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 법칙’ KT에서도 통할까…업계 초미의 관심사
M&A 초반 흥행몰이 중…단통법이 변수 될 수도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KT가 수상하다. 황창규 회장(사진) 취임 이후 심혈을 기울이던 KT렌탈 매각과 관련해 내부 사정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내부에 정통한 한 인사는 “황 회장 취임 후 첫 대형 매각이라 성공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외부에선 ‘훈풍’이 부는 사업인데 내부에서 쉬쉬하는 것이 오히려 초반 흥행몰이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다.
KT가 KT렌탈 매각을 위한 첫 단추를 채웠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T렌탈과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는 1일 회사 소개와 매각방안 등을 담은 매각안내서를 발송하면서 매각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매각 안내서를 요청한 후보가 20여 곳에 달할 정도로 KT렌탈 인수전은 초반 흥행기세가 거세다.
SK네트웍스, GS그룹, 롯데그룹, 한국타이어, AJ렌터카, SFA 등 국내 기업들과 오릭스,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유니타스캐피탈,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 등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분 100%매각 추진
이번 매각대상은 KT렌탈 지분 100%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KT렌탈 지분 58%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지분은 재무 투자자들로부터 사들여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KT렌탈 지분 100%의 매각가격은 인수후보의 경쟁이 가열될 경우 8천 억~1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KT렌탈의 몸값이 치솟는 이유는 렌트카사업이 대표적 현금창출형 사업인 데다 중고차사업 등 확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KT 경영진에서는 황 회장의 첫 대형 M&A라는 점에서 이번 매각 과정에서 잡음이 일 경우 그룹의 명예가 실추될 것을 극도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매각을 공식화한 후 자문사 선정과정에서도 경영진이 몇 차례 이견을 표하는 등 적극 개입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대외에 비치는 이미지는 물론, 사소한 루머나 언론 보도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초기부터 그룹 내부에 함구령이 내려졌고, 이번 매각과 관련해 KT와 외부의 소통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는 올해 초 KT ENS 법정관리로 숱한 비판을 받았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이란 평가와 황 회장이 언론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웃지 못할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통신사업 성장성이 정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KT렌탈 매각이 자칫하면 사업기회를 놓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경영진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새판짜기 본격 신호탄
KT는 또한 임원급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직원들 사기 저하도 한 몫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KT가 하반기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다고 추정한다.
KT내부 관계자는 “지난 4월 실시한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KT 상반기 내부평가가 이뤄지지 못해 예년보다 이른 9월 말 기준으로 앞당겨 인사평가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미 KT는 우면동 연구개발센터의 IT 개발본부 분사 작업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적이 부진한 조직의 분사를 통해 비용절감으로 KT 영업에 활력을 제고하기 위함으로 황 회장은 이번 작업을 계기로 만성적인 경영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성과 없는 조직을 분사하는 등 조직 슬림화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중용됐던 고위 임원 상당수가 사표를 내거나 계열사로 밀려날 것으로 알려져 이른바 ‘새판짜기’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많다. 때문에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고된다.
한편 KT렌탈은 25년 이상의 렌탈 산업 노하우를 보유한 국내 1위 종합 렌탈 회사이며 KT금호렌터카를 운영하고 있다. KT그룹 내 비통신분야의 대표적인 회사로 그룹경영, 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올 상반기 기준 KT렌탈 시장점유율은 26%로 업계 2위 AJ렌터카(13.%)의 두 배 수준이다.
#황의 법칙이란
황의 법칙(Hwang's Law)은 황창규 KT회장이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제시한 이론이다. 2002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ISSCC(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그는 ‘메모리 신성장론’을 발표하였는데, 무어의 법칙과 달리 메모리반도체의 집적도가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이론이었다. 그는 이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여 이론을 입증하는데 성공하였다. 이후 재계에선 ‘그가 말하면 된다’는 뜻으로 풀이되면서 그를 신뢰했고, 이후에도 ‘황의 법칙’은 여러 각도로 해석돼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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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