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인물탐구]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10-13 16:21
  • 승인 2014.10.13 16:21
  • 호수 1067
  • 6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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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없는 대표님 "새로운 IT세상 열겠다”

취재기자→변호사→카카오 대표로 변신
적자행진 카카오톡 게임으로 흑자 전환

10조 공룡 ‘다음+카카오’ 합병 기대 높아
검열 논란·사이버 망명자는 미해결 숙제

▲ <이석우 공동대표>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카카오톡’과 함께해온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사진). 카카오 가입자 수는 1억3000만 명. 이제 그는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에서 게임 및 광고 판매, 모바일 선물 스토어 운영을 통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다음’과의 합병을 통해 ‘10조 공룡’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들어와 놀고, 돈을 쓰고, 또 관계를 맺어가는 놀이터(Digital Playground)를 추구한다는 다음카카오. [일요서울]은 이석우 공동대표를 통해 세계시장까지 노리는 다음카카오의 미래를 들여다봤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꾸준히 한 영역을 개발하는 사람이 있지만 전혀 다른 배경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위한 아이디어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후자에 속한다.

이 대표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와이주립대로 진학, 중국사를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영어와 중국어, 일어에도 능하다. 주영 대사관 공보관, 주네덜란드 공보관을 역임한 아버지 덕에 어려서부터 해외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아버지는 서울대 4·19 선언문 작성을 주도한 고 이수정 전 문화부 장관이다. 이수정 전 문화부 장관은 한국일보, MBC 기자를 거쳐 노태우 정부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냈다. 이후 1991년부터 1993년까지는 문화부 장관을 맡았다.

이 대표는 1992년 아버지를 따라 중앙일보 취재기자로 입사해 국제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2년여간의 기자 생활을 하면서 다시 공부에 대한 필요와 갈증을 느꼈고, 루이스 앤 클라크 로스쿨로 유학을 떠났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미국에서 세법 전문 변호사로 일하기도 했다. 약 2년간 조세 변호사로 일한 그는 1999년 한국IBM 사내 변호사로 특채돼 귀국했다.

2004년에는 NHN(현 네이버)으로 자리를 옮겼고, 카카오(현 다음카카오)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약 7년간 NHN에서 법무담당 이사, 경영정책 담당 부사장을 거쳐 NHN 미국법인(NHN USA, Inc.) 대표를 지냈다.

이 대표가 2011년 카카오로 자리를 옮긴 데는 김범수 의장과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NHN에서 함께 생활했던 김 의장은 2011년 한국으로 돌아온 이 대표에게 “함께 일해보자” 권했고, 당시 카카오의 비전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이석우 대표는 곧바로 합류를 결정, 지금 다음카카오의 공동대표로 되기까지 카카오 공동대표로 활약해왔다.

이 대표와 김 의장의 손으로 탄생된 카카오톡의 지난해 매출액은 2100억 원을 넘어섰다. 카카오톡의 가입자는 1억3000만 명이다.

이 대표는 카카오 대표로 취임한 이후 카카오게임을 출시해 대박을 터트렸다. 카카오의 대표 게임인 애니팡은 출시 이후 석 달 만에 국내 누적 가입자 2000만 명, 동시 접속자 수 30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카카오의 적자행진을 흑자 전환으로 돌아설 수 있게 만든 게임이었다.

이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게임 외에도 광고(플러스친구), 이모티콘, 기프티콘, 모바일쇼핑, 음원 스트리밍서비스 등 수익구조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된 ‘카카오 페이’를 두고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서비스다”며 “아직까지는 카카오 내 결제 서비스에만 적용되도록 해놨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핀 뒤 결제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카카오페이가 성공적인 반응을 얻어 글로벌 시장으로까지 확산되면 좋겠다”며 “초기단계여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지만 중국서비스인 알림페이처럼 카카오페이도 한류를 타고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사용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수평·소통 중시 전직원 정보 공유

이 대표는 다음카카오의 조직 문화이기도 한 소통과 신뢰, 그리고 수평적 조직구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대표는 깔끔한 대외 매너를 갖춘 것은 물론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상대방에게 능숙하게 전달하는 ‘소통의 달인’으로 불린다. 어느 회사에서나 볼 수 있는 개인 사무실도 없이, 일반 직원들의 옆에서 같은 책상을 두고 업무를 본다. 영어이름을 사용하며 직원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건 물론, 아직도 외부 출장과 강연 시 혼자 노트북을 들고 뛰어다니기 일쑤다.

이 같은 이 대표의 성향은 다음과 카카오의 통합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현재 다음카카오는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와 최세훈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의 공동체제로 운영된다. 이 대표는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최 대표는 다음카카오 전반의 운영과 통합법인의 안살림을 맡게 됐다.

