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후쿠시마 원전 노동자가 밝힌 충격적인 사실들
[인터뷰] 후쿠시마 원전 노동자가 밝힌 충격적인 사실들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10-13 11:00
  • 승인 2014.10.13 11:00
  • 호수 1067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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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발전소는 돈벌이의 일환, 에너지 문제가 아니다”

일본 내 피폭 문제 여전…한국 역시 안전대책 미흡한 수준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감서 해체·방재·노후 문제 등 질타

▲ <히구치 켄지>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는 방사능 유출과 공동체 파괴 등 심각한 공포를 남겼다. 특히 노동자들의 피폭과 노동환경의 낙후 문제는 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진데, 영광발전소의 방사선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강제 해고는 한국 핵발전 노동의 현실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거론된다. [일요서울]은 실제 일본 핵발전 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산업의 현황과 쟁점들을 들여다봤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물질에 대한 우려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인접 국가인 만큼 그 여파가 국내에도 몰려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조성된 것이다. 하지만 3년 정도 시간이 흘렀고 국내 여론은 두려움과 공포를 많은 부분 떨쳐낸 모습이다.

방사능은 일본의 이야기일 뿐,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식의 일상이다. 그런데 원전의 위험성과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후쿠시마 현 주민이자 원전노동자로 일했던 나이즈마 히데아키씨와 또 40년 이상 핵발전 노동자를 탐사 취재해온 사진작가 히구치 켄지(사진)씨다.

두 사람은 우리나라에 투명한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주관으로 일본 핵발전소의 노동과 환경실태를 증언하기 위해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고 방사능 폐기물을 둘러싼 문제, 또 원전 문제 등을 자세히 말하고 있다.
우선 니이쯔마 히데아키씨는 1982년 생으로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나라하마치 출신이다. 사고 당시엔 나라하마치에서 살았으나, 나라하마치는 원전 사고로 인해 거주가 제한된 구역이어서 자택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원전 사고 때 동경전력 하청업체에서 근무했고, 정기점검에 따른 관리업무를 담당했다. 올해 4월부터는 이와키 오텐토썬기업조합에서 일하게 됐고 방사능 위험 경계 지역을 포함한 투어 업무를 맡고 있다.

히데아키씨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숙련근로자 감소와 방사능 노출 환경에서의 작업이 불가해 사고 전과 비교했을 때 노동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 정부는 현재 후쿠시마 핵 발전소가 안전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수습작업 자체를 더듬거리고 있다”면서 “무슨 의미에서 안전하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태풍이나 비바람 등으로 늘 확산되고 있는데도 제염작업을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는데 “사무실에서 정기 검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3시가 조금 넘은 상황에서 휴대폰 알람이 일제히 울리고 건물이 뒤틀리는 듯한 지진이 발생했다”면서 “길가의 다리와 도로는 함몰하기 시작했고, 차가 끊기면서 이동을 할 수 없었다. 너무나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1977년 6월 최초 임계일 이후 37년째 가동 중인 최장수 원전 고리 1호기의 사고·고장 건수가 국내 원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원전의 노후와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안전한가

그는 “개인적으로 핵 발전소를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 다만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면서 “100% 안전이라는 건 있을 수 없고 사고가 발생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 미리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4중 5중으로 대책을 세워두지 않으면 원전은 아예 가동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경각심을 촉구했다.

히구치 켄지씨도 마찬가지다. 한·일 핵발전 노동 워크샵을 통해 켄지씨는 “피폭 노동의 실태 해명조차 진행되지 않은 한국에 유익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며 핵 발전소 실태를 알려왔다.

이어 “핵 발전소 노동의 가장 큰 문제는 인권 무시다. 사회 보장도 없다. 일본의 전력 회사들은 ‘청정하다’, ‘안전하다’ 등을 남발하면서 핵 발전 신화를 만들었지만 핵 산업의 최대 치명적 약점인 하청 피폭 노동에 관해선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핵 발전소는 돈벌이의 일환일 뿐,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보탰다. 그는 “미국의 회사들이 일본에 핵 발전소를 가지고 왔다. 당시 정·재계는 돈벌이 목적을 숨기기 위해 ‘일본은 에너지가 없다. 무자원 국가다’라고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동시에 국내 원전의 현실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우리 정부의 원전 추진 정책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1978년 고리 원전 1호기(부산시 기장군) 가동 이후 4개 지역에서 총 2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핵 발전 노동 워크샵 자료집은 “각 원전 내 설치된 사용 후 핵연료(핵 폐기물)의 일시 보존 시설은 계속해서 가득 찰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2016년에는 고리 원전이 한계에 달하고 2017년에는 월성, 이어서 울진과 영광 원전이 그럴 것”이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우리 나라는 축적되는 핵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계속해서 원전의 폐로가 가까워지는데 여기서도 발생할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피폭 노동을 강요받은 노동자들의 안전 대책을 언제 마련할 것인가 등 원전 대국 한국에서는 거대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원전은 많은 질타의 대상이 됐다.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절반은 15년 안에 수명이 끝나는데 그런 원전을 해체하는 기술은 물론이고 법과 제도마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국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원전 안전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파다했다.

특히 문병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내에서 가동되는 원전 23기의 전체 사고·고장 684건을 살펴보니 수명을 연장한 고리 1호기의 사고·고장이 19%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 역시 “원전 30㎞ 이내에 있는 지자체 중 방사능 방재 예산을 책정한 곳은 8곳뿐이고 그 액수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원전 사고에 대비한 지방자치단체의 방재 계획이 부실하다는 점을 짚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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