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북한 황병서 노동당 총정치국장, 최룡해·김양건 비서 등 실세들로 구성된 북한 대표단이 인천 방문을 마치고 귀환하는 길에 통일부로부터 건강식품을 선물 받은 것으로 5일 나타났다.
통일부는 지난 4일 저녁 인천공항에서 김정은 전용기 편으로 떠나는 북 대표단에게 홍삼류의 건강식품을 류길재 장관 명의로 선물했다. 이는 북 대표단의 연령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차원에서 북 대표단에게 전달한 선물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 대표단은 류길재 장관과 환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의 오찬회담, 북한 선수단 격려, 국무총리 등과 환담, 폐회식 참석 등 일정을 바쁘게 소화한 탓에 당일 저녁식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북 대표단에게 저녁식사 여부를 물었지만 이들은 '점심을 늦게 잘 먹어서 일 없다. 비행기에서 알아서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사양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사양한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힌 인물은 김양건 비서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대표단이 청와대 면담 의사를 타진하자 김양건 비서가 '선수단 격려와 폐회식 참석이 있고 일정상 저녁에 바로 돌아가므로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로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찬회담장을 인천시청 인근 한식당으로 정하는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오찬 후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을 방문하는 동선을 짜기 위해 해당 식당을 택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회담장 구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며 "남북간 행사가 있으면 통제를 하고 들어가고 일반인 접촉이 안 되게 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그게 이뤄질 수 없어서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류길재 장관과의 환담 이후 김관진 실장과의 오찬회담 사이에 시간이 지연되면서 이 때 비밀접촉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통일부는 이 역시 부인했다.
4일 오전 11시께 시작된 류 장관과 북 대표단간 면담이 끝나고 북측은 자신들 일행들끼리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우리 측은 우리측 상황실에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협의 때 생각했던 시간보다는 오찬 시작 시각이 늦춰졌지만 남북간에 별다른 협의나 그런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중 김양건 비서가 가져와 황병서, 최양건 등과 돌려 본 서류를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통일부는 평양으로부터 전달된 내용이 아닐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통일부 당국자는 "거기(평양)서 전달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쪽지를 주고 받은 것과 정홍원 총리와의 재면담을 연계시킬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상황실에서 종이를 떼어서 행사장까지 와야 하는데 그런 징후는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메모지 같은 것으로 필담을 하거나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 같다"며 "일정이 진행 중이니까 자기들끼리 협의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북 대표단의 인천 방문 소식 발표 시점인 오전 9시는 남북간 합의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대표단 비행기 출발시각인 9시에 맞춰 발표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우리측에 전달했고 이에 우리측이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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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