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는 잡음…달걀 유통사업도 여전히 골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승계 발판 만드는 과정?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하림그룹(회장 김홍국·사진)을 살펴본다.
하림그룹과 그 수장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주변에는 항상 “일감몰아주기와 편법경영으로 총수 일가의 사익을 편취하고 있다”는 의혹이 따라붙는다. 하림그룹이 총수 일가가 대표로 있는 계열사를 지원해 덩치를 키운 뒤, 이를 통해 지배구조를 견고히 했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해당 계열사들은 김홍국 회장의 아들이 주주로 등록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홍국 회장이 아들의 회사를 지배구조 정점에 세워서 향후 자연스러운 상속을 꾀하고 있다”는 의혹이 짙다.
앞서 기업지배구조 컨설팅회사 네비스탁 역시 ‘노른자는 누구에게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닭고기 전문 업체들의 일감 몰아주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하림그룹이 보여준 행보들에 대한 지적들이 불거졌다.
네비스탁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닭고기를 비롯해 양돈사업과 홈쇼핑 그리고 사료사업 회사 등 국내·외 계열사 78개를 보유하고 있어 웬만한 유통 그룹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그런 대그룹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하림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20% 수준이다.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한 가운데 자산총액과 매출액도 각각 4800억 원, 7890억 원을 기록했다. 2위 기업인 동우나 체리부로가 7%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차를 보이는 1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시장에선 하림을 평가할 때 지난해 15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 등을 이유로 상당한 알짜기업이라고 알려진다. 최대주주는 제일홀딩스(지분율 47.8%)이며, 주요 주주는 김홍국 하림 회장(7.3%)과 한국썸벧(6.9%), 올품 (1.34%) 등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경영의 지적들이다. 김홍국 회장의 아들로 알려진 김준영씨가 대표로 있는 올품이 한국썸벧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또 제일홀딩스의 2대주주와 3대주주에서도 김준영씨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올품은 안심·다리 등 부위별로 닭고기를 판매하는 닭고기 가공업체이고, 한국썸벧은 동물약품기업이다. 이를 두고 네비스탁은 “올품이 한국썸벧을 100% 지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김준영씨가 아버지인 김홍국 회장보다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자면 김준영씨가 올품을 시작으로 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을 잇는 구조로 지배력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림그룹의 정점에는 김홍국 회장이 아닌 김준영씨가 앉아있는 모양새다.
또 올품이나 한국썸벧은 설립 이후 하림과의 거래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2012년 말 제일홀딩스와 농수산홀딩스의 흡수합병 과정에서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취득한 것도 올품이고, 그즈음 올품의 최대주주가 김홍국 회장에서 김준영씨로 변경됐다.
수상한 상속 기류
또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해 한국썸벧의 매출액은 308억6210만 원을 기록했지만 이 중에서 올품과의 거래액이 308억48만 원을 차지했다. 이는 무려 99.8% 수준으로 한국썸벧은 올품이 없으면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셈이었다.
결국 이러한 이유들로 하림그룹의 성장 자체가 김홍국 회장이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는 과정이었고, 한국썸벧과 같은 계열사를 활용해 총수 일가가 사익을 편취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여론에 대해 하림 측은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견해를 밝힌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각종 규제와 감시가 불어나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기업인이 사익을 편취했다면 관련 감독 기관에서 애초에 제재를 가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만에 하나라도 총수 일가가 사익을 편취했다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환원했을 것이며, 법의 심판을 받았겠지만 이번 의혹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 뿐”이라며 “도대체 왜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보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홍국 회장과 김준영씨에 대한 관계와 상속에 대한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둘의 사이는 개인적인 정보이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일감 몰아주기라든가, 상속 여부를 따지기에는 시기상조이며 물론 그러한 일이 행해진 적도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하림은 달걀 유통사업 문제도 골칫거리다. 지난해 달걀 유통 사업에 진출하며 대한양계협회와 갈등을 빚어 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대기업 독식의 부정적 여론 때문에 하림 달걀을 입점하지 않고 있다.
대한양계협회와 사단법인 한국계란유통협회 상인들은 “하림은 닭고기사업을 통해 육계농가를 종속화했는데 이제 달걀생산 농가와 소규모 유통 상인들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계란 유통 사업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하림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림 관계자는 “업과는 별개로 업무방해와 관련된 소송전이었기 때문에 소송과 상관없이 사업은 유지된다. 양계협회와 있었던 오해도 풀어나가는 과정”이라면서 “하림은 달걀 농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자들과 연결해주는 ‘상생 연결고리’ 역할만 한다. 중소 농가를 살리고자 하는 좋은 취지와 뜻이 왜곡되는 일은 더 이상 없길 바란다”고 전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