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다 아는 AG 병역면제 프로젝트
국민들이 다 아는 AG 병역면제 프로젝트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4-10-06 14:31
  • 승인 2014.10.06 14:31
  • 호수 1066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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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밥에만 관심 있는 선수들…태극마크의 진정성 논란
▲<뉴시스>

억울한 야구대표 최고선수들 구성도 문제인가 항변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4년을 기다려온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그간의 노력을 쏟아 부었고 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있는가 하면 아쉬운 사연도 다반사였다. 구기종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자농구와 배구는 숙적 중국의 벽을 넘어 20여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은 반면 남자핸드볼은 복병인 카타르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2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선수단 출범 전부터 병역문제 논란에 시달렸던 야구가 5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여전히 개운치 않다. 병역특혜 의혹이 더욱 거세지면서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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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한국은 난적 대만을 상대로 6:3으로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선수들을 비롯해 코칭 스태프들은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음날인 29일 병무청 홈페이지 ‘국민 제안 마당’에는 ‘야구 국가대표 나지완(KIA)의 병역 기피 의혹 수사 요망’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여론은 악화됐다.

불씨는 나지완의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그는 “스프링캠프부터 참고 뛰었지만 한계가 온 것 같다.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최강의 전력을 구성했다는 류 감독의 말과 차이가 있었다. 그의 본의와는 상관없이 ‘부상을 숨기고 야구대표팀에 합류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는 양궁대표팀 맏언니 주현정의 팀을 위한 희생과 대비되는 대목이었다. 주현정은 인천아시안게임 예선전에서 어깨 부상 때문에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해 결선에서는 후배 이특영에게 출전권을 양보하면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또 이 같은 상황을 묵인한 코칭 스태프들에게도 비난이 쏟아졌다. 부상이 심각한 선수를 병역문제 때문에 묵인했다고 일부 팬들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항간에는 이를 두고 “대표팀 코치진이 병역 브로커와 다른 게 뭐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나지완 인터뷰  병역논란 재 점화

앞서 야구대표팀은 최종엔트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병역논란을 놓고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렸다. 특히 아시아의 야구 강국들인 일본과 대만에서는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리그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구단들은 시즌을 중단하는 편의를 제공하면서 불씨를 키웠다.

이후 최종엔트리에 선정된 선수들은 SK를 제외하고 어느 구단 하나 서운함 없도록 골고루 1~2명의 병역미필 선수들을 포함시켰다. 특히 최고 기량을 갖춘 선수를 빼고 기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미필자를 뽑았다는 논란이 일면서 국민들의 눈총을 받았다.

더욱이 2015년부터 1부 리그에 데뷔하는 KT위즈를 위한 배려도 있었다. KT위즈와 계약한 동의대 홍성무까지 아마추어 선수 중 유일하게 포함시켰다. 류 감독은 금메달을 목표로 최상의 팀을 구성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경쟁팀인 일본과 대만이 이번 대회에 최강의 팀을 구성하지 않을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인데 반해 한국은 시즌까지 중단하며 최정예 멤버를 뽑았고 금메달을 따도 본전, 못 따면 욕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애초에 만들었다.

일본은 전통처럼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참가시켰고 대만도 이번 대회에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신진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꾸렸다. 결국 한국만이 필요 이상의 힘을 쏟아 부은 셈이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회 수준에 맞춘 대표팀 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 참가한 총 24명의 대표선수 중 절반이 넘는 13명이 병역미필자였다. 각본처럼 모든 선수들은 투구 수 한 개 이상, 1타석 이상 들어선 만큼 어느 선수 하나 억울함 없이 병역면제 혜택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애초에 프로야구계가 구상했던 병역면제프로젝트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금메달에 프로구단 함박웃음

이번 대회 금메달로 참가 선수들을 비롯해 구단까지 큰 수혜를 입게 됐다. 우선 젊은 선수들은 큰 고민거리였던 병역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게 됐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올림픽대회 3위 이상, 아시아경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한 사람에 대해 예술·체육요원으로 추천할 수 있게 했다. 예술·체육요원의 의무 종사 기간은 2년 10개월로 하며 그 기간을 마치면 사회복무요원의 복부를 마친 것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와 함께 군복무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자유계약선수(FA) 기간을 단축하는 혜택도 받게 됐다. 예비 FA들에게는 금메달이 크게 남는 장사다.

