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제7회 기업가 정신 주간을 맞는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자는 의미에서 매년 정례적으로 실시해 온 행사가 있다. 올해는 창조경제의 초석이 되는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10일 개막식 및 국제 컨퍼런스를 비롯 해외 CSR사업화 포럼, 사랑받는 기업에 대한 포상 및 제조업 청년창업가를 위한 Entrepreneurs Conference 2014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제조혁신을 위한 전략적 과제, 기업가 정신이 이끄는 도전과 혁신 등 기조강연 및 각종 세미나가 열린다. 기업가 정신 주간의 행사들이 단파적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닌 기업가 정신 확산 및 전파로 우리나라에 ‘제2의 벤처창업 붐’이 일어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창조성 연구의 권위자인 키스 소여(Keith Sawyer) 박사는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의 개념을 도입해 누구나 훈련을 하면 창의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실제로 일상과 비즈니스 현장에서 창의력을 단련하기 위한 트레이닝 방식을 제시하면서 “창조란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있을 때 생기는 것”이라며 공동체의 협력을 중요시했다.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지배했던 위대한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라파엘로, 보티첼리, 도나텔로 등도 한데 모여 상대에게 비평과 조언을 하면서 지성의 집단화를 통해 창조성을 발휘했다. 동시대의 문화유산이 산재해 도시전체가 박물관 같은 문화유산의 성지(聖地)였던 피렌체는 부유한 도시로 예술품 수집에 대한 욕구가 높았다. 15세기 당시 축적된 경제력을 문화예술에 과감히 투자하고 공동체 활동을 통해 훌륭한 화가가 많이 배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덕분이다. 오늘의 실리콘밸리나 디자인 메카 뉴욕과 비슷한 양상이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창조는 ‘협업(Collaboration), 즉 여러 사람의 힘’이 모여 나온다. 산업 시대에는 엄격한 규율, 근면한 노동, 상명하달식 권위 체제가 중시된 반면 협업 시대에는 창의적인 놀이, 개방형 공유체, 글로벌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따라서 공동체 구성원의 다양한 생각 속에서 창조적 아이디어가 창출되도록 협업이 잘 되는 사회를 조성해야 한다.
한두 사람의 수직적 사고가 아닌 열린 수평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 브레인스토밍은 1940년대 미국의 광고회사인 BBDO사의 부회장 알렉스 오즈본에 의해 창시된 회의 방식이다. 이 방법은 아이디어의 발상과 평가를 철저히 분리해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브레인스토밍은 권위주의나 고정관념을 배제하고 수용적 분위기에서 가장 좋은 힌트나 아이디어를 찾아내려는 집단토의 기법이다. 브레인스토밍에는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꼭 지켜야 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 첫째로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 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
둘째,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에는 인식의 틀을 깨고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화하지 말고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기 때문인다.
셋째,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내가 무엇을 하는지(what), 어떻게(how) 하고 있는지보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과 소통의 방식을 왜(why) 하는 지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토마스 에디슨(Thomas Alva Edison)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물어보는 습관때문에 어릴 때 ‘왜 그래요 꼬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해할 때까지 끊임없이 물어보는 습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Why로 시작해 성공한 경우는 애플, 라이트형제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은 창의적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트리즈(TRIZ) 기법이다. 트리즈 이론은 1960년대 구소련의 엔지니어 게리어 알트슐러(Altshuller)와 그의 제자들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이는 300만 건 이상의 특허와 원리를 정리한 것으로 구소련 붕괴 후 서구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처음 신제품 개발을 위해 이 기법에 동원된 변수들은 모두 공학(工學) 용어들이지만 최근엔 경영·정치·사회 등의 여러 영역으로 확장돼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창안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말에 전파되기 시작해 삼성, 포스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트리즈 기법은 어떤 상황을 맞았을 때 이미 익숙한 자신의 사고의 틀과 상충되면 이해가 되지 않을뿐더러 때론 심한 스트레스도 받게 된다. 수직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이 수평적 사고로 해결해 줄 것을 요구 받았을 때 수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5천년 탈무드 정신 후쯔파(chutzpah)를 바탕으로 건국 60년 만에 글로벌 수퍼국가가 된 나라. 전 세계 벤처투자의 35%, 노벨상의 22%, 세계 100대 첨단기술기업 연구소의 75%, 원자력안전, 인터넷 보안, 바이오헬스 융합의 선구자 등을 보유한 나라, 바로 이스라엘이다. 유대인 칼럼니스트 사울 싱어(Saul Singer)는 저서 <창업국가>에서 자국의 두뇌강국의 이유를 후쯔파 정신에서 찾았다. 형식의 파괴, 질문의 권리, 끈질김,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 위험의 감수 등 혁신적인 요소들이 장구한 세월을 후쯔파 정신으로 살았고 그 결과물로 오늘날과 같은 창조경제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다가올 협업 시대의 첫 편인 3차 산업혁명에서는 산업 시대에 적용됐던 엄격한 규율, 근면한 노동, 상명하달식 권위적 체제는 붕괴된다. 협업 시대에는 창의적 놀이, 사회적 자본, 개방형 공유체,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나이와 지위에 관계없이 상대가 누구인지 묻지 않고 토론을 통해 합리적 결론을 얻어내는 공동체 정신은 놀라운 용기의 후츠파 정신인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과 혁신을 거듭하며 창업을 돕는 사회 분위기, 형식을 파괴하고 누구나 질문할 권리를 인정하며 다수가 재창조해내고 실패로부터 배워 일어서는 문화가 바로 창조경제 속 기업가 정신인 것이다.
김의식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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