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 현장속으로] 날개 단 펜싱 덕에 효자종목 지각변동
[인천AG 현장속으로] 날개 단 펜싱 덕에 효자종목 지각변동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4-09-29 14:07
  • 승인 2014.09.29 14:07
  • 호수 1065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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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브에 이어 컴파운드 양궁 돌풍…펜싱도 세계 최강 눈앞
▲<뉴시스>

믿었던 박태환·양학선 노골드 수모…관련 종목 인기 시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반환점을 돌면서 각국은 메달사냥에 한창이다. 특히 2위 자리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본격적인 메달경쟁에 들어가면서 그 열기는 더욱 뜨겁다. 이런 가운데 종목별로 명암이 엇갈리면서 대한민국 메달밭의 지형 또한 바뀌고 있다. 뜨는 종목과 지는 종목 그들의 엇갈린 운명을 만나본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전통적인 메달밭인 양궁은 여전히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첫 공식종목으로 도입된 컴파운드 양궁의 경우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남·녀 대표팀 모두 결승에 진출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특히 여자 대표팀은 8강전에서 라오스를 상대로 238점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양국 강국의 면모를 드러냈다.

펜싱 연일 金 독주…대표종목 등극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의 관중들의 시선은 펜싱에 집중됐다. 효자종목으로 거듭난 펜싱은 금메달 12개 중 모두 8개를 수확하며 명실상부한 ‘펜싱 코리아’의 위력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은메달 6개와 동메달 3개를 목에 걸며 4년 전 광저우 대회의 성적(금메달 7개,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남자 플뢰레와 여자 에페 종목에서 금메달을 놓친 것이 아쉽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고진 남자 플뢰레 대표팀 코치는 “우리의 목표는 리우올림픽”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펜싱은 이번 대회 첫날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이라진이 금메달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이후 지난 22일과 25일을 제외하고는 연일 금메달 소식을 전하며 독무대를 장식했다.

특히 선수들의 피나는 훈련은 ‘펜싱 코리아’의 원동력으로 손꼽힌다. 선수들은 “한국 펜싱이 정말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고 많은 고비를 넘기면서 견뎠다”며 “새벽 5시 50분에 일어나 밤 9시에 훈련이 끝난다. 휴대전화도 못 만진다. 훈련이 끝나고 샤워하고 자고 훈련하고 자는 일정의 반복”이었다고 전했다.

더욱이 이번 대회가 홈그라운드라는 이점을 안고 있지만 결승전에서의 경기 내용은 압도적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 펜싱 최초 금메달을 따낸 김영호(남자 플뢰레)와 ‘땅콩 검객’ 남현희(여자 플뢰레)외에는 이렇다 할 선수가 없었지만 이제는 남녀 사브르를 비롯해 각 종목에서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는 겹경사를 맞게 됐다. 이에 한국펜싱은 펜싱선진국들의 눈치를 보던 신세에서 아시아 펜싱의 롤모델로 우뚝 서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수차례 교류 문의를 받을 정도다.

조정 역대 최고…효자종목 입성

열악한 환경을 딛고 금메달 2개와 은메달 5개를 수확한 조정도 효자종목 대열에 가세했다. 지난 25일 종료된 조정 경기에서 한국은 전체 14개 종목 가운데 10개 종목의 결선에 진출해 금 2개 은 5개의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진서영과 김서희가 지난 24일 여자 무타페어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물꼬를 텄고 이후 남자 경량급 싱글 스컬의 이학범이, 남자 쿼드러플스컬의 김인원, 김휘관, 이선수, 최도섭도 은메달을 수확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질세라 대표팀 두 번째 막내인 김예지가 여자 싱글 스컬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여자 선수 최초 이자 역대 두 번째 아시안게임 조정 금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또 남자 싱글 스컬에서 김동용이 은메달을, 한국 조정의 간판 지유진이 여자 경량급 싱글 스컬에서 한국 역대 세 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뒤를 이어 여자 쿼드러플스컬의 김슬기, 마세롬, 전서영, 김아름까지 은메달 대열에 합류해 메달 잔치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번 성과에 대해 윤용호 조정 대표팀 감독은 “지옥 같은 훈련을 선수들이 잘 따라왔다”며 “강원도 화천 조정경기장에서 3개월간 숙식을 해결하며 힘든 훈련을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역대 최고 성적은 2006년 도하대회에서 거둔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였다.

주춤한 사격…목표 초과 쾌거

이번 대회의 첫 금메달을 노렸던 사격은 초반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전 종목에 걸쳐 메달 사냥에 성공하면서 효자종목으로서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대회 첫날인 20일 오전 8시에 시작된 사격은 김장미가 출전한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단체 4위에 머물렀고 진종오가 버티고 있는 50m 남자 권총 단체전도 중국에 금메달을 내주면서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한국 사격은 대회 7일째인 25일까지 금메달 7개, 은메달 7개, 동메달 5개를 수확하며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5개를 초과 달성했다. 특히 진종오를 대신해 권총부분에서 남자 대표팀 막내 김청용이 10m 공기권총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깜짝 스타로 등극했고 속사권총에서 김준홍이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하는 등 메달 사냥에 힘을 냈다.

또 음빛나를 앞세운 여자 사격 50m 소총복사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더블트랩에서 늦깎이 사수 김미진이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면서 효자종목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 2010년 광저우 대회보다 메달 수가 줄었지만 전 종목에 걸쳐 고르게 성적이 나왔다는 점에서 리우 올림픽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30년 만에 수영·체조 노골드 수모

반면 박태환 만을 바라봤던 수영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36년 만에 노골드로 마무리했다. 이미 세계정상까지 제패한 박태환은 대회 3연패를 노린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동메달에 그쳤고 2연패에 도전한 자유형 100m에서는 은메달에 머물며 사실상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또 홈 이점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을 제외한 이렇다할 선수가 없어 아쉬움만 남겼다.

도마의 신 양학선이 버티고 있던 한국 기계체조도 도마 대결에서 양학선이 리세광에게 판정승을 거뒀으나 실수를 범해 홍콩의 섹 왕이홍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이에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32년 만에 노골드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한편 대회 후반에 접어들면서 효자종목인 양궁, 볼링, 태권도 등에서 본격적인 금빛 사냥에 들어가면서 안정적인 종합 2위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의 꽃인 리듬체조에서 ‘체조요정’ 손연재가 상승세를 그리며 아시아 최고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손연재는 아시안게임에 앞서 지난 24일 터키 이즈미르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 2014리듬체조 세계선수권 대회 후프 결선에서 17.966점을 기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그는 총 네 번의 세계선수권대회 끝에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경기 후 손연재는 “세계선수권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따게 돼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며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기에 아시안게임 때까지 끝까지 집중해서 좋은 성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후 손연재는 곤봉에서 메달 추가에는 실패했으나 17.833점의 높은 점수를 거뒀고 리본에서는 17.050점을 받아 5위로 마쳤다.

개인종합 예선을 4위로 마친 손연재는 28일까지 터키에서 강행군을 치른 뒤 곧바로 귀국해 오는 10월 1일부터 인천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예선경기를 갖는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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