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조 원대 시장 규모…각사 점유율 올리기 혈안
명품 프리미엄 패딩까지 참전, 기존 업체 ‘긴장’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아웃도어 성수기인 가을겨울 시즌이 돌아오면서 시장 경쟁이 뜨겁다. 더위가 자취를 감추자마자 각 회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점유율 선점에 들어갔다. 우선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몇 년째 지키고 있는 노스페이스와 그를 추격하는 블랙야크·코오롱스포츠·K2 등의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시작된 명품패딩의 유행도 이들의 싸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웃도어 시장이 가격 올리기에 빠져 소비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일요서울]은 초가을을 맞이한 아웃도어 시장의 이모저모를 미리 둘러봤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현재 7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패션 시장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맞았을 때도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블랙야크’, ‘네파’ 등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큰 보폭의 성장세를 멈추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노스페이스는 벌써 수년째 선두그룹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2003년 처음 1위 자리를 차지한 뒤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단일 브랜드 매출 1위(소매가 기준)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성기학 영원무역홀딩스 회장은 1997년 노스페이스를 한국에 들여왔고 아웃도어 시장을 일상복 패션의 영역까지 넓혀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노스페이스는 이미 등산복의 대명사로 인식될 정도다.
올해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제품을 세분화한 맞춤형 라인을 확대해 1위 수성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기세를 몰아 롯데백화점에서는 노스페이스 노스페이스그룹전을 실시하기도 했다.
‘노스페이스’, ‘노스페이스화이트라벨’, ‘에이글’ 등 노스페이스그룹의 인기 아웃도어 브랜드가 총출동한 이번 행사와 관련해 이호설 롯데백화점 남성스포츠부문장은 “9~10월 동안 두 달간 전체 아웃도어 상품의 25%가 판매됐다”면서 “가을에 구매하는 고객이 많은 만큼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기본에 충실한 행사를 선보이자는 취지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스페이스에 대항하는 코오롱스포츠나 블랙야크 등의 도전도 만만치는 않다. 코오롱스포츠와 K2가 지난해 매출 6800억 원을 기록해 노스페이스와의 격차를 300억 원대 내외로 줄여놓은 상태다. 블랙야크도 매출 6700억 원대 매출을 올렸다. 이들 모두 아웃도어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점을 감안해 올해 매출 목표를 일찌감치 상향한 상태다.
더군다나 추격조 브랜드들은 다양한 전략을 통해 노스페이스를 위협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중국시장 공략에 힘을 쏟는다. 이미 코오롱스포츠는 중국에서 150여 개에 이르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 구축도 한창이다.
블랙야크는 스포츠 마케팅을 승부수로 내세웠다. 블랙야크는 올해 초부터 국내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의 후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프로야구단을 후원하는 것은 처음이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블랙야크의 성공비결은 없는 시장에서 없는 제품을 없는 소비자에게 팔았다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은 블랙야크가 발발시킨 1위 논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블랙야크가 지난 4월 금융감독원 공시매출 자료를 근거로 2013년 업계 1위를 차지했다고 주장하면서 노스페이스를 겨냥한 것이다.
노스페이스의 반발도 즉각적이었다. 노스페이스의 공시매출 자료는 대리점에 공급되는 도매가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소비자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지난해 총매출액이 7186억 원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올해 상반기엔 좋지 않은 사건들도 많았고, 경기 침체를 보내야 했다. 아웃도어 시장의 판도는 하반기 겨울용품에서 갈릴 것”이라면서 “아웃도어의 일상화가 이뤄진 만큼 업계 1위 자리는 용호상박일 것”으로 내다봤다.
장외 싸움도 주목
아울러 지난해부터 캐나다구스·몽클레르 등을 중심으로 유행이 된 고가 패딩들도 아웃도어 시장을 넘보고 있다. 한 벌당 수백만 원이 넘는 프리미엄 패딩의 인기가 여전하다. 벌써 일부 품목은 9월이 채 가기도 전에 완판됐다는 소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고가 수입 다운재킷 브랜드 몽클레르의 경우 인기 품목의 판매율이 최근 50%를 넘어섰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남성 ‘자코브 블랙’은 가격이 227만 원, 매년 꾸준히 인기를 끄는 여성용 ‘제네브리에 블랙’은 한벌당 257만 원의 고가인데도 이미 준비 물량의 90% 이상이 판매됐다.
현대백화점은 이탈리아 패딩 브랜드 ‘에르노’ 매장을 단독으로 열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인기제품인 164만 원짜리 극세사 코트가 준비물량 100벌이 대부분 팔려나갔고, 265만원 짜리 캐시미어 실크 패딩 코트는 90% 이상 판매가 완료됐다.
한 명품 패딩 매장 판매직원은 “고가이긴 하지만, 그만큼의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는 추세라 손님이 많이 늘었다”면서 “앞으로도 일반 아웃도어 매장에서 명품 매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손님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명품 패딩을 비롯해 아웃도어 시장은 몇 년째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있는 이면에 고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는 맹점도 있다. 거의 비슷해 보이는 기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가격은 천차만별,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이와 관련해 “국내서 판매되는 아웃도어 제품이 같은 제품이더라도 해외 매장보다 50% 이상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있다”거나 “거품이 많이 낀 가격이다.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행태”라고 비판한다.
의류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비싼 제품일수록 재질이 좋은 것은 맞다. 하지만 브랜드 값이라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 하고 이 ‘브랜드 값’이 필요 이상으로 높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소비자가 모두 체감할 수 있는 정도의 재질 차이는 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갈수록 점화되는 아웃도어 전쟁 속에 어느 때보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