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치이야기-9] 새정치연합 : 나올 사람 다 나와!
[알쏭달쏭 정치이야기-9] 새정치연합 : 나올 사람 다 나와!
  •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 입력 2014-09-29 12:23
  • 승인 2014.09.29 12:23
  • 호수 1065
  • 4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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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정치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 photo@ilyoseoul.co.kr

안철수, 손학규 野 권력 공백 대비해야

박영선 원내대표가 130석의 초식공룡이 돼버린 거대 야당, 60년의 빛나는 역사와 전통의 정당을 이끌어 가기에는 힘에 부쳤나보다. 한 달 보름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제1야당 최고 책임자의 지위를 상실했다. 그녀 스스로 SNS를 통해 “그만두는 것도 힘들었던 한 달 20여 일, 주변이 갑자기 적막으로 변했다”며 아쉬워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권력이 좋기는 좋은가 보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빈자리는 ‘몸이 비대(肥大)해서 비대위원장이 되었다’는 문희상 의원이 메꾸게 됐다. 국민공감혁신위원회라는 말은 차마 쓰기 민망했던지 아니면 정말 자신의 비대함을 더 드러내고 싶었던지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역할은 비대위원회로 넘겨졌다. 문희상 위원장은 신속하게 비대위원회를 구성했는데 당연직인 박영선 원내대표를 포함, 당대표를 역임한 5선의 정세균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최고령 의원인 3선의 박지원 의원, 18대 대선에서 낙선한 초선의 문재인 의원, 작고한 민주주의자 김근태 전 의원의 부인인 초선의 인재근 의원 등 총 6명으로 구성했다.

문희상 위원장은 현역의원으로 당대표를 역임한 사람을 중심으로 비대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했지만 당내 비주류, 중도파의 반발이 꽤 있는 인선이었다. 인재근 의원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한 것을 보면 어딘가 문희상 위원장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동영 17대 대선 후보는 어떻게 해서라도 비대위원으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지만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문희상 위원장은 7.30 재보선 당시 당대표였던 김한길, 안철수 두 전임대표에게도 비대위원 참여를 제안했다고 하는데 두 사람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비대위 참여를 정중히 사양했다고 한다. 아마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참여에 대해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참여할 수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쨌든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마지막 카드를 뽑아든 꼴이 됐다.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는 있지만 극복해야만 한다. 아니면 정말 문을 닫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틈을 타 새정치민주연합 야권의 정치시장에 다시 명함을 내민 사람이 있다. 잊혀진 서생 혹은 사라진 풍운아 안철수 의원이다. 2012년 9월 19일은 안철수 의원이 18대 대선 참여를 선언한 날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대학교수 안철수는 국회의원이 돼 있다. 말 그대로 많은 부침이 있었다. 그런 그가 지난 2년간을 되돌아보며 소회가 담긴 장문의 편지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제목은 ‘지난 2년을 돌아보며'다.

필자는 안철수 의원이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그리고 지난 2년과 같이 큰 정치적 기회가 오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대위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확률로는 적지만 그에게 다시 기회가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그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그가 쓴 회고의 글에 토를 달아 야권 권력에 공백이 찾아왔을 때를 대비하고자 한다.

“지난 9월 19일은 2년 전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현실 정치를 시작한 날입니다. 출마선언문에서 밝혔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힘든 사람들과 함께하고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올바르게 가는 길이다.

“보람 있었던 일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정치 입문 이전부터, 제가 무엇이 되기보다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고, 대선후보 단일화를 위해 내려놓는 결단을 하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결단이 항상 좋은 방향으로 결말이 나는 건 아니다. 박원순 시장에게 양보한 건 아름다운 양보였지만, 대선후보 사퇴는 단일화를 위한 결단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장현 광주시장 공천도, 호남정치의 변화를 열망하는 광주시민의 마음에 개혁공천으로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당내경선을 통한 공천은 참신하고 능력 있는 정치신인이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광주시민의 마음을 믿었다면 경선을 해도 윤장현 후보가 승리했을 것이다. 결국 조급함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기초연금법 통과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안은 잘못된 것이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벅찬 어려운 형편의 어르신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연금지급을 미룰 수는 없었습니다. 먼저 연금을 지급한 뒤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기로 하고, 당내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철시켰습니다.”

가장 잘한 일이다. 아마 유일하게 잘한 일일수도 있다.

“정당공천 폐지 여부를 여론조사에 부치기로 했던 것은, 대표가 된 직후의 불안정한 상황에서 여론조사의 승리를 통해 튼튼한 리더십을 확보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이었다면 여론조사 설계가 잘못됐다. 여론조사 설문은 정당공천 폐지에 반대하라는 내용이었다.

“7.30 재보궐선거의 경우에는, 선거 이후 본격적인 정당개혁을 시작할 생각으로, 선거의 승리 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합니다. 공천도 중요하지만 과정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도 절감했습니다.”

개혁공천은 선거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은 개혁적인 공천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는 참담한 비극이며 어린 생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변화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했음에도, 정치권의 잘못으로 정쟁으로 비판받게 만든 점에서 정치권 모두는 역사에 큰 죄를 짓고 있습니다. 저도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그리고 대표로 있는 동안 잘 마무리 짓지 못한데 대해 책임을 통감합니다.”

국회의원으로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정답을 찾으면 큰 정치가가 되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정치에서의 값진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이제부터 다시 뚜벅뚜벅 한걸음씩 내딛겠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국민을 만나고 국민께 듣고 함께 길을 찾겠습니다. 조그마한 일이라도 하나씩 구체화해나가고, 격차를 해소하고 삶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정치를 실현하겠습니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누구와 정치를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주변의 정말 좋은 사람과 정치해야 성공할 것이다.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힘 대표>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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