구단들도 젊은 올스타급 선수들을 차질 없이 보유하게 돼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실제 이번 대회의 최대 수혜자로는 NC다이노스를 꼽는다. NC는 이번 대회에 이재학과 나성범을 출전시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팀 주축 선수들의 군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이들이 아직 어리다는 점에서 FA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는 장점도 챙기게 됐다. 선수들은 FA대상자가 되기 전까지는 구단의 결정에 따르게 되어 있다.

이기고도 위축된 야구대표팀

이처럼 병역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것에 대해 야구대표팀 역시 섭섭하다는 입장이다. 류 감독은 지난 1일 대구 롯데전을 앞두고 작심한 듯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선수들이 이기기 위해 허슬플레이를 하는 등 정말 열심히 했다”며 “대표팀이 우승한 뒤 국내 리그에서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데 그 의미가 다소 깎아내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류 감독은 “축하인사를 많이 받았지만 선수들도 그렇고 나도 많이 위축 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병역논란에 대해서도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다른 종목도 병역 미필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는데 이상하게 야구만 안 좋은 여론이 많다”며 “사실 스포츠 선수들은 군대를 가는 게 선수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게 맞다. 법에 그렇게 정해놓은 것 아닌가. 국위선양을 위해 군대를 가는 대신 그 종목에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법을 만들었고 선수들은 열심히 해서 금메달을 땄다. 안 좋은 여론이 있으니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위축된다”고 아쉬움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결승 상대였던 대만에 대해서도 류 감독은 “(대만은) 그저 쉽게 이길 수 있는 팀은 아니다”면서 “조별리그 대만전을 쉽게 이긴 데는 경기 초반 상대 좌익수 실책이 나온 것이 컸다. 결승전은 투수부터 달랐다. 상대 타자들도 김광현의 150km를 넘는 빠른 공을 받아치는 것을 보고 쉽지 않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발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표에 뽑힌 선수들 성적을 보면 그때 다 좋았다”면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우리는 최고의 선수들로 최고 전력의 팀을 만들었고 일본과 대만은 그렇게 하지 않은 것 아닌가. 왜 우리에게 안 좋은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금메달의 주역인 안지만(31)도 비슷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여 금메달을 땄다. 다들 좋아해주실 줄 알았는데”라며 “인정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대표팀은 팀 워크가 정말 좋았다. 선수단 내에서도 최대한 피해를 안 주려고 노력하더라”고 전했다.

포인트제 등 대안 마련 시급

이처럼 야구대표팀 역시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국가대표로서 태극마크가 지닌 본질적인 가치보다 금메달에 따른 선물이 우선 시 되는 현 상황에서 모두가 떳떳해지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아시안게임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등용문이자 자신의 기량을 겨룰 수 있는 스포츠 축제지만 이미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프로선수들에게 병역특혜 관문으로 전락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해부터 국회는 병역 특례 혜택의 포인트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특정 대회의 1회성 성적 기준이 아닌 국제대회 성적을 포인트로 전환해 일정 기준을 넘어서야 병역 면제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이미 추신수 등 일부 해외파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챙긴 뒤 개인 사정을 이유로 대표팀 차출을 거부하는 부작용을 경험하면서 전환 필요성은 부각되고 있다.

또 야구에 축구처럼 나이 제한을 두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축구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는 만 23세 이하로 선수연령을 제한하고 있다. 이들 대회는 월드컵만큼 주목받지 않는 만큼 선수 보호와 거액의 몸값을 내는 소속팀을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이 제한은 다른 의미에서 국가별 수준 차이를 줄이는 효과도 갖고 있다. 현재 아시안게임의 경우 한국, 일본, 대만 등 강국만의 잔치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유망주들 위주로 팀을 구성할 경우 수준차이를 줄여 주변국으로의 저변확대를 노릴 수 있다. 이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아시안게임 야구 퇴출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병역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의 경우 지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또 아마추어 선수들의 진출 확대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야구계의 적극적인 고민이 요구된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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