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한 기존 고객 공략
가격 대비 성능으로 승부수…단통법 수혜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LG유플러스가 화웨이(華爲)와 손잡고 국내 시장에 중국산 스마트폰을 공식 상륙시켰다. 형태는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한 알뜰폰 출시다. 해당 단말은 화웨이의 X3로 지난 1일부터 출고가 52만8000원에 판매되며 소비자는 2년 약정 기준 33만 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기본료 월 3만 원짜리 이상 요금제로 2년 약정에 19만8000원의 단말 할인을 제공받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5인치의 큰 화면에 날렵한 외관과 고사양 부품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오랜만에 주목할 만한 LG유플러스의 한 수”라는 평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화웨이는 세계 3위의 스마트폰 제조사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뒤를 잇는 규모를 자랑한다. 그간 LG유플러스는 화웨이와 틈틈이 협업하며 이동통신업계의 심상찮은 눈길을 받곤 했다.
앞서도 화웨이는 국내에서 아너6폰으로 스마트폰 네트워크 테스트에 들어간 바 있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하는 X3는 아너6 모델을 국내 소비자 성향에 맞춰 내놓은 것이다.
당시 화웨이는 LG유플러스의 롱텀에볼루션(LTE) 망을 통해 안정화를 시험하는 것뿐이라며 국내 스마트폰 출시설을 부인한 바 있다. LG유플러스 측도 화웨이가 단말기를 2.6GHz로 맞춰 테스트하기를 원했고 해당 망을 지원하는 곳이 자사였을 뿐이라며 동일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업계는 이들의 공조를 사실상 화웨이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화웨이와 향후 LTE 등 4G 통신망과 5G 통신망을 연구하는 서울모바일혁신센터 설립을 약속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LG유플러스가 화웨이의 스마트폰을 국내에 안착시키면서 이동통신업계는 LG유플러스의 실험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LG유플러스 측은 자회사를 통한 화웨이 단말 출시는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경쟁사와 달리 3G폰을 수급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LG유플러스가 3G 서비스망에 한계를 가진 탓이다. LG유플러스는 3G 1.8 CDMA 서비스를 지원하지 못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4G 단말로 가입자를 유치해야 했다. 그러나 삼성·LG전자에서는 가격경쟁력이 있는 4G 단말을 공급받을 수 없었다. 점점 높아지는 국내 최신 스마트폰 출고가는 LG유플러스가 해외로 눈을 돌리게 했다.
물론 이번에 출시된 화웨이의 X3도 생각보다는 높은 출고가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이에 LG유플러스의 실험은 아직 알뜰폰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X3와 같은 가격 대비 고사양이 등장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LG유플러스에도 승산은 있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달 말 기준 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2011년 58만 명에서 2012년 127만 명, 2013년 248만 명으로 해마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에야 자회사인 미디어로그를 통해 뒤늦게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다. 어떻게든 획기적인 카드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의미다.
게다가 지난 1일부터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알뜰폰 업체들 역시 전방위적인 보조금 전쟁에 나섰다. 사실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일반 이통사보다 2~3배가량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어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로 불린다.
세부적으로 보면 KT망을 사용하는 CJ헬로비전이 알뜰폰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은 SK텔레콤 계열사인 SK텔링크다. 이들은 지난 8월 말 기준 각각 77만 명, 63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1, 2위를 굳혔다.
이에 반해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LG유플러스는 2만5000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을 뿐이다. 게다가 전체 망 점유율에서도 밀리는 탓에 화웨이와의 협공이 없으면 자리를 보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알뜰폰 망 점유율은 지난 6월 기준 SK텔레콤 47.2%, KT 45.1%, LG유플러스 7.7% 순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3G 망이 불가한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시장에서 4G로 승부수를 걸려면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화웨이와의 협력이 필수일 것”이라며 “만약 기존 이통사 고객들이 LTE가 가능한 알뜰폰에 매력에 느낀다면 LG유플러스와 화웨이의 실험이 통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