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여성 세명 목숨값이 3000만원?
젊은여성 세명 목숨값이 3000만원?
  • 윤지환 
  • 입력 2007-09-05 15:53
  • 승인 2007.09.05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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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회사원 3명 죽인 인면수심 일당 검거
지난 8월17일 저녁 늦은 시간 112 신고센터에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통화연결 1초만에 전화는 끊어져 버렸다. 그리고 이 일이 있은 지 일주일 후 두 여성의 시체가 한강변에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바로 이 1초 통화의 주인공이라는 것. 회사동료인 임모(25)씨와 김모(24)씨는 이날 저녁 함께 서울 홍대거리로 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8월 20일부터 수사에 착수해 범인들을 뒤쫓았다. 그렇게 추적하기를 10여일, 마침내 범인들은 꼬리를 밟히고 말았다. 경찰은 지난 30일 택시 운전사 박모(35)씨 등 3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아 조사중이다. 경찰은 박씨가 숨진 임씨와 김씨를 홍익대 근처에서 택시에 태운 뒤 공범인 송모(38), 이모(30)씨 등과 함께 성폭행한 뒤 살해, 유기한 것으로 보고 범행 동기 등을 추궁하고 있다.
이들은 치밀한 계획아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는데, 지금까지 드러난 경찰 조사를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 보았다.


임 씨는 실종 닷새 만인 지난 8월 22일 경기도 일산 부근의 한강 하류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김 씨의 시신은 그 다음날 인천 강화대교 북단에서 발견됐다.


휴대전화 추적 통해 동선파악

사람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일산 경찰서의 관계자는 “시신 발견당시 육안으로 외상을 확인하기 힘들었다”며 “몸에 착용하고 있던 귀금속 악세사리도 그대로 였다. 하지만 옷이 벗겨져 있어서 강간 뒤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실종된 두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찰은 두 사람의 신용카드를 확인했고 그 결과 용의자로 보이는 남자가 숨진 임 씨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이 찍힌 CCTV 화면을 입수할 수 있었다.

용산 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을 접수한 뒤 경찰서 내의 모든 강력반 인력을 동원해 총력수사를 펼쳤다. 범인들의 수법으로 미루어 추가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라며 “우리(경찰)는 두 사람이 한꺼번에 당한 것으로 보아 최소한 두 명 이상의 범인이 차량을 이용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추정하고 범행에 사용된 차량확보에 수사력을 모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통신회사로부터 넘겨받은 통화내역과 서울 송파구의 한 편의점 현금인출기에서 확보한 폐쇄회로 TV 화면 분석, 탐문조사 등으로 신원을 확인한 뒤 이들을 붙잡았다.

경찰은 통신수사 중 이들 3명의 동선이 일치한 것에 주목했으며 특히 폐쇄회로 TV 화면에 찍힌 송씨의 모자가 특정 브랜드인 것에 착안해 검거하게 됐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강남의 인테리어 업체에서 근무하는 회사원으로 사건 당일 퇴근길에 홍대에 들렀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경찰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범행은 강변대로인 자유로를 따라가며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사회에서 만난 선후배 사이로 특정 직업이 없었던 이씨 등 세 사람은 지난 8월 12일경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했던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수법과 역할 분담에 대해 정한 이들은 새벽에 귀가하는 여성들을 목표물로 삼았다.


CCTV가 결정적 단서

경찰은 이들이 “3000만원을 모을 때 까지 범행을 계속하고, 살해해서 증거를 없애자”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이들의 계획을 살펴보면 이들은 먼저 전직 택시운전 기사인 박씨가 영업용 택시를 빌려 여성들 태우면 랜터카로 뒤따라오던 송씨와 이씨가 합류해 범행을 저지르기로 했다.

이에 8월 18일 새벽 2시 박씨는 홍대에서 귀가하려던 피해자들을 택시에 태웠고 이어 송씨 등 이 택시에 동승해 피해자들을 흉기로 위협하며 자유로를 내달렸다. 공포에 질린 두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경찰에 신고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가양대교를 조금 지난 지점에서 휴대폰으로 112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송씨 등에 곧바로 휴대폰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들은 파주까지 가서 피해자들을 차례로 성폭행한 뒤 다시 자유로를 타고 서울 쪽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가양대교 인근에서 피해자들을 차례로 목 졸라 살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왜 성폭행 직후 살해하지 않고 피해자들을 가양대교 부근까지 데려와 살해했는지는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며 “살해 여부를 두고 고민을 했던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어 살려 두었던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씨 일당은 피해자들의 살해한 후 다시 차를 돌려 김포대교로 가서 시신을 다리 아래 강물로 떨어뜨렸다. 이어 차머리를 돌려 같은 날 오전 6시25분경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현금인출기를 통해 100여만원을 인출했다.

또 이들은 임씨와 김씨 외에 다른 20대 여성 한명을 추가로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경찰조사에서 이들은 지난 25일 경기 구리시에서 발견된 김모(27·여)씨도 자신들이 납치 살해했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 8월 20일 오전 2시경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 김모(27·여)씨를 같은 택시로 납치한 뒤 팔당댐 근처에서 운동화 끈으로 목 졸라 살해하고 강변북로에서 한강으로 사체를 유기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들 일당은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지 10여일 만인 지난 8월 30일 오전 2시경 서울 송파구 오피스텔에서 붙잡혔으며 박씨는 이날 오전 6시께 송파구 만화방에서 검거됐다.

이들은 3000만원을 모아 음식점을 차리려고 범행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으며 모두 절도 전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경기 고양시 자유로 이산포 나들목 근처 풀숲에서 임씨의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를 찾아 용의자들의 흔적이 남아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했다.

윤지환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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