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1조 매입한 회사 900억에 재매각, 비난 들끓어
한국석유공사 1조 매입한 회사 900억에 재매각, 비난 들끓어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9-29 11:29
  • 승인 2014.09.29 11:29
  • 호수 1065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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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액 또 국민 혈세로 메울판

입지조건 안 좋아 1달러 매물 나온 회사, 웃돈 주고 매입
투자 손실액 혈세로 메울 판…‘자해외교’ 비난 들끓어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한국석유공사(사장 서문규)가 혼돈의 늪에 빠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1조원을 들여 사들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社를 최근 900억 원에 되파는 협상이 진행중이다. 이 협상이 마무리 되면 무려 9100억 원의 차액을 날린 셈이다. 더욱이 이 회사를 매입할 당시 NARL공장이 섬에 위치하는 등 입지조건이 불리하고 장비 또한 노후화 돼 있어 외국기업이 1달러에도 매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석유공사 측이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정치권의 맹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새정치민주연합 측에선 “MB자원외교라고 쓰고 자해외교라고 부른다”는 원색적인 비난성명도 줄을 잇는다.

석유공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캐나다 자회사 하베스트의 정유 부문 사업처인 NARL지분 100%를 미국 상업은행인 실버레인지 파이낸셜 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매각은 현지 당국 승인을 받은 올해 말에야 최종 완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금액과 조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업계는 9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NARL은 그동안 석유공사의 대표적인 부실자산으로 지목됐다. 석유공사는 2009년 40억7000만 캐나다달러를 투자해 하베스트의 지분을 인수했다.

하베스트사는 총 매장량 2억2000만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 생산광구를 보유한 기업이었다.

부실기업 알고도 인수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하베스트가 당초 인수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NARL을 끼워 팔면서 석유공사는 부실을 떠안았다. 그것도 애초 하베스트사 인수금액보다 1조 원을 더 써 인수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NARL의 영업 손실은 2011년 1억4100만 캐나다달러, 2012년 1억4400만 캐나다달러, 2013년 2억3200만 캐나다달러 등으로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그 결과 석유공사는 NARL의 부실로 연간 1000억 원 안팎의 손해를 봤다.

부실기업 매각은 잘못이 아니다. 석유공사 측도 이번 매각과 관련해 “재무건전성을 고려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매각을 우선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 회사의 부실이 사전에 예측 가능했던 것이고, 지난 정권에서 밀어주던 사업이었다면 말은 달라진다. MB자원외교의 대표사례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사업이기에 이번 매각과 관련해서도 질타가 이어진다.

국회 산업자원통상위원회 소속 이현재(경기 하남)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석유공사가 인수한 NARL은 1973년 설립 이후 주인만 여섯 번 바뀌었고, 캐나다 국영석유사인 패트로캐나다가 1986년 1달러에 팔아치운 정유회사로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그는 “1달러에 거래된 사실상 깡통기업을 1조원에 인수하면서 기초적인 정보 확인이나 현장 실사도 없이 하베스트 측 자료만을 바탕으로 계약했다”며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의 부실을 질타했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사례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자원외교가 사실상 외국과 외국기업에 국부를 일방적으로 퍼주는 자선외교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라며 “결국 석유공사는 NARL의 영업 손실이 누적되는 등 부채압박이 거세지자 매각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같은 당 박완주 국회의원 등도 자선사업 하듯 국부를 투입해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박 의원은 “석유공사의 부실경영도 문제지만 MB 정부 시절 해외자원 확보가 국정과제이다 보니 애초에는 하베스트에너지회사만을 인수하려 했는데 ‘NARL'회사까지 인수한 상황"이라며 "이 일로 징계 받은 사람은 실무업무 담당자 한 명만 감봉 1개월 처분을 받고 끝냈다는 것이 지난해 국감에서 밝혀졌다"고 말했다.

우리의 세금이…

일각에선 이번 매각의 책임이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기업 부실은 국민의 부담으로 올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한국가스공사 등 다른 에너지공기업의 해외자산 구조조정도 본격화 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헐값 자산 매각이 계속될 경우 국민의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석유공사 측은 “매각 가격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협상에 최선을 다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이어 “계약 금액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기에 현재로서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다만 손실이 나는 자산에 대해 고민을 한 결과, 매각을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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