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배만 불린 재벌]경방
[자기 배만 불린 재벌]경방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10-13 11:42
  • 승인 2014.10.13 11:42
  • 호수 1067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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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큰 총수 일가 13세 손녀도 주식거래로 대박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경방(회장 이중홍·사진)을 살펴본다.

경방 총수 일가의 자산 생성은 합병이 단초가 됐다. 경방은 지난달 초 비상장 자회사 경방유통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7일엔 이사회를 통해 경방유통에 대한 소규모 흡수합병을 원안대로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아울러 “경영효율성 증대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 및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며 “본 합병에 대한 반대의사 표시 주주가 경방 발생주식 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합병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을 이사회 승인으로 갈음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방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지난 8월 1일 종가 기준으로 12만4000원이었던 주식은 서서히 올라 한때 19만1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6월 중 주가가 11만2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0% 이상 주가가 올랐다.

당연히 이때 주식 매매를 하면 차익을 남기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총수 일가도 차익 실현을 감행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경방의 총수 일가는 8월 한 달 동안 주식 장내 매도를 통해 20억9000여만 원의 현금을 벌어들였다.

우선 김준 대표의 여동생인 지영씨가 지난 8월 12일부터 9월 1일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보유 주식 5620주를 팔아 9억7000여만 원을 가져갔다. 8월12일 620주를 비롯해 13일 750주, 14일 250주, 27일 1250주 등이 그 내용이다. 장이 열리지 않은 주말과 광복절을 제외한 평일 대부분 주식 매매를 했다.

친인척인 한만청·김봉애씨 도 주식을 팔았다. 김봉애씨는 고 김각중 명예회장의 셋째 여동생이며 한만청씨는 그의 남편이다. 한만청씨는 국민경제과학만화운동본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병원장과 아시아·태평양 심혈관 및 중재적방사선 학회장을 지냈다.

그는 또 8월 25일 609주를 팔아 1억1000만 원가량 현금을 확보했고 김봉애씨는 같은달 18일 690주를 현금화해 1억1000만 원 정도를 가져갔다. 김담 부회장의 특수관계인인 케이블앤텔레콤도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5차례에 걸쳐 보유주식 2296주 중 1213주를 장내매도해 1억6000여만 원을 챙겼다.

불법은 아니지만…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은 이중홍 경방 회장의 손녀 유진양이었다. 올해 13세에 불과하지만 이번 주식 매매로 1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였다. 유진양이 현금화한 것을 따져보면 8월 7일부터 8월 27일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보유주식 5500주를 장내매도로 팔아치웠다.

올해를 모두 합치면 유진양은 총 16차례 장내매도로 10억 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장내매수는 2차례에 불과하다. 앞서 3월 10일과 6월 10일 주가가 하락세(종가 기준)를 보일 때 총 509주를 매수했다.

물론 총수 일가라고 해서 주식 매도를 해선 안 된다는 법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주식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 역시 나쁜 일이 아니다. 다만 총수 일가가 이렇듯 다양하게, 대대적으로 장내 매도를 실시하면 일반 투자자들은 해당 종목의 주가 상승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한 일반 투자자는 “총수 일가가 주식을 사면 당연히 주가가 오르고, 내다 팔면 그것도 당연하게 주가가 내려가는 수순을 밟지 않겠냐”면서 “욕을 하거나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일반 투자자로서 어쩔 수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방의 입장은 달랐다. 개인적인 매도이고 경영권을 가진 총수 일가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가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방의 한 관계자는 주식 매매를 두고 “이중홍 회장이나 김준 대표처럼 경영권을 지닌 일가의 매매가 아니었다”면서 “총수 일가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차원의 주식 매도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금화 된 자금의 용도와 일반투자자의 입장과 관련해선 “자금의 용도 또한 회사 차원에서 생각하거나 답변할 부분이 아니다.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 상승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은 일부 동의한다”고 전했다.

한편 경방의 모태는 인촌 김성수 선생이 1919년 ‘우리 옷감은 우리 손’으로라는 창립이념을 가지고 세운 경성방직회사다. 고 김각중 경방 명예회장은 75년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 뒤 33년 동안 경방을 이끌며 한국 섬유산업의 중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김각중 명예회장은 지난 2012년 3월 타계했고 현재 경방은 매제 이중홍 경방 회장과 아들인 김준 대표와 김담 부회장이 경영을 하고 있다. 또 경방은 1990년대 이후, 1994년 경방필백화점과 한강케이블TV를 설립하고 2001년 우리홈쇼핑을 설립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했다. 2009년 옛 경성방직 자리(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에 문을 연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도 그 일환이다.

덧붙이자면 경방유통은 92년 1월 설립돼 백화점 영업을 주요 영업으로 하는 회사다.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용지인 경방필백화점을 소유하고 있고 흡수합병 전 모회사가 경방이다. 경방은 경방유통의 지분 100%를 보유, 경방유통이 운영 중인 타임스퀘어와 메리어트호텔에서 나오는 수익을 차지한다. 경방 총수 일가가 대대적으로 주식 매매를 통한 현금 확보를 했던 것도 이들 유통사가 자리를 잘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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