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타적 사용권 두고 싸우던 삼성·한투…모두 기각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주가연계증권(ELS)펀드가 등장하면서 연간 50조 원에 달하는 ELS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투자처로 부각된 ELS는 지난달에만 8조 원 어치가 팔렸다. 예금금리 1%대의 초저금리 시대에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ELS펀드까지 출시되면서 ELS 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ELS는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에 연계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일반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손익구조가 복잡하지만 잘 선택하면 비교적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새로 나온 ELS펀드는 여러 개의 ELS를 펀드로 묶어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기존 ELS와 달리 만기 전 환매나 추가 납입이 가능한 특징을 갖췄다. 일반 펀드처럼 거래하면서도 ELS 특유의 고수익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이나 지수가 급격히 꺾이지 않으면 연 6~8%의 수익을 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점은 만기 때까지 40% 이상의 가격 하락인데 현재와 같은 횡보장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홍콩·유럽 지수 토대로 믹스해
때문에 주가가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한 ELS펀드에 몰려드는 뭉칫돈은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만 해도 ELS 시장이 연간 50조 원에 이르는데 ELS펀드까지 여기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재미있게도 ELS펀드를 가장 먼저 출시한 곳은 증권사가 아닌 자산운용사다.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최근 들어 각각 ELS펀드를 출시한 것이 시작점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8월 만기가 서로 다른 13개의 ELS의 수익구조를 지수화해 삼성ELS인덱스펀드를 만들었다. ELS에 지속투자하는 상품 중 펀드가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지난달 20개의 ELS를 조합한 한국투자ELS지수연계솔루션펀드를 내놨다.
세부적으로 보면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홍콩항셍지수(HSCEI), 유로스톡스(Eurostaxx50) 등 홍콩, 유럽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한다. 이에 비해 한국투신운용은 홍콩, 유럽 지수와 더불어 등 코스피 지수까지 아울러 투자한다.
또 삼성자산운용의 평가액은 ELS를 발행한 증권사의 호가 기준인 데 반해 한국투신운용은 자산평가사들의 공정가액으로 가격을 산정한다. 이외에도 펀드자산을 증권사에 일임하는지와 직접 보유하는지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수수료는 삼성ELS펀드가 1.33%, 한국투신운용 ELS펀드가 1.444%로 한국투신운용이 약간 더 높다.
원조 겨루기와 카피 여부로 다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이 상품들은 기초자산이나 펀드운용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논란에 휘말렸다. 원조 겨루기와 카피 여부를 두고 불거진 싸움은 배타적 사용권 선점으로 번졌다.
삼성자산운용은 ELS를 지수화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자사 고유의 생각이라며 금융투자협회에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 한국투신운용도 자사 상품이 삼성과는 다른 별개의 상품이라며 역시 배타적 사용권 획득에 열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두 상품의 배타적 사용권은 지난달 말 모두 기각되면서 경쟁은 공으로 돌아갔다.
사실은 그간 금융당국이 ELS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를 불허하다가 돌연 허용으로 돌아선 것도 한몫했다. 규제가 풀리자마자 각자 구상하던 비슷한 콘셉트의 상품이 때마침 쏟아져 나온 모양새라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S펀드가 새로운 형태의 상품인 만큼 자산운용사들은 배타적 사용권 획득에 집착하기보다는 시장을 어떻게 키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또 증권사들의 경우에도 자산운용사들이 선점한 ELS펀드 상품에 대한 추격이나 또다른 대항마를 내놓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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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