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얏트호텔부터 소월길까지 구역 나눠 성매매
“부족한 성전환 수술비용 마련하기 위해 나왔다”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가족끼리 친구끼리 때론 연인끼리 주위 풍경을 감상하고 추억도 쌓기 위해 찾는 곳 남산. 그러나 아름다운 남산이 밤에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연애하실래요?”라는 은밀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일명 ‘박카스 아줌마’로 불리는 성매매 여성들이 기다리고 있다. 조금만 아래로 내려가면 남성 동성애자(일명 게이)들이 성매매를 위해 손님을 찾고 있다. 치마를 입고 있는 그들은 멀리서 보면 여자로 착각할 수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허스키한 목소리에 남성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회사원 김모(32)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께 성매매를 위해 남산을 찾았다. 그는 밤을 함께 즐길 여성을 찾기 위해 하얏트호텔부터 인근 지하철역까지 돌아다녔다. 하얏트호텔에서 쭉 내려오니 차도가 나오는 구간에서부터 여성들이 서 있었다. 흔히 부르는 ‘박카스 아줌마’다.
“3만 원만 주면인근 장소 어디든 OK”
남산 박카스 아줌마들은 3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다. 다시 그곳으로 돌아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박카스 아줌마들은 멀리 나가지 않고 인근에서 해결한다. 차를 가지고 온 손님과는 차 안에서 성매매를 하고, 그렇지 않은 손님들은 주위에 있는 으슥한 골목이나 화장실, 건물 계단 등에서 성매매를 진행한다. 간혹 차 없는 손님을 꺼리는 박카스 아줌마들도 있다. 경찰 단속이 심하다는 이유로 야외에서 성매매를 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다가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길로 나온 사람들로 연령대가 높다. 일반적인 성매매 업소에서 20~30대 여성들이 나온다면, 남산에서는 40대 이상의 여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때문에 일반적인 성매매 여성을 생각하고 남산에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남성들도 많다. 평소 다른 장소에서 박카스 아줌마와 성매매를 자주 가졌다는 김씨는 “남산은 처음으로 방문했는데 유명세에 비해 기대 이하였다”며 “특히 같은 남성을 만날까봐 겁이 나서 다시는 오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카스 아줌마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성매매를 위해 남성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같은 남성들이다.
전모(31)씨는 몇 달 전 밤늦게 남산 하얏트호텔 근처를 지나가게 됐다. 전씨는 그곳이 ‘성매매 장소’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전화를 받기 위해 잠깐 차를 세워놓고 볼일을 보고 있는데 어떤 여성이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 여성은 전씨에게 “오빠 술 한 잔만 사줘”라며 말을 걸었다. 여성이 자신과 원나잇을 원한다고 생각한 전씨는 그 여성을 차에 태웠다. 그러나 그 여성은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있던 전씨에게 “근데 나 사실 남자야. 괜찮아?”라고 물었다. 그때까지 전씨는 여성이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것으로 오해했다. 긴 생머리에 화장한 얼굴, 봉긋한 가슴 어딜 봐도 여성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바라보니 여성의 얼굴에 화장으로 가린 듯한 수염자국이 보였다. 알고 보니 여성인 줄 알았던 상대방은 트랜스젠더(성전환자)였고 그 주변은 바로 트랜스젠더들의 구역이었다.
“근데 나 사실은 남자야” 화장으로 가린 수염 자국
이들은 멀리서 봤을 때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 긴 머리 가발에 치마를 입고 나와 남성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봉긋한 가슴을 자랑하는 남성들도 있다 보니 직접적인 성관계가 아닌 유사성행위만 하는 남성들은 상대방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끝까지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상반신만 성전환수술을 받고 영업을 하는 남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보통은 목소리를 듣고 알게 된다.
트랜스젠더들도 박카스 아줌마와 같이 3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여성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성매매 수위가 높다. 남성이 원하는 서비스를 최대한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전환 수술을 받은 이들이 이곳에서 성매매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성전환 수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하반신 성전환수술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한다는 것이다. 남산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는 A씨는 “성전환 수술을 하루라도 빨리 진행하고 싶지만 적은 액수가 아니다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일만으로는 벅차다”며 “그래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 빨리 돈을 모아서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남성을 유혹하는 남성들이 모두 트랜스젠더인 것은 아니다. 단순히 여장을 한 ‘게이’도 있다. 그들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북해한다. 성매매 여성이 많은 것처럼 자신들도 똑같다고 주장한다. 단지 대상이 이상이 아닌 동성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성애자를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동성애자만 상대한다”면서 “이성애자들의 혐오스러운 시선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들이 하는 성매매와 우리가 하는 성매매는 똑같다”고 말한다.
남산의 동성애 성매매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있다. 고의적으로 남성들만 노리는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남산 일대에서 성매매 호객행위를 하는 트랜스젠더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10대 폭주족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성매매를 하는 트랜스젠더들이 피해를 입어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악용한 범죄였다. A씨는 “가끔씩 지나가는 남성들이 이유 없이 밀치거나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싸움이 생기면 우리만 손해라는 생각에 항상 참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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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