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능성신발 광고 내용 허위·과장으로 드러나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도 같은 문제로 논란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LS네트웍스가 수입·판매하고 배우 황정음 워킹화로 유명한 ‘스케쳐스’가 과장광고로 뭇매를 맞았다. 운동화를 신는 것만으로도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엉터리 내용이었던 것이다. 스케쳐스뿐만 아니라 리복, 휠라, 뉴발란스 등도 같은 혐의로 적발됐다. 더욱이 이들은 해외에서도 같은 혐의로 논란에 휩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환불 요구가 쇄도하고 있으며, 대규모 집단소송 움직임도 포착됐다.
스케쳐스는 ‘신고 걷기만 해도 강력한 피트니스 효과’, ‘일상 속에서 관리되는 S라인’,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몸매 관리 효과’, ‘전 세계 몸매 관리 신발 1위’ 등의 문구와 광고모델이 함께 등장한 광고 덕분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살을 뺄 수 있는 운동화로 여겨졌다.
현재 스케쳐스는 올 상반기 매출만 50% 이상 늘어났으며, 내놓은 상품들이 완판될 정도의 잘나가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히트 상품이 아니면 국내에서 등극하기 어렵다던 연매출 1000억 원도 기대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돌연 소비자들로부터 거짓·과장광고로 인한 질타를 받고 있다. 광고 내용이 객관성 없는 기능성 평가 수치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스케쳐스는 신발 판매실적을 추정해 산정한 근거만으로 전 세계적으로 제품의 기능성이나 품질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광고했다.
앞서 스케쳐스는 해외에서도 같은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미국에서 소비자피해배상금 4000만 달러(약 400억 원)을 내고, 환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40~85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캐나다에서는 집단소송을 통해 220만 달러(약 23억 원) 배상 결정이 내려졌으며, 여전히 집단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리복, 뉴발란스, 아식스 등 5개 외국브랜드와 휠라, 르까프, 엘레쎄, 프로스펙스 4개 국내브랜드 등도 과장광고로 입방아에 올랐다.
공정위에 따르면 리복, 핏플랍, 뉴발란스, 휠라는 다이어트 효과를 직접적으로 입증할 근거자료가 아예 없었다. 또 일부 다이어트 효과와 관련된 시험결과는 시험과정 및 결과해석 등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리복, 핏플랍, 르까프의 근육활동 수치 시험대상 수가 대부분 10여명에 불과했고, 한 차례 측정 결과에 불과해 객관성이 떨어진다. 리복, 엘레쎄, 뉴발란스가 사용한 칼로리 소모량 수치 역시 실제 측정한 자료가 없거나 검증되지 않은 단순 데이터를 사용했다.
국내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르까프와 프로스펙스는 ‘대한산부인과 의사회 공식 인증 제품’ 등 관련 연구기관, 단체로부터 인증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공식적으로 인정 또는 보증을 받은 것처럼 허위 광고하거나 국내 특허를 세계에서 인정받은 특허기술인 것처럼 광고했다.
뿐만 아니라 리복, 뉴발란스, 핏플랍은 스케쳐스와 마찬가지로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이미 소비자 피해배상을 했거나 기능성 운동화와 관련된 집단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공정위는 적발된 9개의 업체에 시정조치와 함께 총 10억7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외국 브랜드에 대해서 해외 본사를 국내광고 주체로 인정해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단소송 일어나나
한 소비자 A씨는 “광고를 100% 믿었던 건 아니지만, 다이어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비싼 값을 주고 샀던 신발이 그냥 운동화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돼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환불 집단소송 움직임이 포착됐다.
서울YMCA는 지난달 26일부터 스포츠용품 9개 브랜드에 대한 대국민 환불신청 접수창구를 개설하고, 소비자 피해 신고를 접수 중이다. 서울YMCA는 시민들부터 접수된 피해사례를 취합 후 이를 제조업체에 전달해 제품 구매액의 일정 비율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또 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2011년부터 기능성 운동화·의류 과장광고에 대한 조사 요청을 받았지만 3년 동안 미루면서 소비자 피해를 방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과징금도 조사대상 기간 동안 올린 매출액(910억 원)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해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등과 달리 피해보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허위·과장광고로 피해를 입은 시점 확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광고가 소비자의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업체들이 환불 요청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YMCA 관계자는 “2009년을 기준으로 현재 제품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영수증 등 해당 제품을 구입했다는 증거만 있다면 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소비자 피해 최종기간은 소비자들의 접수사례를 고려해 이후에 판단해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분노가 지속되는 가운데 스케쳐스 측은 “문제가 된 내용에 대해 협의 중인 상태”라고 대답했다. 해당 관계자는 “법무팀 등과 공정위와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한 내용을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면서도 “광고 내용이 과하게 나갔던 점은 인정하지만 상품에 문제가 있거나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해외에서 일어난 소송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