 가졌다 해도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성관계 만큼은 남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고 이 소장은 덧붙였다.

이희선 프리랜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