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기관 672곳 국정감사…무차별 증인 채택, 재계 불똥 튈까 전전긍긍
사상 최대 기관 672곳 국정감사…무차별 증인 채택, 재계 불똥 튈까 전전긍긍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10-06 10:58
  • 승인 2014.10.06 10:58
  • 호수 1066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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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롯데건설·KT 등 총수 무더기 호출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내실 없는 길들이기 논란 속 부실 우려 높아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국정감사 일정이 7일부터 27일까지로 결정됐다. 올 국정감사 대상기관은 672곳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기관 수가 늘어난 만큼 국감 증인과 참고인 규모 역시 상당한 숫자로 채택될 전망이다. 이에 재계는 ‘기업 감사’가 재현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가득한 모습이다. 사실상 무산된 분리 국정감사, 세월호 특별법 등으로 여야 간 정쟁이 격화돼 기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사상 최대 규모 국정감사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일요서울]은 증인으로 채택된 재계 인물과 주요 쟁점이 무엇인지 파헤쳐봤다.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를 통해 국정감사 체제로 돌입했다. 국정감사 대상기관은 지난해 630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2개 기관이 더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국정감사 일반 증인 중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업인들이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에 재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사 대표가 국정감사 증인 자리에 서는 것 자체로 경영은 물론 대외신인도에 입을 타격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국정감사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 분위기가 격양된 상황에서 진행되는 만큼 그 불똥이 기업에 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벌써부터 일부 대기업에서는 오너의 출석을 막기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면서 해외 출장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이번 국정감사에서 불려 나올 대상으로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윤동준 포스코 부사장, 김병렬 GS칼텍스 대표, 차화엽 SK 종합화학 대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 박봉균 SK에너지 대표이사, 황태현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서충일 STX 사장, 구지은 아워홈 전무, 김한진 이케아코리아 전무,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55명의 일반 증인을 국감장에 부르기로 의결했다.

윤동준 포스코 부사장은 동반성장평가 자료 허위제출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으며, 김병렬 GS칼텍스 대표이사와 차화엽 SK 종합화학 대표이사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 후속 투자 이행과 관련한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알뜰주유소 정유사 입찰 비리 문제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은 제2롯데월드 안전 문제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다. 올 한 해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안정성 여부로 끝없는 시비에 휘말렸다.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이 조건부 허가가 나긴 했지만 지반 문제, 석촌호수 물 빠짐 현상 등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또 제2롯데월드의 안전문제가 불거졌던 싱크홀의 원인이 지하철 9호선 공사로 지목된 만큼 시공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의 대표이사도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부실공사로 인한 싱크홀 주범과 더불어 지하철 9호선 공사 담합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안양천 제방 붕괴 사고 등에서도 삼성물산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는 상태다.

정무위원회에서는 한국산업은행 등의 국정감사와 관련해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등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보건복지위원회가 채택한 43명의 일반 증인 중에는 김용수 롯데제과 사장, 이동수 한국화이자제약 사장 등 기업인들이 포함돼 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는 이석채 전 KT회장, 황창규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대표,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등 전·현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무더기로 증인대에 서게 됐다.

특히 황창규 KT 회장은 배임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채 KT 전 회장과 김일영 KT대표와 함께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이밖에도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대표와 함께 단말기유통법의 문제점과 관련 영업보고서 상 경비 과대 계상 의혹과 주파수 할당 등에 대한 집중 감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외에 금융권에서도 대규모 징계 사태와 관련해 국정감사 여파가 몰아칠 전망이다. KB 사태와 관련해 당시 대립했던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증인 또는 참고인 채택도 불가피해 보인다.

망신주기 아닌 견제기능 살아나야

그러나 일각에서는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와중에 기관 숫자가 더 늘어난 것을 두고 부실 국정감사 우려 목소리도 높다. 아울러 지난해 200여명의 기업인들이 증인으로 채택되며 ‘기업인 감사’라는 논란이 일어난 바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지적은 감사기간 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기업인들은 대부분 한마디도 하지 못했고, 의원들은 호통을 치듯 질문해놓고 정작 배당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답변을 막는 일이 허다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은 “국감 때마다 CEO를 부르는 것은 망신주기에 불과해 적절하지 못하다”고 반대하면서 업무 담당자나 임원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반대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증인 출석 과정에서 봤듯이 회사 전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책임자가 나와야 현안에 대해 답을 잘하고, 그 책임을 지게 된다”는 입장이다.

이를 지켜보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그동안 국정감사가 기업인 감사라는 비판 여론이 많았던 만큼 올해는 과거와 달리 국감 본연의 행정부 견제 기능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 등을 핑계로 국정감사에 불참한 전적이 있는 기업 총수들에 대한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2012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등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아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 지난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허인철 이마트 대표가 SSM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출석했지만 불성실한 답변 태도로 정 부회장이 증인으로 다시 채택돼 출석한 사례도 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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