각자의 색깔이 뚜렷한 두 공동대표지만 공통점도 많다. 우선 수평적 소통을 중요시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두 대표는 통합과정을 놓고 “남달랐다”고 평가한다. 기업이 통합할 때에는 계획을 짜고 그것을 직원들에게 하자고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다음카카오는 수평적 조직문화, 소통이 중요한 회사가 되기 위해 방향성, 주제별로 의논하는 과정, 결정되는 과정을 전 직원과 공유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또 이 대표는 “통합을 진행하면서 외부적인 요소들도 중요했지만 가장 우선에 둔 것은 다음카카오 사용자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성공은 끊임없이 유저들에게 어떤 편리함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두고 소통해왔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던 것”이라며 “초심을 잃는 순간 망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용자들에게 집중해서 소통, 원하는 것 파악해 나가는 것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두 대표의 성향은 다음카카오의 경영 방침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다음은 직급 대신 ‘님’을 호칭으로 쓴다. 카카오 역시 직급이 아닌 영어이름을 호칭으로 쓴다. 통합된 다음카카오는 호칭문화에 있어 카카오식을 택해 합병 선언 후 모두 영어이름을 만들어 사용 중이다.

이 대표는 “어느 한 쪽이 사라지는 개념이 아니라, 두 회사가 만나 새로운 회사를 세운다고 생각하며 준비했다”며 “양사에 존재하는 긍정적인 경영 시스템들 중 택일하는 방식으로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것을 함께 논의하고 정했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의 첫 슬로건은 ‘새로운 연결, 새로운 세상’(Connect Evreything)’으로 정했다. 여러 파트너들과 함께 더 큰 가치, 더 큰 세상으로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서비스는 영혼이 있어야 한다”며 “기능적으로는 비슷한 것들이 많겠지만 다음카카오의 여러 서비스들은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같이 가는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생을 통해서 다음카카오가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파트너들을 통해 그것이 구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수많은 경쟁사들이 있지만 그들과의 차별성을 이 같은 ‘영혼’에 놓고 오랜 기간을 두고 봤을 때 훨씬 더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들이 다음카카오를 통해 유통될 것이라고 말한다.

업계는 다음카카오의 출범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 사의 합병을 ‘신의 한 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두 기업이 ‘모바일’과 ‘글로벌시장’이라는 뚜렷한 지향점을 갖고 있는 데다 성장모델에 한계를 느끼고 있던 시기의 합병이었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위협 넘어야 할 산

하지만 이는 곧 다음카카오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지목되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국내를 넘어 세계에 서기 위한 강력한 콘텐츠나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다음카카오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잘 보고, 많은 도전과 시도를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새로운 연결, 세상을 이어나가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길러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불거진 카카오톡 검찰 검열 등에 대한 잡음들도 풀어야 할 숙제로 언급된다. 검찰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검열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어난 후폭풍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이버 검열 논란 후폭풍이 불면서 독일 모바일메신저 ‘텔레그램’ 등으로 사이버 망명을 하는 이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대표는 다음카카오 합병 간담회에서도 검열논란, 텔레그램 등에 대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우려하는 바는 잘 알고 있지만 최고의 보안 기술을 갖고 있으며 자체 서버에서 보관하는 기간이 짧다”면서 “원치 않는 경우에 유출이 된다거나 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법 집행이 있을 때에는 다음카카오 역시 대한민국의 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검찰에 협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서비스도 해당 국가에 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정당한 협조는 해야할 수밖에 없다”며 “큰 파장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이 서버 전체를 들고 갈 순 없다”며 “사람들이 텔레그램을 찾는 이유는 막연함 불안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오해하는 부분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다음카카오는 “일부 언론에서 다음카카오 법무팀이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직접 선별해 경찰에 넘겼다고 보도된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다음카카오는 영장에 기재된 정보 중 서버에 남아 있는 정보만 제공할 뿐, 절대 자의적으로 특정 대화만 선별해 제공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영장에는 통상 수사 대상자의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고, 수사기관은 그 번호가 나눈 대화 내용과 그 외 수사에 필요하다고 판단된 정보를 다음카카오 법무팀에 요청한다”며 “법무팀은 영장에 기재된 정보 중 서버에 남아 있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1차 수사기관인 경찰에 제공하고, 이후 경찰에서 수사와 관련된 정보를 검찰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서버 저장 시스템에 대한 개선으로 데이터 양이 아닌 기간(2~3일)으로 지워지는 시스템과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했다. 프라이버시 모드가 도입되면 대화, 즉 종단간 암호화(End to End Encryption) 상태에서 오고가는 메시지는 운영자도 암호를 풀 수 없다. 이는 암호키가 서버가 아닌 이용자의 스마트폰에만 저장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암호를 풀어 메시지 내용을 보기 위해서는 카카오톡의 서버가 아닌 이용자의 스마트폰까지 압수해야만 가능한 상태가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저들의 반응은 다소 냉담한 상태다. 이에 다음카카오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적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다”며 “이번 일로 사용자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깨달았고, 사용자의 정보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놓고 서비스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까지는 무엇보다 행동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어떠한 일에도 초심을 지켜나가는 카카오톡, 다음카카오가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다음카카오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고 있다. 항상 어떤 혁신적인 서비스로 사람들이 보다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는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그가 그동안 신뢰와 소통을 강조하며 혁신적인 서비스를 보여줬던 것처럼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고 진정 새로운 IT세상을 구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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