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아프간 인질 사태가 각고의 노력 끝에 간신히 마무리 됐다. 사건발생 42일만의 일이다. 비록 2명의 희생자를 남기긴 했지만 남아있던 인질 모두를 구하게 돼 가슴 졸이며 사태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이제야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다.
하지만 인질들이 살아 돌아오게 됐다고 해서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아프간에 억류돼 있던 선교단과 그들을 보낸 샘물교회에 대한 심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28일 아프간 인질들이 석방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선 아프간 선교단이 돌아오면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처벌해야 한다며 청원운동이 벌어졌다.
선교단과 샘물교회에 대한 처벌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여론의 심판대에 올라 뭇매를 맞을 가능성은 커 보인다. 이와 더불어 네티즌들은 책임소재를 정확히 가리기 위해 샘물교회 측에 선교단이 아프간으로 떠나기 전 작성했다는 서약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직 이 서약서가 일반에게 공개된 적은 없지만 이미 선교단이 서약서를 쓰고 갔다고 알려진 이상 샘물교회에 대한 서약서 공개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억류돼 있던 선교단이 풀려나면서 아프간 피랍사태가 일단락되자 그동안 혹여 탈레반과의 협상에 걸림돌이 될까 억눌러 왔던 샘물교회와 선교단에 대한 비난여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비난여론이 확산되면서 샘물교회는 그동안 제대로 밝히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 공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샘물교회가 정확히 밝혀야 할 부분은 ▲아프간에 선교단을 보낸 목적 ▲외교부의 아프간 여행 자제 권고 무시 여부 ▲아프간에서의 선교단이 벌인 구체적인 활동내용 ▲아프간으로 떠나기 전 서약서 작성여부 등이다.
앞서 피랍 사태가 발생한 직후 샘물교회측은 이 모든 부분들에 대해 사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들이 샘물교회측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의혹은 커져만 가고있다.
예컨대 샘물교회측은 아프간으로 떠난 선교단에 대해 선교가 아닌 봉사 목적으로 아프간에 갔다고 밝혔으나 일부 선교단원의 미니홈피에 현지선교 활동 사실이 드러나 네티즌들의 비난을 산 바 있다.
서약서 존재여부
네티즌들은 샘물교회와 더불어 선교단에 대해서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샘물교회가 강제로 보낸 것이 아니라 선교단원들이 지원해서 아프간으로 간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은 샘물교회에 이들이 남기고 간 ‘죽어도 좋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공개하라고 샘물교회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선교단이 썼다는 서약서의 실체가 공개될 경우 일부에서 제기된 아프간이 위험지역임을 인지하고도 갔다는 주장이 사실임이 명백해 지기 때문이다.
피랍 사태가 발생하자 인터넷에는 샘물교회가 아프간이 위험지역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선교단을 파견했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이에 샘물교회측은 파견지가 위험지역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교부가 샘물교회측에 아프간 방문 자제 요청을 한 정황이 드러나자 샘물교회는 더 이상의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샘물교회는 서약서에 대해 일절 함구한 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또 서약서와 함께 선교단원들이 유서를 쓰고 갔다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샘물교회는 이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이에 앞서 샘물교회측은 서약서와 각서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가 나중에 다시 슬쩍 말을 바꾸기도 했다. 고 배형규 목사의 유서가 그 증거다.
샘물교회 측은 선교단에 유서를 쓰게 하고 아프간으로 보냈다는 소문과 함께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그런 사실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 목사의 시신이 한국에 도착하자 없다고 하던 배 목사의 유서가 일부 공개됐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선 “샘물교회가 시신을 기증한다는 배 목사의 유서를 이용해 그의 죽음은 마치 순교인 듯 미화하고 있다”며 “없다고 하던 유서가 드러난 이상 다른 사람들의 유서와 서약서도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목사는 지난 7월 13일 아프간으로 떠나기 전 작성한 유서에서 "만일의 경우 시신을 환자 치료와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해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시신 기증 등 문제는 안양샘병원 박 원장과 의논해 결정해 달라"고 가족에게 당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배 목사의 유서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나 다른 선교단원의 유서도 존재할 가능성과 더불어 이와 함께 썼다는 서약서의 존재 가능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샘물교회에 대해 잘 안다는 한 인사는 자신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뒤 “샘물교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선교단원들에게 유서 뿐 아니라 서약서도 같이 쓰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서약서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선교활동 중 풍토병, 사고 등 어떤 불미스런 일이 발
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인 것이라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 목사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유서와 서약서의 존재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꼬리 무는 의혹들
이와 함께 샘물교회의 거짓말 릴레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사회전반에 확대되고 있다. 유서 존재 여부뿐 아니라 아프간 방문 목적도 속이며 국민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이에 선교단체가 무모하게 파견됐고 그로인해 사상자가 발생한 이상 그 책임을 샘물교회 측에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태발생 직후 샘물교회 관계자는 "피랍자들이 의료봉사를 갔고 상당수가 대학생, 간호사로 구성됐다"고 밝혔지만 피랍자 가운데 의대생은 없었고 현직 간호사 및 간호직 경력자도 극소수였다.
앞서 샘물교회는 외교부의 거듭된 아프간 여행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배 목사를 팀장으로 하는 아프간 단기선교 지원서를 교부해 단원들을 모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서에는 지원자격과 선교 훈련일정 등이 선교일정 등이 명시돼 있다.
또 선교 훈련 일정을 살펴보면 당초 의료 봉사를 하러 갔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마임, 인형극, 드라마, 워샵 등만 있을 뿐 의료교육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의료교육 뿐 아니라 해외, 그 중에서도 오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와 풍토병에 대한 안전교육 역시 찾아 볼 수 없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샘물교회는 전국민을 상대로 선교단이 의료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고 거짓말을 한 셈이다. 말하자면 처음부터 거짓말로 사태를 감추기에 급급했을 뿐 사태 해결을 위한 대처에는 미숙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이지영 쪽지의 비밀 >>
선교단 미화하기 위한 작성 ‘의혹’
다른 피랍자들 보다 먼저 석방됐던 김경자, 김지나씨는 귀국 후 억류돼 있는 이지영씨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석방을 양보했다고 밝혀 감동을 전해 준 바 있다. 하지만 이것이 조작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8월 17일 한 일간지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석방당시 두 사람은 자신들이 다른 장소로 이동되는 줄 알았으며 석방되는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두 사람의 석방은 당사자들도 모를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기 때문에 이지영씨가 석방을 미리 알고 양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조작의혹은 이지영씨가 전했다는 쪽지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쪽지에는 이지영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적은 글 옆에 (부모님께)라고 씌어져 있다. 하지만 이씨의 아버지는 1년간 백혈병으로 투병하다 5년 전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홀어머니에게 쪽지를 쓰면서 ‘부모님께’라고 쓴 것은 어색하다는 것이
다. 또 이 쪽지는 열흘이나 지나서야 공개돼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선교단의 억류를 아름답게 미화해 동정을 얻으려는 유치한 영웅 만들기”라며 “선교단이 일단 안정을 취한 이후 모든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윤지환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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