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올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여자 골프의 최강자인 박인비가 주춤하면서 주도권을 미국선수들에게 내줬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잇달아 한국선수들이 연승을 기록하며 다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이미림은 2승을 거두며 두각을 나타냈고 여러 선수들이 골고루 승기를 잡으면서 한국바람이 다시 LPGA투어를 평정했다.
이미림(우리투자증권)은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레인우드 파인벨리 골프클럽(파73·659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26번째 대회이자 아시아 스윙 첫 번째 대회인 ‘레인우드 LPGA 클래식’(총상금 210만 달러·한화 약 22억1000만 원)에서 최종합계 15언더파 277타로 최종 우승을 거뒀다.
특히 그는 공동 3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해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9타를 쳐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올 시즌 LPGA 투어에 데뷔한 이후 통산 2승째다.
경기 직후 이미림은 “제가 세계 1위를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오히려 더 배워야 한다는 걸 깊이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저 쫓아간다는 생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집중했다”며 “보기만 해서 연장에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친 게 그린에 잘 올라가니깐 욕심이 생겼다. 내 바로 뒤에서 먼저 퍼팅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세계랭킹 1위)의 라이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림은 지난 8월 마이어 클래식에서 세계 2위 박인비를 연장 접전 끝에 꺾고 첫 승을 신고했다. 이후 이번 대회에서 1위인 루이스마저 잡으면서 ‘강자 킬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그는 2승 모두 역전 우승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한국선수들은 지난해 박인비가 혼자 6승을 거둔 것과 달리 올해는 박인비, 이미림이 각각 2승을 거두었고 지난 8월 ‘케네디언 퍼시픽 위민스 오픈’에서 유소연이, 지난 9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김효주,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에서 허미정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실력있는 선수들이 골고루 포진해 있다는 점이 한국여자골프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더욱이 올 시즌 이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를 주름잡고 있는 김세영, 김효주, 장하나 등이 미국 무대를 밟을 예정이어서 LPGA에서의 한류바람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미림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와 나란히 2승씩을 거두며 신인왕 경쟁에 돌입했다. 리디아 고는 올 시즌 10차례나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신인왕 포인트 1306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미림은 아직 750점으로 포인트차가 크지만 리디아 고가 최근 손목 부상에 시달리고 있고 한 달 간 휴식을 취해 경기감각이 떨어진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LPGA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골프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