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올려도…” 실적·주가·파업 벼랑 끝
“권오갑 올려도…” 실적·주가·파업 벼랑 끝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10-13 11:07
  • 승인 2014.10.13 11:07
  • 호수 1067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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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삼중고

뚜렷한 악재보다 잠재적인 부실 우려 깊어
10대 그룹 중 시가총액 낙폭 가장 큰 불명예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현대중공업이 권오갑 사장이라는 구원투수의 등장에도 실적·주가·파업의 삼중고로 치닫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실적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그것도 뚜렷한 악재보다는 잠재적인 부실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깊다. 또 주가는 1년 전 30만 원 수준에서 현재 11만 원대로 미끄러진 상태로 시가총액 감소율이 가장 높다. 게다가 20년 만의 파업 위기 역시 신임 사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분기 1조1000억 원 적자 어닝쇼크에 이어 3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되는 등 실적으로 고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문제가 당장의 실적 부진보다 잠재적 부실에 있다며 여전히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3분기 실적은 700억 원 상당의 영업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권오갑 신임 사장이 돌아오면서 그간의 부실 털어내기로 적자 폭이 수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후문도 함께 나오고 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양플랜트 체인지오더와 육상플랜트 손실충당금에 따라 3분기 영업익 변동폭이 큰 상황”이라며 “육상플랜트는 현재까지 3000억 원 안팎의 손실충당금이 반영됐으나 추가적인 대규모 손실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41조에서 9조로 32조원 증발

주가도 연일 52주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주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지난 10일 장중 11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10월 장중 29만1500원선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돌이켜보면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2011년 4월 54만7000원 대비 80% 가까이 폭락해 10대 그룹 중 시가총액 감소폭이 가장 큰 기업으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은 2011년 최고 41조 원에 달했으나 현재는 9조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3년 만에 32조 원에 달하는 평가자산이 사라진 것이다.

그것도 조선 빅3 중 유독 현대중공업에 뚜렷한 악재가 될 만한 일이 없었다는 점이 더욱 문제로 부각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수주물량이 대거 취소되는 등의 악재는 없었다”며 “다만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 외에는 특별한 사항이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현대중공업 주가가 10만 원을 터치하더라도 잠재부실을 모두 덜어내고 가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CEO 교체, 노조파업 이슈, 신용등급 강등이 일시에 부각된 3분기는 경영실적보다 불확실성 해소 여부가 우선”이라며 “플랜트부문의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사우스, 슈케이크 화력발전설비의 잠재 부실 여부가 향후 실적의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

구원투수 진정성 없나 파업 준비 가속화

더불어 20년 만의 파업 우려에 대해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은 벌써 5개월째 지속되는 중이다. 이에 지난달 권오갑 사장이 구원투수로 다시 부임했지만 노조는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사장의 파업 저지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모든 것은 회사의 잘못이라며 함께 뜻을 모아 난관을 헤쳐 나가자는 연설이 그 예다. 출근길에 본사 출입문에서 직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기회를 달라며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럼에도 노조는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간 상태다. 앞서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노동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원만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무기한 연장을 선언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내부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권 사장의 행동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과 임단협 조건 자체가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대내외적인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알지만 지금으로서는 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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